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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edc18…e359’ 대체 이게 뭡니까

기사승인 [244호] 2017.06.20  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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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 편의를 가장한 기업 위주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외면당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edc1872a22832e8f0fed6534d082e359’. 이게 뭔지 아시겠는가. 예민한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그렇다. 배달앱 탈퇴 인증번호다. 앱 기능이 신통치 않아 탈퇴하려 했더니, 이 암호들을 입력하란다. 고객에게 ‘엿이나 먹어’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기업 위주 서비스의 천태만상을 살펴봤다.

모처럼 여행을 가서 호텔에 투숙한 경험이 있다면 기억을 되살려보자. 며칠을 머물렀을 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매일 타월과 침구를 교환하지 않아도 될까요?” 하지만 궁금한 게 있다. 호텔이 타월과 침구를 교환하지 않는 이유가 진정으로 지구환경 보호를 염려해서였을까. 혹시 세탁 관련 비용을 줄이는 것이 주목적은 아니었을까.

호텔 냉장고에 비치된 에비앙 생수나 작은 위스키 옆에 붙은 메모 역시 마찬가지다. ‘투숙객의 편의를 위해 생수(또는 주류)를 비치해놓았습니다.’ 문구와 함께 만만치 않은 가격표가 붙어있는 경우는 어떤가. 호텔 투숙객을 귀찮지 않게 만들 의도였다면 그냥 호텔 복도에 생수자판기를 설치해 놓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기업은 환경보호를 위해 포장을 없애거나 간소화하고, 소비자를 위해 가격을 할인하거나 사은품을 준다고 홍보한다. 기업의 이익이 우선인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도 고객혜택을 운운하는 예는 이처럼 많다. 혹시 기업의 이익을 고객의 이익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모르거나 착각하고 있어서는 아닐까.

다수의 기업에서 오랫동안 고객서비스 컨설팅을 맡아 온 니콜라스 웹(Nicholas Webb)은 “초연결사회에서 기업의 성공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파악하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고안하는 데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요즘 소비자들에겐 수많은 대안이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진정으로 충족하지 않고는 선택을 받기가 힘들다.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싫어하는 일을 한 기업은 소비자들의 입소문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고객가치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건 아니다. 고객의 행동과 표정을 관찰하고, 직접 ‘원하는 것’과 ‘불편한 것’을 물어보고,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의 대화를 분석하면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고객가치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반대로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면 말뿐인 ‘사이비 고객가치’에만 집중하게 된다. 고객이 기대하는 가치가 아닌 기업이 추측한 고객의 가치에 잘못 초점을 맞추게 되는 거다.

얼마 전 햄버거를 먹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에 갔다가 고객 편의를 위해 1만원 이상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을 해준다는 홍보문구를 보고 배달앱에 가입했다. 앱을 다운로드하고 회원 가입을 하는데 이런저런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했고, 본인인증을 받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6자리의 인증번호를 받아 적어 넣어야 했다.

하지만 정작 설치 후 주문을 했더니 ‘배달 불가능 지역’이라는 문구가 떴다. 탈퇴하려고 했더니 다시 인증번호를 적으란다. ‘edc1872a22832e8f0fed6534d082e359.’ 숫자 1과 영문자 l, 숫자 0과 영문자 o를 수차례 헷갈린 끝에 마침내 탈퇴에 성공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만든 배달앱을 이토록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탈퇴가 괘씸했으면 배달가능지역을 늘리든지. 서비스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실망감과 시간만 낭비했다는 후회, 그리고 괘씸죄에 걸렸다는 억울함까지 더해져 좋아하던 햄버거가 다음에는 예전만큼 맛있을 것 같지 않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김미란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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