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저자에게 묻다(22)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 저자 하승주

“한국 부동산은 폭락하지 않는다.” 부동산 대폭락론이 기승을 부리면 보수 진영은 목청을 높여 가면서 이렇게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부동산 대폭락이 불가능한 근거다. 보수 진영은 애써 외면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한국 부동산이 튼튼했던 이유는 참여정부의 강한 규제책 덕분이었다. 하승주(47)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문재인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정책은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하승주 소장은 “당시 숱한 비판을 받았던 참여정부의 DTI, LTV는 부동산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평했다.[사진=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 제공]

✚ 8ㆍ2 부동산 대책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효과가 있을까요?
“두가지 비판이 있더군요. 하나는 ‘너무 빨리 나온 정책’이라는 비판, 또 하나는 ‘공급 늘리기 정책은 없고 수요억제책만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이죠. 사견私見을 말하라고 한다면 ‘잘 된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싶어요. 부동산은 필수재이면서 자산재이기 때문이죠.”

✚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세요.
“자산재는 투자자산의 개념과 상통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8ㆍ2 대책은 투자자산에 광풍이 불기 전에 잘 막은 정책이라고 봅니다. 투자자산에 불이 붙으면 쉽사리 끌 수 없습니다.”

✚ 이번에 나온 신新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부동산에 적용할 가계부채 절감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8ㆍ2 부동산 대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책으로 보입니다. 새롭기보다는 기존 부동산 정책의 보완적 의미가 더 커 보입니다.”

✚ 엄밀히 말하면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데, 이 책을 저술한 이유가 뭔가요?
“저는 부동산을 업으로 삼고 있지도 않고, 부동산 관련 학위를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를 두루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동산이라는 주제를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보려고 했습니다.”

✚ 넓은 시각은 무엇인가요?
“대한민국 가계자산의 80%가 부동산으로 이뤄져 있고, 정권의 핵심적인 쟁점사안으로 늘 부동산이 꼽히고 있습니다.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볼 수밖에 없죠. 부동산이라는 주제를 우리나라 경제의 큰 틀에서 읽으면서, 정치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는지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 일부 전문가의 말과 달리 한국 부동산에서 ‘대폭락’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무엇보다 한국 부동산은 대폭등한 적이 없습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의 부동산 가격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딱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크게 오른 적이 없었으니 크게 내릴 일도 없었던 겁니다.”

✚ 시장의 상황이 한국 부동산에 유리했기 때문에 대폭락이 없었다는 주장은 단견短見 아닌가요?

“물론 그것만이 아닙니다. 정부의 대응도 훌륭했죠. 특히 참여정부 시기는 전세계적으로 유동성 과잉의 시기였고, 부동산 급등기였습니다. 그 당시에 부동산 안정책을 취한 나라가 거의 없었던 이유죠. 거의 유일하게 우리나라가 온갖 비난과 조롱에도 안정책을 밀어붙였습니다. 이것이 금융위기 이후의 부동산 대폭락기에 한국이 안정적일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응도 적절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매우 공격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쓰면서 부동산 급락사태에 대응했습니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인정해야


✚ 그럼에도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말이 많습니다.
“사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대응책을 편 나라였습니다. 당시 어떤 나라도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를 그렇게 공격적으로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보유세 인상’ ‘거래과정 투명화’ 등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정권이 바로 참여정부입니다.”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와 궤를 함께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 소장의 설명 대로라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어받으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봅니다. 정부는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갖고 있을 겁니다. 아직까지 금융대책만을 발표한 것인데, 세금 관련 정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죠. 지금은 속도조절 중이라고 봅니다.”

✚ 부동산이 대폭락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인적인 대응은 불가능합니다. 부동산 대폭락이라는 말은 경제가 엄청난 위기상황으로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1997년 IMF 사태를 생각하면 됩니다. 그때 개인이 무엇인가 대응한다는 것이 가능했나요? 자산가격의 폭락사태는 대부분 디플레이션 상황입니다. 현금 보유가 답이겠지요.”

✚ 한국만의 독특한 부동산 제도인 전세 제도는 어떤 형태로 수정ㆍ보완하는 게 좋을까요?
“지금의 전세 제도는 갭투자자에 의해 유지되고 있습니다. 세입자에게 매우 불리한 구조죠. 전세가와 매매가가 거의 일치하는 수준까지 올라갔을 땐 전세금을 내느니 그냥 매입을 하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쪽으로 정책이 강화된다면, 오히려 전세 소멸은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세입자 권리가 강화된다면 갭투자는 더욱 힘들어지니까요.”

▲ 하 소장은 “살고 싶은 집을 발견했다면 대출금리와 월세를 비교하라”고 조언했다.[사진=뉴시스]

✚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전세가 유지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집값이 꾸준히 올랐고, 금리가 높았고, 은행 대출이 어려웠다는 점이죠. 전세를 놓는다는 것은 그 돈으로 또 다른 부동산에 투자를 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요즘 말로 갭투자가 가능한 시스템이었죠.”

✚ 부동산 가치를 가늠하는 두가지 지표는 무엇인가요?
“딱 하나로만 말한다면 ‘임대수익률’입니다. 부동산의 가격은 그 부동산이 얼마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고, 그것이 바로 임대료로 표현됩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덧붙이자면 ‘시장금리’입니다. 시장금리와 임대수익률을 비교하면 부동산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시장참가자들이 부동산에 거는 기대가 임대수익률과 금리에 반영이 돼 있는 셈이죠.”

✚ 인구변화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거라고 예측하는 경제학자들이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당연히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길지, 다른 단기적인 요인을 얼마나 억누를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입자 위한 환경 만드는 게 상책

✚ 부동산 임대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지금보다는 임대료가 올라갈 겁니다. 하지만 집주인들의 비상식적인 갑질이 크게 줄고, 세입자의 권리도 잘 보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좀 더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한 쪽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 주택시장이 곧 크게 변한다면 부동산 투자의 최고 타이밍은 언제일까요?
“주택시장의 대변화는 투자의 영역이 아니라 임대시장에서 일어날 겁니다. 부동산 투자의 최고 타이밍은 각 개인에게 부동산이 필요하고, 자금계획이 잡힐 때입니다. 시장의 타이밍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너무 비쌀 때 사지 않고, 너무 쌀 때 팔지 않을 정도의 판단 정도만 가능할 뿐입니다. 만약 살고 싶은 집을 발견했다면 대출금리와 월세만 비교해 보면 됩니다. 월세를 내는 것보다 금리가 낮다면 사는 것이 좋겠죠.”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