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국내 최초 경형SUV 캐스퍼 출시
광주형 일자리 정책 첫 결실
온라인 사전예약 4만7000대
국내 경차 시장 부활 가져올까

지난 9월 29일 정식 출시된 현대차 ‘캐스퍼’에 소비자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캐스퍼가 국내 경차 시장은 물론 자동차 생산현장의 지형까지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국내 최초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종인 캐스퍼는 ‘광주형 일자리’ 정책에 따라 현대차가 아닌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위탁생산한다. 남다른 의미를 갖고 태어난 캐스퍼는 과연 국내 자동차 산업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국내 최초 경형 SUV 차종인 캐스퍼가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사진=현대차 제공]
국내 최초 경형 SUV 차종인 캐스퍼가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사진=현대차 제공]

국내 최초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종인 ‘캐스퍼’의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캐스퍼는 지난 9월 25일 사전예약 대수 4만7000대를 넘기며 일찌감치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지난 29일  캐스퍼를 정식 론칭한 현대차는 10월 초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캐스퍼 함의❶ 경차의 부활 = 캐스퍼의 인기 조짐이 반가운 이유는 국내 경차 시장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에서다. 2020년 국내 경차 판매량은 10만대를 채 넘지 못했다. 한때 20%까지 치솟았던 경차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7%까지 추락했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무엇보다 국내에 출시되는 경차 종류가 대형 SUV나 일반 세단 모델에 비해 훨씬 적어 소비자의 선택지가 좁다. 자동차 제작사들이 판매 수익이 적은 경차를 연구 · 개발하는 데 힘을 쏟지 않은 게 나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각종 인센티브 정책이 전기차 · 수소차 등 친환경차에 몰린 것도 경차를 시장에서 밀어냈다.

이런 점에서 캐스퍼의 인기는 경차를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모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캐스퍼가 ‘경형 SUV’란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기존 경차 시장과는 또다른 ‘소형 박스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스퍼 함의❷ 새로운 일자리 = 캐스퍼의 출시가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는 또 있다. 캐스퍼가 국내 첫 노사 상생형 고용 시스템인 ‘광주형 일자리’의 첫 결실이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완성차 업계의 고임금 · 저생산성 구조를 탈피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일자리 모델이다.

캐스퍼는 광주 빛그린 산업단지에 둥지를 튼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위탁생산하고 있는데, 그 배경이 바로 ‘광주형 일자리’다.


이 때문에 캐스퍼를 생산하는 GGM 광주공장의 미래는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 공장은 23년 만에 국내에 지어진 완성차 공장인 만큼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표적인 게 ‘혼류생산’ 시스템이다. 지금은 캐스퍼 한 차종만 생산하고 있지만 향후 다른 차종의 생산이 가능하도록 생산라인을 유동적으로 개조할 수 있다.

가령,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엔진 대신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필요한데, GGM 광주공장에선 생산라인을 조금만 손보면 시간 ·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 향후 친환경차 생산 공장으로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GGM 광주공장은 노사 관계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곳에는 노동조합도, 연공서열도, 판매 대리점도 없다. 광주형 일자리의 4대 원칙(▲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협력업체 간 동반성장 ▲소통 · 투명경영)에 기반해 임금은 기존 완성차 업체의 절반 수준으로 설정한 대신, 광주시와 정부가 주거 · 의료 · 교육 등의 후생복지를 지원한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군산형 일자리, 대구형 일자리 등 각종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캐스퍼의 흥행몰이는 단순히 한 차종의 성공을 넘어 업계 전반의 쇄신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캐스퍼 함의❸ 혁신적 판매방식 = 캐스퍼의 인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캐스퍼는 국내 완성차 기업이 출시한 신차 중 최초로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접촉 · 비대면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온라인 판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판매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전면적인 시행을 밀어붙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캐스퍼의 온라인 판매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비대면 채널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비대면 채널 교두보

캐스퍼의 성공은 기존의 자동차 판매와는 완전히 다른 함의를 갖는다. 경차 시장의 확대, 자동차 생산현장의 혁신과 노사관계의 재정립, 온라인 판매를 통한 산업의 확장 등은 미래차 시대를 준비하는 자동차 업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아울러 GGM 광주공장의 발걸음도 눈여겨봐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첫 결실을 맺은 만큼 앞으로 GGM 광주공장이 안정된 판매망을 구축하고 새로운 위탁 차종을 확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의 기대치를 충족한다면, GGM 광주공장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활약하는 국내 대표 공장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정리=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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