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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 경영권은 전문경영인이 승계해야

기사승인 [256호] 2017.09.20  19: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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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재의 人sight | 남승우 풀무원 총괄사장

국내의 대표적인 유기농 식품 기업 풀무원의 남승우(65) 총괄사장이 올해 말 퇴진한다. 33년 전 풀무원을 설립해 매출 2조원대의 중견기업으로 키운 후 3년 전 예고한 대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다. 그는 상장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전문경영인에게 하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 남승우 풀무원 총괄사장은 “기업을 상장해놓고 가족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면서 “가족 승계를 하려면 애초에 상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1년 연속 선정, 대한민국지속가능성지수(KSI) 7년 연속 종합식품부문 1위, 한국표준협회 대한민국좋은기업 3년 연속 종합식품부문 1위, 한국능률협회 2016 한국의경영대상 사회가치 최우수기업, 2016 한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매출액 2조300억원을 달성한 풀무원이 그동안 작성한 기록이다. 풀무원은 ‘갓뚜기’ 소리를 듣는 48년 역사의 종합식품 기업 오뚜기과 더불어 지난해 ‘2조 클럽’에 진입했다.

국내 첫 유기농 식품 기업인 풀무원이 거둔 빛나는 성과는 1984년 이 회사를 설립해 줄곧 경영해온 남승우 총괄사장의 경영 성적표이기도 하다. 남 사장은 3년 전 자신이 한 결심에 따라 올해 말 회사를 떠난다.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는 것이다. 34년 만에 오너 경영도 막을 내린다. 13일 남 사장과 서울 광평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 유기농 식품 회사로 출범해 32년 만에 매출액 2조원을 달성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아쉽습니다. ‘디파인 풀무원 5’. 본래 은퇴할 때 매출액 5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목표의 40%를 달성하고 물러나는 셈이죠. 재임 중 꼭 이루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 돼 결국 포기했습니다.”

✚ 연말이면 경영권을 이효율 풀무원식품 대표가 승계하나요?
“3년 전 65세에 은퇴하기로 마음먹고 최고사업책임자들 중 이 대표를 후임자로 골랐습니다. 가장 큰 사업을 맡고 있었고 가장 어려운 해외사업을 담당해 지난 3년간 적자를 개선해 왔죠. 물론 이사회에서도 미리 논의를 했습니다.”

✚ ‘후계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프로세스를 거쳤습니까?
“이효율 대표가 다음 후계자를 뽑을 땐 그런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할 겁니다. 이사회에서 심의하고, 후임자선정위원회를 만들어 면접도 하고 보상위원회도 열어야겠죠.”

남 사장은 9월 들어 CEO 인수인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사업 분야 회의에 이달부터 이 대표가 배석한다. 내년도 사업 계획을 확정해 12월 1일 발표할 무렵 공식 이사회에서 그를 2018년 총괄 CEO로 선임하는 절차를 밟는다. 남 사장도 사직서를 제출한다. 이 대표의 후계자 선임은 물론 남 사장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 경영권 승계에 다른 변수는 없습니까?
“이 대표 본인의 ‘유고’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없습니다.”

남 사장은 3년 전부터 이 대표와 해외 출장을 갈 때 서로 다른 비행기를 탄다고 했다. 비행기 추락 사고에 대비한 동선 분리다. 그는 해외 법인이 있는 미국, 일본, 중국에 두달에 한번꼴로 출장을 다닌다.

✚ 그런데 왜 65세입니까?
“글로벌 기업 CEO들이 대부분 65세에 은퇴합니다. 은퇴하기 적당한 때 같습니다. 이만큼 나이가 들면 열정도 기민성ㆍ기억력도 떨어집니다.”

그는 고령에도 내가 잘할 수 있다는 건 본인의 착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리더가 나이 들어 엉망이 된 건 역사가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내년에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 1년에 댓번 회사에 나오게 될 거라고 그는 말했다. 스스로 정한 나이에 은퇴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복이다. 임명직으로서는 누릴 수 없는 특권이다. “정치인이야 업무량이 많지 않아 그 나이에도 할 수 있을지 모르죠. CEO는 과중한 업무량 때문에도 어려워요.”

