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락앤락 안성공장 조업 중단
희망퇴직자 제외 31명 해고
사모펀드 인수 후 실적 악화
하지만 주주들은 ‘배당금 잔치’
노동자 위한 조치 충분히 했나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측은 자산을 팔고 노동자를 길바닥으로 쫓아냈다. 그런데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을 때 정작 회사 대주주는 ‘배당잔치’를 벌였다. 적자 전환이 우려되던 해엔 수백억대 배당금도 챙겼다. 밀폐용기업체 락앤락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락앤락의 대주주는 사모펀드다.

락앤락 해고노동자들이 락앤락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락앤락 해고노동자들이 락앤락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밀폐용기업체 락앤락 안성공장이 ‘해고 문제’로 시끄럽다. 지난해 11월 6일 안성공장 노동자에게 ‘경영상’의 이유를 들면서 조업 중단 계획을 알린 락앤락은 같은달 24일까지 희망퇴직자를 받았다.

안성공장에서 근무하던 150여명 중 92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58명 중 27명은 회사에 남아 다른 사업장으로 흩어졌고, 31명은 지난 1월 31일 해고당했다. 락앤락 노조와 해고노동자들은 “회사가 경영진의 경영 실패를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안성공장의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락앤락 안성공장에서 11년간 일했던 해고노동자 심민정(55)씨는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38도까지 올라가는 찜통더위 속에서 구토가 나고 어지러운 와중에도 그저 열심히 제품을 포장하며 일했어요. 저에겐 이 직장이 삶 자체고, 숨쉰다는 의미였죠.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하니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요.”

락앤락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해고노동자 김진우(가명ㆍ55)씨도 “평생을 회사에 충성하며 살아왔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회사가 모든 절차를 무시하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정리해고를 추진했어요. 회사 규모를 줄여 매각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죠. 이 상황이 최대한 빨리 끝나 복직하고 싶습니다.”

노동자를 모두 정리한 락앤락 안성공장은 생산ㆍ물류 업무가 완전히 멈췄다. 안성공장에서 생산하던 제품들은 국내 외주업체와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ㆍ중국 자사 생산시설에서 만들 계획이다. 락앤락 관계자는 “안성공장을 운영할수록 회사의 부담이 커져서 외주화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락앤락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인 건 당연히 ‘실적 악화’ 때문이다.

문제는 그 시점이다. 락앤락의 실적은 공교롭게도 홍콩 사모펀드 운영사 어피너티에 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가 경영권을 인수한 2017년을 기점으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인수 당시 락앤락 영업이익은 516억원이었지만, 2022년 23억원으로 95.5% 쪼그라들었고, 지난해엔 179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락앤락이 2021년 충남 아산에 있던 락앤락 공장을 경동나비엔에 팔아치우고, 올 1월 안성공장까지 멈춰 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등 세계 주요시장의 경기가 침체하면서 실적이 악화했다”면서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을 팔거나 중단했고, 일부 직원을 어쩔 수 없이 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당해고는 절대 아니다’면서 주장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고용안정협의회를 통해 협의를 진행해 왔다. 이를 통해 3회에 걸친 희망퇴직, 업무 배치 전환, 잔류 인원 증대, 3자 물류업체 취업 지원 등을 추진했다. 사측은 해고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사측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석연치 않은 정황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락앤락은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도 ‘배당금 잔치’를 벌였다. 락앤락은 사모펀드에 인수된 2017년 70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6년간 총 1093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특히 2022년엔 영업이익이 두자릿수로 줄었는데도 980억원을 폭탄배당했다. 노조는 이중 69.6%에 해당하는 683억원은 사모펀드 어피너티의 금고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유상감자를 통해 279억원을 수령했고, 2018~2022년 4년간 자사주 718억원을 소각했다. 유상감자와 자사주 소각 모두 주주의 이익을 높이는 행위다(용어설명 참조). 락앤락의 대주주 어피너티로선 자산매각(아산공장)과 구조조정(안산공장), 배당, 자사주 매각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셈이다. 어피너티가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훼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손세호 민노총 화섬식품노조 락앤락지회장은 “회사가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저임금 노동자를 내보내면서 정작 대주주는 배당 등을 통해 자신들의 몫을 두둑하게 챙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능오 율탑노무사사무소 대표노무사는 “주주들이 고배당을 챙기면서 노동자를 정리했을 경우 기업의 잘못을 꼬집은 판례가 여럿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회사가 정리해고만은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란 지적도 내놓고 있다.

[그래픽=더스쿠프, 사진=뉴시스]
[그래픽=더스쿠프, 사진=뉴시스]

최용현 노동법률사무소 현 노무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해고를 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할 정도로 경영이 어려워야 정리해고의 명분이 생긴다. 락앤락은 사측의 해고 권한을 지나치게 남용한 측면이 있다. 회사가 정상화할 때까지 무급휴직을 권고하는 등 해고를 제외한 방법을 모두 사용했는지 의문이다.”

김기돈 노무사사무소 돋움 대표도 “공장을 폐쇄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를 위한 다른 조치를 충분히 했어야 한다”며 “만약 법적 판단을 받는다면 이번 정리해고는 명분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락앤락 내부에서 진행 중인 석연치 않은 ‘해고 논쟁’, 과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hongsam@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