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의 재무설계 2편
점점 늘어가는 반려견 비용
사룟값만 해도 만만찮아
사료·영양제 종류, 정기검진 등
과소비하지 않는지 살펴봐야

요즘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키우는 동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삶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때론 자녀와도 같은 역할도 한다. 그렇기에 한국인이 반려동물에 쓰는 비용도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그 비용이 과소비의 주범이 된다면 한번쯤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반려견 지출을 살폈다.

소득 대비 반려견 비용이 많지 않은지 한번쯤 점검할 필요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득 대비 반려견 비용이 많지 않은지 한번쯤 점검할 필요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 많던 ‘욜로족(YOLO)’은 어디로 갔을까. 욜로는 ‘인생은 한번뿐이니 현재를 즐겨라(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바로 욜로족이다. 필자의 기억으론 10여년 전부터 이 단어가 20~30대에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당시 스스로를 욜로족이라 칭하는 이들은 저축보단 소비에, 미래보단 현재에 집중했다. 앞날을 걱정하는 건 이들에게 ‘금기’와도 같았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러 ‘미래’가 ‘현재’가 됐다. 욜로족의 삶은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무엇보다 고물가·고금리 등 전세계에 불어닥친 경제 한파가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은 욜로족의 상당수는 심각한 경제적 부담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필자를 찾아오는 젊은 상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강한솔(가명·37)씨와 양은혜(가명·38)씨도 전형적인 욜로족이었다. 20대 후반에 만나 결혼한 두 사람은 양가 부모님께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월급이 들어올 때마다 아끼지 않고 소비했다. 부부의 미래 대비책은 월 20만~30만원씩 입금하는 예금 통장이 전부였다.

여기에 몇 년 전부터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지출 규모가 한층 더 불어났다. 반려견 사료와 간식, 영양제를 최고급으로 구매하는 데다, 몇십만원씩 드는 정기검진도 주기적으로 받았다. 어찌 보면 자녀 양육비에 쓸 돈을 반려견에게 쏟아부은 셈이다.

그 결과, 부부의 가계는 급속도로 기울었다. 넉넉했던 월급 통장의 잔고가 갈수록 줄더니 가계부에서 적자가 나는 달이 조금씩 늘어났다.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부부는 예금 액수를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한번 적자가 나기 시작한 가계부는 좀처럼 흑자로 돌아설 줄 몰랐다. 스스로의 힘으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부는 필자의 상담실을 찾아와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자는 욜로족은 최근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재의 삶에 충실하자는 욜로족은 최근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차 상담에서 파악한 부부의 재정상태는 이렇다. 부부의 월소득은 630만원으로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400만원, 중소기업에 다니는 아내가 23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490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83만원(연 1005만원), 금융성 상품 80만원 등 653만원이다. 월 23만원씩 적자가 발생한다.

상담에서 밝힌 부부의 목표는 ▲전혀 돼 있지 않은 노후 준비하기, ▲더 큰 집으로 이사하기 등 두가지다. 두 목표를 함께 준비하려면 목돈 마련은 필수이므로, 상담 말미 때부터 지출 줄이기에 돌입했다. 부부는 일단 식비를 30만원(100만→70만원) 줄여 23만원 적자를 7만원 흑자로 돌려놓는 것까진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부부의 지출항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 앞서 언급한 반려견 관련 지출이다. 부부는 매월 사료·간식·영양제 등으로 50만원을 지출한다. 비싼 정기검진과 장난감 구입 탓에 연 130만원에 달하는 비정기지출(월평균 10만원)이 발생한다. 한달에 반려견을 위해 50만원을 쓰는 셈인데, 이는 부부 전체 소득의 9.5%에 해당한다.

이 정도면 과소비에 속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반려견 1마리당 월평균 양육비는 25만2900원(2022년 2월 기준)으로, 부부의 지출은 평균보다 2배가량 많다.

반려견에 정성을 쏟는 걸 잘못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부부의 소득 수준과 목돈이 필요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반려견 비용을 줄여야 한다. 부부도 필자의 의견에 동의했다. 지금까지 부부는 반려견 건강을 위한다는 이유로 비싼 습식 사료를 구매해 왔다.

필자가 반려견 전문가는 아니지만, 습식 사료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그보다는 반려견의 건강 상태에 맞춘 사료를 제공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이에 따라 부부는 습식 사료 대비 건식 사료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식비를 줄이기로 했다. 같은 이유로 간식과 영양제 구매 횟수도 줄일 예정이다.

이렇게 정기지출에 있는 반려견 비용을 50만원에서 절반인 25만원까지 아껴보기로 했다. 정기검진과 장난감 구매로 발생하는 비정기지출도 연 130만원에서 80만원으로 50만원 줄였다. 그러면 비정기지출 총액도 1005만원에서 955만원으로 줄어든다. 월평균으로 따지면 83만원에서 79만원으로 4만원 줄어든 셈이다.

통신비(22만원)도 약간 손봤다. 부부의 휴대전화 요금제에는 지난해 구매한 휴대전화의 할부 약정이 1년가량 남아 있다. 할부금도 엄연한 빚이다. 다달이 갚는 할부금에 5.9~6.0%에 달하는 수수료가 붙어 있어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부부는 지난해 말부터 매월 80만원씩 예금을 하고 있다. 그렇게 모은 예금 400만원 중 120만원을 할애해 휴대전화 할부금을 모두 갚기로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부부의 통신비는 22만원에서 16만원으로 6만원 줄었다.

이렇게 부부의 2차 재무상담을 마쳤다. 부부는 정기지출에 있는 반려견 지출 25만원(50만→25만원), 비정기지출에 속한 반려견 지출 4만원(월평균 83만원→79만원), 통신비 6만원(22만→16만원) 등 35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여유자금 규모도 7만원에서 42만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좀 더 줄여야 한다. 한달에 135만원씩 쓰는 부부 식비와 69만원에 달하는 교통비·유류비도 문제다. 37만원씩 내는 대출원리금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자식과도 같은 반려견 지출을 감축하는 데 성공했으니, 나머지 지출도 줄이지 못할 것이 없다. 그 과정은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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