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 수수료 논란에 숨은 진실

▲ 밴 수수료 개선 방안을 두고 카드업계와 밴 사업자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밴(VAN) 수수료를 둘러싸고 카드사와 밴 사업자의 힘겨루기가 고조되고 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기 위해선 밴 수수료에 메스를 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밴 사업자는 카드사가 높은 가맹점 수수료의 책임을 밴사에 전가하고 있다며 맞받아치고 있다. 그 사이에서 괴로운 건 영세 가맹점주뿐이다.

밴(VANㆍValue Added Network) 수수료를 둘러싼 카드사와 밴 사업자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가 높은 이유가 ‘밴 수수료’에 있다고 지적한다. 밴 사업자는 ‘밴 수수료를 낮춰봤자 별 효과가 없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통신망을 구축해 신용카드사의 관리업무(거래승인ㆍ전표매입ㆍ가맹점 모집)를 대행하는 업체다. 밴 수수료는 일종의 ‘대행피’다.

2012년 9월 카드업계는 중소가맹점의 가맹점 수수료를 1.8% 수준에서 1.5%로 약 0.3%포인트 인하했다. 카드업계는 “영세 가맹점의 고통분담과 상생차원에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췄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소가맹점이 과도한 카드 수수료를 내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가맹점 수수료를 더 내리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카드업계가 생각해낸 해법이 밴 수수료다. 밴 수수료를 줄이면 가맹점 수수료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밴 수수료 인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카드사를 대표하는 여신금융협회는 당연히 ‘밴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밴 수수료를 인하해야 카드사로선 손 안대고 코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밴 사업자 사이의 가격경쟁과 서비스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개선안을 통해 리베이트 개선 효과와 사업자간 경쟁체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밴 사업은 카드사와 계약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밴 업무의 수혜자는 가맹점”이라며 “가격 결정 과정에 배제돼 있는 가맹점을 참가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11월 6일 여신금융협회는 한국개발원(KDI) 등 전문기관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종이전표 수거 효율화, 종이전표를 수거하지 않는 전자서명서비스(DESC), 카드사가 직접 매입 데이터를 작성하는 EDI(전자문서중계서비스) 도입 등을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론 “자율경쟁시스템 도입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용카드사와 밴사의 협상으로 밴 수수료가 결정되는 현 방식을 바꿔 밴 사업자와 가맹점이 수수료를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율경쟁을 통해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시한 업체가 선정되고, 자연스럽게 밴 수수료가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여신금융협회는 “이런 중장기적 방안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종이전표 수거만 효율적으로 하면 밴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카드업계의 뜨거운 감자 밴 수수료

강동수 KDI 금융경제연구부장은 “현재 밴 수수료는 밴사와 카드사가 결정하고 정작 돈을 내는 주체인 가맹점이 배제된 상황”이라며 “밴사와 가맹점이 수수료를 직접 협상하면 리베이트 비용이 사라져 건당 평균 113원인 밴 수수료를 30원 정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밴 수수료를 인하하면 가맹점 수수료가 떨어진다. 카드사는 손해를 전혀 보지 않고 생색을 낼 수 있다. 밴 업계 안팎에서 ‘여신금융협회가 수수료 인하의 책임을 밴 사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밴 업계가 여신금융협회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버티는 까닭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들만 손해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밴 수수료 인하가 카드사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이번 구조 개선의 목적은 리베이트 등으로 불합리한 구조를 지닌 밴 수수료를 바로 잡고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 카드업계와 밴 사업자 모두 가맹점 수수료 인하보다 이익 지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엄기형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장은 “밴사는 평균 결제금액의 0.18%에 불과한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밴 수수료를 줄인다고 큰 효과를 거두긴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선안을 따르면 전국 240만개 가맹점이 개별적으로 밴사와 수수료 협상을 맺어야 한다”며 “가맹점의 대부분은 영세 가맹점이 차지하고 있어 계약을 맺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이 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밴 업계에도 문제는 있다. 밴 수수료는 결제금액과 상관없는 정액제로 운영된다. 일반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의 0.15~0.3%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소액결제가 증가하면서 밴 업계는 엄청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KDI가 지난해 상위 밴사 4곳의 수수료 매출을 바탕으로 추정한 밴 수수료 시장규모는 8693억원에 달한다. 2011년 7600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커졌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정책팀) 부장은 “가맹점과 밴사의 수수료 결정으로 밴 수수료가 인하될 수 있지만 이는 일부 대형가맹점의 경우”라며 “영세가맹점은 이런 제도의 수혜를 입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되레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밴 수수료 논의가 나온 원래의 취지는 카드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를 위한 것”이라며 “지금의 방법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카드사가 그 일을 떠넘기는 것과 다를 바 없고, 밴사는 이익 지키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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