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살 뺄 욕심에 눈이 멀면 큰코 다친다.[사진=아이클릭아트]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한 말이다. 작품의 주인공이 자살하자 그것을 모방한 젊은이들의 자살이 급증하면서 생겨났다. 가상의 인물인 베르테르의 죽음을 따랐다는 얘기인데,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한다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드물긴 하지만 자신의 이상형이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경우는 현대에도 존재한다. 죽음이나 자신의 존재를 무겁게 여긴다면 다른 이를 따라 죽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죽음의 모방만큼 심각한 건 또 있다. 다이어트 모방이다. 무차별적으로 나쁜 것만 추종한 결과, 전세계적으로 3만개에 육박하는 다이어트 방법이 생겨났다.

시인 바이런은 식초를 마셔대는 방법까지 만들어냈다. 날씬한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그는 식초를 통째로 마시거나 감자를 절여 먹곤 했다. 하지만 극심한 역겨움 때문에 구토와 설사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식초는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을까.

식초는 아세트산의 일종이다. 농도가 높으면 먹을 수 없어 적당히 조절해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식초다. 아세트산은 알코올이 아세트산 생성균을 산화시켜 만들어지는데, 전통적인 식초 제조법은 막걸리를 공기가 통하는 곳에 며칠 놔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강한 산성 물질인 아세트산을 먹고 지방세포 속의 중성지방이 녹아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유기물질인 중성 지방을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해 궁극적으로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만드는 것은 ‘리파아제’라는 지방분해 효소다. 향신료에 불과한 식초는 리파아제의 생리적 작용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 분해 효과가 없다. 오히려 적당량의 식초는 입맛을 자극해 과식을 유발할 수 있다.

어쨌거나 식초 덕분(?)에 시인 바이런은 창백하고 마른 외모를 유지함으로써 대중들의 인기를 차지할 수 있었고 수많은 젊은이, 심지어 빅토리아 여왕까지 이 방법을 따라했다고 한다. 토하거나 설사를 하는 등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으니 야위는 것은 당연지사다. 유사 이래 영양실조를 유발하는 엽기적 다이어트는 이외에도 아주 많아 일일이 열거가 불가능할 정도다.

플래처리즘이란 또 하나의 다이어트 방법을 보자. 미국의 운동선수 호레이스 플래처가 자신의 이름을 본떴을 정도로 이 방법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자부심 넘치는 그의 발명은, 음식을 충분히 씹어 자양분이 모두 목구멍으로 넘어갔다고 판단되는 순간 입안에 남은 것을 뱉어내는 것이다.

뱉어내는 이유를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한다. “뱉어냈더니 살이 찌지 않더라.” 살 뺄 욕심에 눈이 멀면 왜 뱉어야 하는지에 주목하지 않고 뱉어내는 것에 주목할 것이다. 다음 칼럼에선 플래처리즘의 문제점과 황당 다이어트를 좀 더 알아보자.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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