▲ 지난해 3월 4일 충북 괴산 ‘로하스아카데미’에서 열린 ‘2016년 풀무원 베스트 파트너스 데이’에서 남승우 총괄 CEO(가운데)가 협력기업 대표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풀무원 제공]

✚ 전문경영이냐 오너경영이냐는 경영학에서 대표적으로 답이 없는 문제라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답이 없죠. 하지만 풀무원은 개인 회사가 아니라 상장한 기업입니다. 개인 기업은 오너 승계냐 전문경영인 승계냐가 이슈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상장기업은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전문경영인 승계죠. 말 그대로 퍼블릭 컴퍼니 아닙니까? 이 문제로 고민할 이유가 없어요. 상장기업을 하면서 가족에게 경영권을 승계시키려니까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가족 승계를 하려면 애초에 상장을 하지 말아야죠.”

비상장기업은 가족 경영이 유리

그는 비상장기업은 가족 경영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CEO가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강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선진 외국도 개인 기업은 가족이 경영하는 데가 많습니다. 반면 특수한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상장기업은 전문경영인이 경영합니다. 오너경영을 하든 전문경영인이 하든 인재를 널리 구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인사도 마찬가지죠. 매니지먼트와 거버넌스를 구분해야 합니다. 나라를 지배하는 건 국민이고 대통령은 경영을 하는 거죠.”

✚ 옥중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1심에서 5년의 실형이 선고 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올릴 거라고 하더군요. 이 사건의 시사점이 뭐라고 보시나요?
“안됐습니다. 과거에 하던 대로 한 거죠. 언론에 보도되고 문제가 되니까 시범 케이스로 걸려든 겁니다. 어쨌거나 과거의 경영방식, 거래관계 등 관행과 결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거예요. 본인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한국사회로서는 좋은 방향을 잡았습니다. 앞으로 대통령이 무슨 재단을 만든다고 돈을 내라고 하면 기업인들이 내겠어요?”

풀무원이 지난 30여년 순항만 한 건 아니다. IMF 체제 당시엔 부도 위기를 겪었고 약 300명의 직원을 내보내야 했다. 부도가 내일 나느냐 모레 나느냐 하던 때라 모두 퇴직금 받고 군말없이 떠났다. “저 역시 부도가 나면 전 재산을 차압당할 텐데 어떻게 직장을 구하나 했습니다. 어디든 들어가면 월 200만원은 받지 않을까 했던 기억이 납니다.”

✚ IMF 체제 같은 외생변수는 대비가 불가능합니까?
“불가능합니다. 그게 이런 데인저(danger)와, 준비하면 대처할 수 있는 리스크의 차이죠. 캐시플로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사후적으로 얻기는 했지만.”

IMF 체제 직후 풀무원은 단체급식 사업을 하는 한솔의 씨엠디를 인수해 푸드 서비스업에 진출한다. 제안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5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비싸게 샀다는 소리를 들은 이 회사는 그 후 전문 외식, 시설 및 자산 관리, 라이프 케어 분야에 진출, 종합 생활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변신했다. 매출액이 5000억원대에 이르는 풀무원의 주력 기업이 됐다. 풀무원이 2조 클럽에 가입하는 데 크게 기여를 했음은 물론이다. 남 사장은 “이런 성공을 거둔 건 경영을 잘했다기보다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지난 3월 30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린 ‘2017 풀무원 열린 주주총회’에서 남승우 총괄 CEO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풀무원 제공]

미국에서는 현지 업체 두곳을 인수했는데 공격적으로 투자했지만 상당한 적자로 몇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사업의 속성을 확실히 몰랐어요. 해외에 나갈 땐 컨설팅 회사 말만 들을 게 아니라 해당 사업과 시장을 명확히 이해를 해야 합니다. 식품 쪽은 법적 규제 말고도 현지의 문화와 관습, 유통거래 관행 등을 잘 알아야 합니다.”

✚ 컨설팅 회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요?

