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요지부동 영화 관람료➊
파묘 등 히트작 봇물
영화관에 찾아온 봄
40% 인상한 푯값 그대로
영화관 3사 할인 논의 불발
올릴 땐 앓는 소리 하더니…

영화관 관람료가 수년째 내려가지 않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영화관 관람료가 수년째 내려가지 않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 영화관에 ‘봄’이 깃들었습니다. 주말 영화관이 흥행작을 보러온 관객들로 붐빕니다. 아이맥스 같은 몇몇 영화관은 연일 ‘매진 행렬’을 이룹니다. 이제 영화관에서 팬데믹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 하지만 1만4000원까지 치솟은 영화관 관람료는 2년째 그대로입니다. 팬데믹 국면에서 영화관들이 고육지책으로 꺼내든 게 ‘영화 푯값 인상’이었는데, 정작 실적이 좋아진 지금은 ‘가타부타’ 말이 없습니다.

# 영화관들은 지금의 ‘푯값’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상황이 더 좋아지면 ‘인하’를 생각하긴 할까요? 더스쿠프가 영화관 관람료에 다시 한번 펜을 집어넣었습니다. 더스쿠프 視리즈 ‘요지부동 영화 관람료’ 1편을 먼저 살펴보시죠.


3월 23일 토요일. 기자는 영화 ‘파묘’를 보기 위해 롯데시네마 부천점을 찾았습니다. 기자가 마지막으로 이곳을 방문했던 건 2022년 6월,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 매버릭’을 상영할 때였습니다. 이 영화가 세계적인 흥행작이었는데도 당시 롯데시네마 부천점은 무척이나 한산했습니다. 이유는 물론 코로나19 때문이었습니다. 그해 4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긴 했지만, 코로나19 감염을 두려워한 사람들은 한동안 영화관에 발을 들이지 않았죠.

다행스러운 점은 지금의 분위기가 그때와는 180도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대기실엔 영화를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고, 카운터에는 팝콘과 콜라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그날 기자가 예매한 시간대의 ‘파묘’도 객석이 거의 들어찼습니다. 한달 넘게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는데도,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은 듯했습니다.

이렇듯 최근 영화관은 팬데믹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던진 모양새입니다. 무엇보다 걸출한 흥행작들이 줄지어 나온 게 컸습니다. 시작점은 지난해 5월 31일 개봉한 ‘범죄도시3’입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 BIS)에 따르면 범죄도시3는 누적 관객 수 1068만2813명을 기록했습니다. 그해 11월 22일 개봉한 ‘서울의 봄’도 1312만7466명의 관객이 봤습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한해에 2편 이상이 나온 건 팬데믹이 터지기 직전인 2019년 이후 4년 만입니다. 높은 흥행 성적 덕분에 ‘서울의 봄’은 역대 박스오피스 9위(1위 명량·1761만6299명)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파묘는 비주류 장르임에도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이 즐겼다.[사진=연합뉴스]
파묘는 비주류 장르임에도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이 즐겼다.[사진=연합뉴스]

올해 개봉한 영화들의 성적도 나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파묘가 1037만8369명을 기록해 ‘1000만 클럽’에 가입했고, ‘웡카(351만493명)’ ‘듄: 파트2(180만3717명)’ 등 해외 영화도 준수한 성적을 일궜습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살펴볼 게 있습니다. 바로 영화관 관람료입니다. 현재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영화관 3사의 관람료는 평일 기준 1만4000원입니다. 주말엔 1000원을 더해 1만5000원을 내야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9년 기준 영화관 관람료는 1만원(평일 기준·주말 1만1000원)이었습니다. 지금 가격과 비교하면 40.0% 오른 셈입니다. 2014년(9000원)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겨우 1000원 올랐단 점을 생각하면 인상폭이 무척 가파릅니다.

영화관이 티켓값을 끌어올린 건 팬데믹 때문이었습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이후 영화관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영화관 3사의 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었습니다. 일례로, 당시 업계 1위였던 CJ CGV의 영업이익은 2019년 1232억원에서 2020년 3887억원 적자로 5119억원이나 줄었습니다.

영화관 3사는 대관 사업, 프리미엄 서비스 등 차별화를 꾀하며 살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앞에선 속수무책이었고, 결국 고육지책으로 관람료를 인상하기 시작했죠. 2020년 10월, CJ CGV가 가격을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인상한 게 신호탄이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영화관들도 줄줄이 가격을 올렸죠.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영화관 3사 관람료는 2022년 상반기에 1만4000원까지 올랐고, 이 가격은 2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푯값을 인상한 덕분일까요. 팬데믹 국면에서 적자를 기록하던 영화관 3사의 실적도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출은 2020년 8959억원에서 2조4512억원으로 크게 불어났고, 영업적자도 같은 기간 5971억원에서 265억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증권가의 전망도 꽤 낙관적입니다. 특히 업계 1위인 CJ CGV를 향한 기대감이 높습니다. 대신증권은 2월 27일 보고서에서 올해 CJ CGV가 역대 최고 수준인 14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영화 ‘파묘’가 ‘서울의 봄’보다 빠른 속도로 관객을 모으는 등 오컬트 작품 중에선 이례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올해 OTT 서비스 가격 인상에 따른 반사이익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영화관 3사도 서서히 ‘할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영화관 3사는 ‘문화가 있는 날’ 할인을 매주 수요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2D 영화를 7000원에 볼 수 있는 이벤트입니다. 하지만 이 논의는 ‘불발’에 그쳤습니다. 영화관 3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영화관 3사가 티켓값을 할인하는 데 뜻을 함께하지 못했단 겁니다.


왜일까요? 영화관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관객 수가 많이 늘어났다곤 하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실적을 회복한 건 아니다. 지금으로선 티켓값을 내려야 할 이유가 없다.”

또다른 관계자는 “관람료를 조금 내린다고 해서 영화관을 찾지 않던 소비자가 갑자기 발걸음을 돌릴 리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영화관 관람료 인하가 관객 수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프로’가 지난해 403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시죠. ‘현재 영화 관람료가 적당한가’란 질문에 전체의 53.4%가 ‘비싼 편이다’고 답했습니다. ‘매우 비싸다’는 응답은 25.6%에 달했습니다. 사실상 10명 중 8명(79.0%)이 영화관 관람료를 비싸다고 느끼고 있는 셈입니다.

적정 티켓값을 묻는 질문에는 ‘8000~1만원’이 45.4%로 가장 많았습니다. 현재 영화관 관람료 수준인 ‘1만2000~1만5000원’은 4.4%에 그쳤습니다. 아울러 응답자의 76.2 %는 ‘관람료를 내린다면 영화관에 갈 의향이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값비싼 영화 관람료야말로 소비자가 영화관 방문을 망설이는 가장 큰 요인이란 방증입니다. 

영화관은 관람료 인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영화관은 관람료 인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렇듯 영화 소비자는 한편당 1만5000원에 육박하는 영화 티켓값을 적당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혹자는 “가격보다는 경쟁상대인 OTT가 급부상해서 영화관 산업이 위축된 것 아니냐”고 말할지 모릅니다.

물론 OTT가 코로나19 국면을 등에 업고 급속도로 성장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OTT 때문에 영화관이 관객 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엔 짚어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요지부동 영화 관람료’ 2편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