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1편 좋은 엄마의 조건
완벽한 엄마 되겠단 환상 버려야
엄마의 과한 희생은 아이도 부담
아이와 엄마 독립적 존재로 행복

아동학자 도널드 위니컷(Donald Winnicott)은 “좋은 엄마는 보통의 좋은 엄마”라고 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정의는 내렸지만 ‘완벽한’ 엄마란 표현은 쓰지 않았다. 위니컷이 말하는 충분히 좋은 엄마는 그냥 그런,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 같은 엄마다. 조봄 더 봄 미술치료심리상담센터 소장이 진행하는 직장맘 토닥토닥 제1편 ‘좋은 엄마의 조건’을 펼쳐보자.

완벽한 엄마가 되겠다는 환상은 필요하지 않다. 좋은 엄마는 ‘보통의’ 엄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완벽한 엄마가 되겠다는 환상은 필요하지 않다. 좋은 엄마는 ‘보통의’ 엄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필자에게 미술치료를 받은 한 아이의 어머니 A씨가 얼마 전 이런 말을 건넸다. “퇴근 후 집에서 아이 숙제 검사를 하는데, 아이가 숙제를 안 해놔서 속이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에게 숙제를 안 한 이유를 물어봤는데, 정말 별게 아니었어요. 순간 억울한 마음에 ‘네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어떤 건 줄 아니?’라고 불같이 화를 냈어요.” ‘직장맘’ A씨의 속을 누군들 이해 못 할까. 

아마도 이런 생각 때문에 불쑥 솟아오른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을 거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입고 싶은 옷 안 사 입고, 사고 싶은 가방 안 사고 그 돈으로 너를 학원 보내주고 책 사준 것들인데, 내가 이렇게 다 해주는데도 왜 숙제 하나 제대로 못 해놓고 꼭 퇴근 후에 이렇게 힘들게 하니….’ A씨처럼 부모들은 아이를 돌보고 교육하는 일에 자신들을 ‘갈아 넣는다’. 

평일엔 자녀들이 학업에 뒤처질까 봐 괜찮다는 학원을 수소문해서 보내고, 퇴근 후나 주말 · 휴가 땐 체험학습, 캠핑, 혹은 해외여행 등을 보낸다. 오로지 자녀를 위해서다. 그런데도 내 아이는 사소하게 생각되는 부탁도 들어주지 않는 경우가 숱하다. 퇴근 전 숙제를 해놓으라는 말을 듣지 않은 A씨의 아이처럼 말이다. 이렇게 뭔가가 어그러지면, 직장맘은 모든 게 ‘내 탓’ 같다.

“…완벽해질 필요 없어요 당신은 이미 훌륭한 엄마니까 …” 

이럴 때 엄마는 무엇부터 시작하면 될까. 첫걸음은 ‘완벽한 엄마가 되겠다’는 환상을 버리는 것이다. 사실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아이에게 무언가 더 해줄까를 고민하기 전에 무언가를 ‘덜’ 해볼까를 생각하자. 가령, 학교나 학원 숙제를 빼먹은 아이에게 화를 내기보단 숙제를 하지 않은 탓에 겪어야 할 일은 아이의 몫으로 남겨두고, 그 순간만은 아이에게 잔소리를 ‘덜’해보자는 거다.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도 ‘덜’ 해보자. 내 아이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지 않은 엄마는 없다. 내 입에 덜 들어가더라도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내가 조금 초라하게 입어도 철철이 내 아이에게는 새 옷을 사 주고, 내 가방은 낡았어도 아이 책가방은 백화점에서 사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엄마의 과한 희생은 쓸데없는 ‘보상심리’를 부추기게 마련이다. 내가 희생한 만큼 아이도 내가 원하는 것을 완벽히 해내길 바라게 된다는 것이다. 엄마로선 당연한 심리일지 모르지만, ‘독립적 존재’인 아이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일 수 있다. 그래서 보상심리로 아이를 괴롭히느니, 아이가 좋은 것 먹을 때 엄마도 함께 먹고, 한번쯤은 엄마도 새 옷을 사고 가방도 마음에 드는 걸 사는 게 좋다. 

엄마가 ‘덜’ 해야 할 건 또 있다. 실수하지 않으려는 심리다. 엄마도 당연히 실수를 한다. 그때 실수한 나를 자책하며 비난하지 말고 스스로 다독거리고 위로할 줄 알아야 한다. 엄마도 피곤할 땐 아이에게 쉽게 화를 내기도 하고, 아이의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순간에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옭아매면, 무리가 될 뿐이다.

지칠 땐 부모로서의 삶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엄마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자기 삶에 시간을 투자해보자. 그런 순간에 엄마는 더 성장하고 아이는 그런 엄마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 

자녀의 미술치료를 받았던 엄마 A씨는 새벽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비록 한시간에 불과하지만 온전히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이어서 만족스럽다”면서 “아이가 가끔 숙제 정도만 빼먹어서 되레 고맙다”며 살며시 웃었다.

A씨의 아이 역시 자기만의 시간을 챙기는 엄마를 원망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거리를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 너무 완벽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은 이미 훌륭한 엄마니까…. 

조봄 더 봄 미술치료심리상담센터 소장
therapy5801@naver.com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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