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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 계속 치솟아
美 국채 수익률 상승세
우에다 총재 “완화 환경 계속”
美 금리인하 신중론 영향도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 불과 1주일 만에 엔·달러 환율이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환율은 떨어진다. 그렇다면 일본 엔저 현상의 이유는 무엇일까. 자세히 들여다봤다. 

일본은행이 지난 19일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27일 엔화 가치는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은행 전경. [사진=뉴시스]
일본은행이 지난 19일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27일 엔화 가치는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은행 전경. [사진=뉴시스]

일본 엔화가치가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은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151.97엔까지 치솟았다. 거품경제 시절인 1990년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다. 엔·달러 환율은 27일 오후 3시 달러당 151.75엔으로 마감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9일 17년 만에 단기 기준금리를 0~0.1%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리 인상 이후에도 엔·달러 환율은 지속해서 상승했다. 20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1.25엔, 25일에는 151.38엔으로 올랐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환율은 떨어진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부 장관은 27일 “(엔화의) 지나친 움직임에는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단호한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재무부가 시장 개입을 경고했지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출석해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우려하는 건 과거와 달리 일본의 경제 체질이 변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수출 의존형 경제였던 시절에는 정부가 오히려 엔화를 매도해 통화가치 약세를 유도했다. 달러 표시 수출 상품 가격이 하락하면 수출 상품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제 내수경제에 가깝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2020년 15.5%, 2021년 18.1%였다. 수출이 호황이던 2022년에도 GDP 대비 수출 비중은 21.5%에 불과했다. 2022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48.27%였다. 

일본이 금리를 올렸는데도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일본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낮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235%이고,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721%다. 일본 장기국채의 수익률이 지난 1월 15일 0.580%보다는 상당히 상승했지만, 미국 장기국채 금리도 지난 1월 15일 3.986%에서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띠는 건 미국 경제가 여전히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중국과의 대결, 두개의 전쟁 등 이유로 앞으로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도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커지면 재무부의 국채 발행이 늘고, 국채 수익률은 상승(국채가격 하락)한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부 장관(왼쪽)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부 장관(왼쪽)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둘째, 일본은행은 여전히 완화적인 금융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수익률곡선관리(YCC) 정책과 상장지수펀드(ETF) 직접 매입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YCC 폐지 이전에 매입하던 수준의 장기국채 매입을 당분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우에다 총재가 27일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계속된다”고 말한 이유다.

셋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가 더 모호해졌다. 이른바 신중론이 재등장하면서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지난 25일 하버드대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향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통화정책 완화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같은 날 “GDP 증가율이 높고,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는 한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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