“컨설팅 회사는 일종의 훈수꾼입니다. 아이디어를 얻는 정도로 활용하고, 결국 실행은 컨설팅을 의뢰하는 회사의 몫이죠. 결국 내 실력이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면 컨설팅 회사의 훈수야 들어야죠. 훈수도 안 듣고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 다음 해외 진출지는 어디인가요?
“비교적 가까운 베트남입니다. 내년에 냉장식품을 중심으로 진출합니다. 인도네시아, 인도, 남미, 유럽 등 시장이야 많죠.”

중국 현지법인 푸메이뚜어식품은 지난해 글로벌 유통사인 월마트샘스클럽이 주는 최우수공급상을 받았다. 이에 앞서 2009년 상하이에 두부공장을 지었을 땐 합작 파트너가 깡패 몇십명을 동원해 51%의 지분을 보유한 풀무원측 인력을 쫓아냈다. 이 사건은 2012년 홍콩중재법원에서 풀무원의 승소로 판결이 났지만 중국 법원이 승소 판결에 대한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기업 조직이 군대라면 해외시장 개척은 군대의 해외 원정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상 원거리 원정에 성공한 사람이 알렉산더와 칭기즈칸 두사람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해외 시작 개척이 어렵다는 거죠. 네슬레, 다농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해외사업에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데 평균 10년 걸렸습니다. 우리도 그렇겠죠.”

✚ 풀무원의 신성장 동력은 뭔가요?
“프레시 레디밀 같은 메뉴 제품, 푸드 서비스, 비식품 및 생활용품입니다.”

✚ 라면사업은 어떻게 돼 가나요?
“세번째 도전인데 잘하고 있습니다. 더 성장하는 건 별개의 문제지만 교두보는 확보한 거 같습니다. 일정한 수준으로 외형이 커질 때까지는 적자가 나겠죠.”

✚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나요? 한국 경제를 위해 고언을 해 주시죠.
“저는 잘 되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한국 경제가 앞서가려면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 식품 쪽도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높나요?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에서 전방위로 정말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대금 결제까지 거래는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물건만 오프라인으로 받는 시대예요. 그런데 30년 전 들여온 슈퍼컴퓨터보다 10배 빠른 컴퓨터를 전 소비자가 휴대합니다. 15년 전 하버드와 MIT 교수들이 미래에 없어지지 않을 직업으로 트럭 운전사를 꼽았는데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직업적인 운전사들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습니다.”

✚ 은퇴 후 뭘 하실 생각인가요?
“풀무원이 설립한 연구재단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려고 합니다. 넓은 의미의 인간학이라고 할 수 있죠. 3년 전 착수했고 지난 2년 간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열심히 연구해 나중에 누군가 저술에 활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싶어요. 저는 한 인간으로서 ‘내가 왜 이럴까’ 하는 궁금증이 많습니다.”

✚ 버킷 리스트는 뭔가요?
“하고 싶은 건 대부분 했습니다. 실크로드 6400㎞를 걸어서 여행하는 것, 한 30일 걸리는 남미 파타고니아 트레킹은 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영화광이다. 주말 조조영화 회원인데 올들어 65세가 된 후 관람료를 할인 받는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지만 장르 가리지 않고 많이 본다. 최근엔 ‘매혹당한 사람들’을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1971년 클린트이스트 출연작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기업 규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 ‘남승우의 인생사용 설명서’ 같은 게 있다면,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을까요?
“후회 없이 긍정적으로 살자. 이기적 동기에서라도 그렇게 사는 게 좋습니다.”

그는 ‘수영장 이론’을 믿는다. 수영장 이론은 그의 인생론이다. 수영장 옆을 지나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대며 배우는 게 수영이라는 것이다. 결혼, 전공 선택, 취업 등 인생에서 중요한 대부분의 결정이 그런 식으로 이뤄진다고 그는 말한다.

법조인이 되고 싶었던 그가 사법시험에 네번 낙방한 후 현대건설에 들어간 것도, 현대건설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번 돈을 투자했다 풀무원 경영을 떠맡은 것도 그로서는 물에 빠져 내린 듯한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에 빠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헤엄쳐 살아남아야 합니다. 왜 나에게 이런 불행한 일이 닥칠까 좌절하고 후회하면 결국 헤어나지 못하고 죽는 거죠.”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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