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층 구입 빈도 높은 품목 물가상승률 가팔라

지독한 불황이다. 가계에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만 크게 오른다. 그렇다고 허리띠를 함부로 졸라 맬 수 있는 건 아니다. 꼭 필요한 소비는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빚만 늘어난다. 서민들 입에서 비명이 저절로 나오는 이유다.

▲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의 물가 상승률이 가파르다.[사진=뉴시스]

독하게 마음먹고 허리띠를 졸라매도 도저히 줄일 수 없는 게 있다. 자녀 교육비다. 불황에도 식을 줄 모르는 우리나라 특유의 교육열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내 자식만 뒤처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교육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사교육이 학생들의 실력을 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솟는 학원비가 무섭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2인 이상 가구가 한달에 쏟는 학원비 평균은 18만9793원. 20년 전엔 9만3089원에 불과했다. 103.8%나 늘었다.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사교육비 증가의 근본 원인인 ‘입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땜질식 대책만 쏟아냈다.

물론 입시 관문을 통과한다고 웃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더 무서운 게 기다리고 있다. 대학등록금이다. 올해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668만8000원. 20년 전과 견줘보자. 1997년에는 평균 407만원이었다. 64.1%나 늘었다. 정치권에서 대선과 총선 때마다 ‘반값 등록금’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걸 떠올리면 허망한 수치다.
 

사회 필수재로 꼽히는 ‘가계 통신비’도 손대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1997년 2인 이상 가구에서 지출한 통신비는 3만8752원. 2017년에는 14만4029원으로 올랐다. 271.7%의 증가율이다.

물론 20년 전과 지금의 통신 환경은 다르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스마트폰이 매년 시장에 나오고, 통화 품질도 5세대(5G) 네트워크를 앞두고 있다. ‘통신비가 늘어난 건 당연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가계통신비가 ‘합리적’인지는 미지수다. 가계통신비 증가에 비례해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인 담뱃값 인상률은 충격적이다. 1997년보다 344.4%(KT&G 디스 기준, 900원→ 4000원)이나 올랐다. 2년 전 박근혜 정부가 담뱃값 2000원을 한번에 올린 탓이 크다. ‘국민 건강 증진’의 핑계를 댔지만 실상은 ‘증세 없는 복지’로 세수가 부족해지자 세금을 더 걷으려는 목적이 컸다.

실제 담뱃값 인상으로 지난해 세수는 5조원 이상 더 걷혔다. 반면 담배판매량은 다시 반등 중이다. 2015년 33억3000만갑이 팔렸던 게 지난해는 36억6000만갑으로 올라섰다.

서민층의 구입빈도가 높은 품목인 건강보험료, 학원비, 대학등록금, 목욕요금, 담배, 쓰레기봉투, 휴지 등의 20년 인상률 평균은 324.9%. 반면 임금노동자의 월급은 같은 기간 61.9% 느는 데 그쳤다. 아무리 벌어도 나가는 돈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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