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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걸의 有口有言] 김기식과 내로남불

기사승인 [284호] 2018.04.17  08: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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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 필요

▲ 흑백논리, 진영논리가 여론을 주도한다. 그 틈새를 내로남불이 파고들면서 사회가 혼탁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여러분이 갖고 있는 무기를 내려놓길 바랍니다. 그것들은 여러분이나 인류를 구하는 데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독일 나치가 영국을 점령하기로 결정한다면, 여러분의 조국을 비워줘야 합니다. 그들이 영국인에게 피신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들 손에 학살당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마하트마 간디(1869~1948년)가 1942년 영국인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보고 눈을 의심할 정도로 놀랐다. 무기를 내려놓고 침략자에게 항복하라니 제정신인가. 간디는 전쟁으로 피를 흘리기보다 차라리 나치가 세계를 지배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만일 영국인들이 간디의 조언대로 무기를 내려놓았다면, 나치는 세계의 모든 민주주의를 굴복시키고 모든 유대인을 학살한 뒤 세계를 지배했을 게다. 비폭력 평화를 절대적 가치로 믿었던 간디라지만 그의 글은 용납하지 못할 ‘망언’에 가깝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로 꼽히는 링컨은 사실 이중적인 인물이었다. ‘연방탈퇴는 악’이라며 의회 동의도 없이 남부를 침략했다.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1만3000명을 투옥했다. 전쟁에 비판적인 신문사 수십곳엔 군대를 보내 인쇄기를 파괴했다. 정당한 토지보상을 요구하는 인디언 시위대 39명을 일시에 처형하기도 했다.

성군 세종대왕은 사실 흠결투성이 인물이었다. “중국 황제의 신하에 불과한 조선의 왕이 어찌 ‘천제’를 지내겠느냐”며 수천년 이어져온 기우제를 중단할 만큼 철저한 사대주의자였다. 세종은 ‘어머니가 노비면 자식도 노비’라는 종천법을 만들었다. 종천법은 조선 인구의 30~40%를 노비로 전락시켰다. 평민들에게 세종은 폭군으로 비쳤을지 모른다.

마하트마 간디나 링컨이나 세종대왕을 아무도 폄훼하지 않는다. 비폭력운동을 이끌고, 노예를 해방시키고, 훈민정음을 창제한 뛰어난 리더십과 당대가 요청하는 대의명분을 쥐고 있어서다. 신神 아닌 인간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흠결이 많음에도 역사 속의 큰 어른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 어른은 없고, 나이든 사람만 많다. 전직 대통령 2명이 감옥에 있는 나라다. 정치인, 기업인, 예술가 할 것 없이 사회지도층 인사 중 성한 사람이 드물다. 관용이 있어야 할 자리에 분노와 응징이 대신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관용의 ‘관’자만 꺼내도 적폐세력으로 손가락질 받을 분위기로 흘렀다.

자신과 같은 생각이 아니라면 공존할 수 없다는 흑백논리, 이념에 따른 진영논리가 여론을 주도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대로 자기편에는 한없이 관대하면서도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어쩌면 우리는 예수나 석가모니 같이 완벽한 사람을 찾는지 모른다. 조그만 흠결만 있어도 참지 못한다. 그 당시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평가하지 않고, 지금의 눈으로 보고 함부로 매도한다. 지난 정권에 얼마나 협력했는가를 기준으로 인물을 평가하는 ‘적폐지수’까지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다.

상대방의 도덕성은 맹렬히 질타하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럽다. 아마 진보의 위기는 이런 위선僞善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면서 시작될지 모른다. 최단명 금감원장이라는 오명을 남김 채 사퇴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출신 청와대 참모들은 언론이나 야당의 비판을 냉철한 현실인식과 자기점검의 기회로 삼기는커녕 중상모략이자 음모라고 맞불을 놓는다.

20세기 위대한 한국인들은 대부분 친일과 용공이라는 덫에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면 중국 인민해방군가(팔로군행진곡)와 중국인의 아리랑으로 불리는 연안송延安頌을 작곡한 정율성이나 작곡가 윤이상 선생은 북한 공산당과 가깝다는 이유로 진영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이다. 이념적인 성향과 음악적인 평가를 분리할 수는 없는 것일까. 과도한 추앙이나 비난 대신 음악적인 잣대로만 그들을 보자는 얘기다.

영화 ‘동막골’에서 촌장의 부재를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어른이 없는 나라 대한민국은 이정표 없이 항해하는 쪽배 처지다. 중국이 모택동에 대해 ‘공功7 과過3’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영논리를 떠나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과거지향적인 비판이나 역사지우기 대신 미래지향적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진영논리에 따른 지나친 매도는 누워서 침 뱉기다. 과거는 이미 흘러간 ‘다른 나라’라고 생각해야 한다. 어른이 없는 나라에는 희망 또한 없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윤영걸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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