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오병준 지멘스 지사장의 제안
레벨5 달성 위한 세 핵심기술
데이터 수집 후 통합능력 관건
연산능력 위해 맞춤형 IC칩 필수
디지털 트윈 접목해 오류 줄여야

지난해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에 쏟아부은 전세계 투자금이 2000억 달러(271조원)를 넘어섰다. 자율주행 시장의 잠재력에 베팅하는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특히 자동차 제조업체든 반도체 기업이든 ‘칩’ 개발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수준의 완전자율주행(레벨5)에 도달하기 위해선 어떤 여정을 거쳐야 할까. 

자율주행자동차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율주행자동차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율주행자동차(AVㆍAutonomous Vehicle)는 지금 ‘대중화’ 단계를 밟고 있다. 세계 각국은 자율주행차의 여건을 구축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는 서울ㆍ세종ㆍ대구ㆍ광주ㆍ충북ㆍ제주를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 지역으로 지정해 대중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자율주행자동차는 대부분 정해진 경로를 따라 운행하는 ‘노선형’ 방식이다. 기술력을 따져보면 특정 상황에선 운전자가 자동차를 제어해야 하는 레벨3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 인적 통제 없이 기계와 시스템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 완전자율주행(레벨5)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그럼 레벨5를 구현하기 위해선 어떤 요소가 더 필요할까. 업계에선 데이터의 규모와 이를 토대로 자율주행차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의 다양성을 첫번째 요소로 꼽는다. 둘째 요소는 레벨5의 운영을 뒷받침하는 최첨단 하드웨어의 개발이다. 쉽게 말해, 자율주행차가 역동적인 환경에서 안전하게 자율주행하려면 거대한 데이터 처리능력과 30여개의 첨단센서가 필요하단 거다. 

문제는 자율주행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시스템의 복잡성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레벨5를 꿈꾸는 기업이라면 이런 복잡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 방안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 방안➊ 시스템 통합 = 레벨5를 실현하기 위한 전자시스템은 ▲고속 데이터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양한 센서, ▲강력한 데이터 처리 장치로 구성될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장치를 자율주행차에 적절하게 조합하고 배치하는 건 중요한 작업이다. 

더구나 자율주행차는 단거리를 달리느냐 장거리 주행을 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유형의 센서를 사용해 도로의 상황과 주행환경을 파악한다. 여러 센서는 각각의 특성대로 자동차 주변에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기반으로 AI 알고리즘이 의사결정을 내리며, 물체 인식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이에 따라 동시다발적인 ‘인식’과 이를 처리하는 루트를 하나의 시스템에 즉각적으로,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통합하는 건 긴요한 과제다. 

IC칩은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핵심 요소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IC칩은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핵심 요소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방안➋ 맞춤형 IC칩 = 자동차에 레벨5를 위한 시스템을 적절하게 배치했다면, 이젠 연산능력을 살펴봐야 한다. 자율주행 알고리즘이 빠르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려면 연산 능력이 중요해서다.

자동차 제조에 주력하던 기존 기업들이 강력한 집적회로(IC) 칩 개발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IC칩은 여러 개의 센서에서 전송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즉각적인 인식과 반응을 가능하게 해주는 AI 알고리즘을 지원한다. 

자율주행의 품질을 좌우하는 만큼, IC칩 개발은 자율주행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도전적이고 중대한 과제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선 현대차그룹이 칩 개발을 본격화하며 삼성전자, 텐스토렌트 등 반도체기업과 적극적인 협력 및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다른 반도체기업인 SK하이닉스는 지멘스가 제공하는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의 솔루션을 도입해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최초로 A-SPICE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 인증을 획득했다. 

A-SPICE는 자동차 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 평가에 활용하는 국제 표준이다. 자동차용 소프트웨어의 품질이 적정 기준에 충족하는지 평가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 방안➌ 디지털화 = 레벨5를 구현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는 이렇게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수업이 많은 데이터와 센서가 필요하고, 다양한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는 칩과 연산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레벨5는 인간의 개입 없이 자동차가 달려야 한다. 쉽게 말해, 인간의 뇌를 대신하는 ‘차’가 돼야 한다는 거다. 이를 위해선 자율주행차를 설계할 때부터 ‘레벨5’를 염두에 둬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자동차의 ‘디지털화’라고 말한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의 시대를 보내고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는 자율주행차의 복합적인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수십만 가지 상호작용을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전반에 분산돼 있는 수십개의 센서에서 초당 테라바이트(TB) 단위로 쏟아내는 데이터를 일일이 수집ㆍ처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자동차를 설계ㆍ제작할 때도 이젠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핵심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디지털 트윈은 간단히 말해 시뮬레이션이다. 수집한 데이터를 머신러닝과 각종 추론 작업을 통해 형체가 있는 모델로 시뮬레이션화하는 거다. 

자동차 제조업체는 개발 초기 디지털 트윈을 이용한 ‘가상설계검증’ ‘유효성 검사’를 통해 차량의 최적화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다양한 변수를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에 프로토타입(원형) 제작 이전 잠재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제조업체는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 트윈을 이용해서 전체 자동차 공급망을 잇는 연결점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파트너사와의 안전한 디지털 통합망을 구축해 빠르고 쉬운 협업을 도모할 수 있다. 

시스템과 장치의 최적화한 통합, 맞춤형 IC칩의 개발, 자동차의 디지털화는 레벨5 시대를 여는 연료나 다름없다. 이 세가지를 붙잡는 기업이 레벨5 시대를 열어젖힘과 동시에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리더로 우뚝 설 것이다. 누가 이 기회를 잡을 것인가.  

오병준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 지사장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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