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유럽연합 환경 규제 드라이브
전기차 시대로 향하는 과도기
중요한 건 내연기관차 ‘연착륙’

최근 주요 자동차 시장인 유럽연합(EU)이 수입 품목의 탄소배출량을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내연기관차의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로 향하는 ‘과도기’에서 내연기관차가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 아울러 운전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지난 14일 유럽연합에서 강력한 환경 규제 정책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유럽연합에서 강력한 환경 규제 정책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전세계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친환경 미래차’ 만들기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친환경차를 향한 자동차 업계의 발빠른 움직임 뒤에는 유럽연합(EU)ㆍ미국 등이 추진하는 강력한 환경보호정책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4일 EU에서 발표한 ‘피트 포 55(Fit for 55)’ 정책을 꼽을 수 있다. ‘피트 포 55’는 2030년까지 EU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수준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운송 분야의 탄소배출량을 현시점 대비 90% 저감하겠다는 게 골자다.    

아울러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수입 품목에 부과하는 일종의 환경부담금이다. 탄소집약도가 높은 내연기관차의 경우, 탄소국경세 도입만으로 대對 유럽 수출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로선 여러모로 전기차의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란 얘기다. 

문제는 EU의 환경 기준을 충족하려면 전기차를 늘리는 한편 내연기관차의 탄소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내연기관차의 비중은 95.8%에 달한다. 아직까지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훨씬 많다는 거다. 그렇다고 내연기관차 운전자들을 한꺼번에 전기차로 전환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내연기관차에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비를 끌어올리는 신기술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조금씩 줄여나가자는 거다. 시장에서도 연비를 개선하는 각종 기능성 제품ㆍ장치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자동차의 실린더나 피스톤 등에 붙은 탄소 찌꺼기를 제거하는 연료첨가제, 배기구의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해서 연비 개선에 도움을 주는 공기정화장치가 대표적이다.  

냉각수에 넣는 기능성 첨가제도 운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연비는 냉각수의 성능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엔진에서 발생한 열을 빠르게 방출할수록 자동차의 연비가 높아지는데, 냉각수가 엔진열을 식히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냉각수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순수한 물로만 이뤄지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여름철 부식이나 겨울철 동파 위험에 대비해 물과 부동액을 절반씩 섞어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다 보니 완전히 물로만 채울 때보다 냉각수의 기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존재했다. 이런 측면에서 냉각수 첨가제는 엔진열을 빠르게 식히고, 연료의 완전연소를 유도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기능성 제품과 함께 자동차에 장착하는 ‘친환경 부품’도 주목받고 있다. 그중 공회전제한장치(ISG)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공회전제한장치는 운전자가 주행 중 일정 시간 정차할 경우 자동으로 엔진의 작동을 멈추게 하는 장치다.

불필요한 공회전만 줄여도 탄소배출량을 저감하는 효과가 있어 최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에 공회전제한장치를 기본 옵션으로 도입하는 추세다.[※참고: 서울시에 따르면 시에 등록된 차량 300만대가 하루 공회전을 5분만 줄여도 연료비는 789억원, 탄소배출량은 9만3000톤(t) 감소한다.] 

차량출력증강장치도 빼놓을 수 없는 친환경 부품이다. 자동차에서 전기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각종 장치(에어컨ㆍ전조등ㆍ배터리 등)는 노후화할수록 더 많은 전기에너지를 소모한다. 전력소모량이 늘어나니 연비는 낮아지고 탄소배출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차량출력증강장치는 전기에너지가 차 구석구석에 오랫동안 공급될 수 있도록 만들어 자동차 내부 전기ㆍ전자 장치의 전략소모량을 줄이고 연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처럼 연비 개선과 탄소배출량 감축에 효과가 있는 장치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2400만대의 내연기관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내연기관차 운전자들의 관심과 노력 없이는 환경 개선을 위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얘기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친환경 기술과 함께 내연기관차 운전자들이 전기차로 향하는 과도기를 현명하게 통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정리=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