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 반도체 호황 끝나면…

▲ 반도체의 호황이 끝나면 우리나라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서다.[사진=아이클릭아트]
“2019년엔 반도체 거품이 꺼질 것이다.” 초호황기를 맞고 있는 반도체 산업이 머지않아 주춤할 거라는 전망이다. 이 전망이 적중할지 틀릴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경제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도체가 한국경제를 떠받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도체, 그다음이 필요할 때다.

‘37.8%’. 코스피 상장사(12월 결산법인) 전체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두 기업의 영업이익 비중이 24%가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상당부분을 반도체 산업이 이끌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의 배경엔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기가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은 전년 대비 각각 47%, 37.6%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선 유례없는 호재를 맞은 셈이다.

결과 역시 눈부시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14조원여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고 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3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역대 최고 실적이자, 전년 동기 대비 약 6.7배나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여기엔 상당한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일부 업종에 기댄 경제 성장은 위험하다는 점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경제를 일부 산업이나 기업이 주도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그 산업이 불황을 겪을 경우 뒷받침해줄 만한 산업이 없으면 고스란히 그 나라의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이 이와 상당히 흡사하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을 제외한 산업들은 여전히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역수지를 살펴보면 문제점이 더 선명해진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반도체를 제외한 무역흑자는 약 24조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무역흑자인 42조원과 비교했을 때 크게 쪼그라든 수준(감소폭 43%)이다.

하지만 반도체를 포함한 전체 무역흑자의 감소폭(전년 동기 대비)은 4.8%에 그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가 우리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라고는 얘기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반도체 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들이 힘든 상황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기가 머지않아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18년부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규모가 줄어들 것이다(IHS마킷).” “2019년엔 반도체 호황이 끝날 것이다(가트너).”

호황을 맞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1~2년 안에 내리막을 걸을 거라는 전망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4차 산업시대가 다가오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어 호황을 불러왔는데, 이제는 공급부족 문제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년 후 반도체 업황 어떨까

남대종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2018년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데, 수율을 잡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업체들도 그동안 설비를 늘려왔기 때문에 공급 문제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수요가 뒷받침될 것이냐는 점인데, 그렇지 못하다면 호황이 움츠러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반도체 호황기가 끝난 후 한국경제다. 조경엽 연구실장은 “현재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이 경제 전반을 주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현재 호황을 맞은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벗어나려면 산업 전반이 다각적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대내외 상황이 여의치 않은 지금으로선 어려운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장을 계속 이어나갔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외수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반도체 산업에 국한된 얘기다. 국내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외 산업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이 주춤했을 때를 대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희망은 있다. 내수다. 내수경기가 살아난다면 반도체 호황이 끝나더라도 버틸 여력이 생긴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위시로 세계 실물경제가 회복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개도국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면서 “내수만 개선된다면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도 상황이 나아질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부채는 1388조원까지 쌓였고,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 7월 111.1에서 두달 연속 하락하며 107.7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산업이 초호황기를 맞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다.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리스크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반도체가 힘이 빠질 것에 대비해 ‘대체자’를 만들어 한다는 얘기다. 늦을수록 리스크는 더 무서워진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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