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음료 문화

한국처럼 커피를 좋아하는 나라는 드물다. 인구 한명당 연 350잔 넘게 커피를 마신다고 하니, 대단하다. 특히 ‘아이스커피’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 중 하나다. 반면 중국인은 여전히 뜨거운 차茶를 즐긴다. 중요 회의 석상에선 차가 빠지지 않고, 그 차를 마시며 관계를 맺기도 한다. 오늘은 한국의 커피와 중국의 차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한국인은 ‘아이스커피’를 좋아하지만 중국인은 여전히 뜨거운 차를 즐긴다.[사진=뉴시스]
한국인은 ‘아이스커피’를 좋아하지만 중국인은 여전히 뜨거운 차를 즐긴다.[사진=뉴시스]

한국인은 어떤 음료를 가장 좋아할까. 한국의 ‘연령대별 음료 선호도 빅데이터’를 보면, 10대에서 50대까지 가장 좋아하는 음료 1위는 아메리카노, 2위는 카페라테(2019년·스타벅스커피코리아 발표자료 기준)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커피 순위는 정반대다. 2019년 발표된 티몰과 CBN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한해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마신 커피는 일반 라테(포장배달 커피 기준)였다. 2위는 모카를 따돌리고 아메리카노가 차지했다. 

한국은 커피를 사랑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2018년)에 따르면 한국인은 한명당 연 353잔의 커피를 마신다. 중국은 커피시장이 연간 20%씩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중국인 한명당 마시는 커피는 연 5잔에 불과하다(중상정보왕 2018년). 중국인들은 여전히 차茶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음료의 온도다. 한국은 커피 중에서도 ‘아이스 커피’를 특히 좋아한다. 하지만 필자가 중국에 체류할 때 중국 친구들이 한국인들처럼 아이스 음료를 주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중국식당에서 맥주를 주문하면 종업원은 원하는 맥주의 브랜드를 먼저 물어본 후 “상온으로 드릴까요, 찬 맥주를 드릴까요”란 질문을 종종 덧붙인다.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필자가 타오싱즈교육기금회 사무실을 방문할 때마다 추이주잉崔祖瑛 회장은 항상 차를 대접했다. 절차는 대략 이렇다. 유리컵에 찻잎을 듬뿍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그러면 찻잎이 우러나오면서 조금씩 가라앉아 차를 즐길 수 있다. 잔이 비면 뜨거운 물을 다시 부으면 된다. 추이주잉 회장의 뜨거운 차는 여름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에어컨으로 시원해진 사무실에서 마시는 차는 여전히 뜨거워야 제맛이었다. 

중국의 회의실에 들어서면 차를 마실 수 있는 도구가 언제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회의를 주도하는 주최자가 그 자리에 앉아 찻물을 끓이고 찻잎을 우린다. 찻잔이 모두에게 나눠지고 주최자는 차를 따라준다. 그러는 사이 부드러운 관계성이 만들어지고 어색한 분위기가 따뜻하게 녹는다. 그리곤 찻잔은 비워지는 대로 즉시 채워준다. 이는 공동체적인 나눔의 정서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친구와 차를 나눈다는 점에서 다기茶具는 소중한 물건이다. 귀중한 손님이 오면 귀중한 차를 내는 것만큼 아끼는 다기를 꺼낸다. 필자가 둥베이東北의 친구를 난징南京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다기 세트를 직접 들고 와서 함께 차를 나눈 적이 있다. 차가 친구와의 관계성에 쓰이는 만큼, 각 다기도 이름과 의미가 있다. 

그때 둥베이 친구가 들고 와서 필자에게 선물하고 떠난 찻주전자는 ‘서시후西施壺’라고 하여 중국의 4대 미인인 서시를 상징한다. 아마도 그날 둥베이 친구는 한국에서 온 친구를 위해 아름다운 중국의 미인을 소개해 준 것이었으리라.

중국인들이 즐기는 차도 유행이 있는 듯하다. 10년 전 중국을 다닐 때는 주로 보이차普茶를 마셨다. 그러다가 한 5년쯤 전에는 감귤 안에 보이차를 넣은 감보차柑普茶가 유행하다가, 3년쯤 전에는 백차白茶를 권하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가까이 중국을 가지 못했는데, 지금도 중국에선 친구들이 차를 중심으로 어울리고 있을 것이다. 

중국 친구들이 차를 나누며 한국의 문화를 물어올 때, 필자는 ‘한국은 커피의 나라’라고 답한다. 한국이 커피를 마셔온 역사는 벌써 100년이 넘고 커피전문점 시장의 규모도 세계 3위를 달리고 있으니, 당당히 커피가 한국의 문화라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중국이 ‘차의 나라’이듯 말이다.  

임형택 타오싱즈교육기금회 한중우호대사
taoxingzhi@naver.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