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닷컴의 생활법률 | 의료소송 어려운 이유

▲ 다이어트 약물이나 식품으로 살을 빼려는 이들이 늘면서 부작용 피해사례도 늘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병원에서 처방한 다이어트 약물 때문에 피해를 입었는가. 어떤가.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 있는가. 피해자 열에 아홉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게 뻔하다. 의료 소송을 제기해 봤자 백전백패일 게 분명해서다. 의료 소송은 왜 피해자에게 어려운 도전일까. 그 단순한 이유를 살펴봤다.

다이어트가 미덕인 시대다. 적당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살을 뺀다면 좋겠지만, 약ㆍ식품ㆍ수술 등에 의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생활패턴이 일정하지 않거나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공을 불문하고 비만클리닉을 병행하는 병원이 늘고, 다이어트용 약물ㆍ건강보조식품 시장이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덩달아 다이어트 약물ㆍ식품의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사례도 늘고 있다. 부작용은 단순히 다이어트 효과가 없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약물중독이나 호흡곤란에 의한 사망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다이어트 피해사례(2012년 기준) 가운데 부작용 피해의 비율이 37.1%로 1위였다.

물론 대부분은 피해자의 과실로 치부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복용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하지만 최근엔 의사가 처방해 준 약조차 무조건 신뢰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향정신성 의약품(일종의 마약류)을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병원들이 적지 않아서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여의사 2명과 간호조무사 2명이 향정신성의약품을 다이어트 약으로 복용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만약 병원에서 처방해준 다이어트 약물이 부작용을 일으켜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자는 병원 측에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일단 의사가 약물의 부작용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설명의무위반’으로, 환자에게 부작용이 생겼는데도 의사가 다이어트 약물 치료를 중단하지 않았다면 ‘주의의무위반’으로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의료 행위는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과 ‘중대한 관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의사(한의사)는 의료행위의 내용을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여기에는 증상의 진단명, 수술(진료) 필요성과 방법ㆍ내용, 설명을 맡은 의사 이름과 수술 참여 의사 이름, 발생 예상 후유증과 부작용, 환자 준수사항 등이 포함된다.

의약품을 투여할 때도 법적 기준을 지켜야 한다. 약사법(제58조)에 따르면 모든 의약품은 사용설명서에 명시된 대로 용법ㆍ용량, 사용 또는 취급 시 주의사항 등을 정확히 지켜 투여해야 한다. 약물 부작용으로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각종 준수사항들을 지켰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통해 의료진의 책임이 확인되면 병원 측에 치료비를 비롯해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첫째, 의료지식이 부족한 환자에게 입증책임이 있어 의료진의 과실을 찬찬히 살펴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할 증거자료를 얻었더라도 치료행위와 부작용간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이 역시 일반인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건 의료인들의 ‘열린 자세’다. 의료 피해자에게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물적ㆍ심적 보상을 해주면 된다. ‘의료지식’ 뒤에 비겁하게 숨는 건 의료인의 자세가 아니다.
이용환 법무법인 고도 변호사 godolaw@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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