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인 | 아버지와 이토씨

▲ 영화‘아버지와 이토씨’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 포토]
심플한 삶을 추구하는 아야(우에노 주리). 그녀는 34살의 나이에도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살고 있다. 아야는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사귀게 된 이토(릴리 프랭키)라는 54살의 남자친구와 한집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20살 연상이지만 따뜻하고 온화한 성격을 가진 이토씨와 단조롭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결혼 후 연락이 뜸했던 오빠의 긴급 호출을 받고 나간 자리에서 당분간 아버지를 모셔달라는 날벼락 같은 부탁을 받게 된다. 깜짝 놀란 아야는 동거남을 핑계로 오빠의 청을 거절하고 돌아온다. 하지만 집에는 이미 아버지(후지 타츠야)가 도착해 짐을 풀고 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선先입주 후後통보에 딸과 동거남 그리고 아버지, 세사람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된다.

불쑥 찾아와 ‘당분간 여기서 지낼 것’이라고 통보한 아버지 때문에 아야의 평화로웠던 일상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서른이 넘어서까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대책 없이 사는 딸 아야가 못 마땅하기만 하다. 여기에 과거를 알 수 없는 남자친구 이토도 맘에 들지 않는다. 딸보다 20살이나 많은 54살의 나이에 초등학교 급식 도우미로 일하는 그의 직업이 특히 탐탁지 않다. 아버지는 함께 살기 시작한 첫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폭풍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하고 급기야 이토의 신상을 조사하는데….

영화 ‘아버지와 이토씨’는 일본에서 제8회 소설현대장편신인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스타 작가로 주목 받고 있는 나카자와 히나코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독자는 물론 언론과 출판 관계자의 호평을 받은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인지 기본이 탄탄하다. 특히 개성 넘치는 등장 인물이 탁구공 튕기듯 주고받는 생동감 넘치는 대사는 관객에게 큰 재미를 선사한다.

여자 주인공 아야는 ‘노다메 칸타빌레’ ‘스윙걸즈’ 등에서 엉뚱 발랄한 매력을 뽐냈던 우에노 주리가 맡았다. 그녀는 아버지와의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를 그려낸 에피소드를 통해 관객의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 낸다. 54살의 이토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으로 국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릴리 프랭키가 연기했다.

그는 아버지와 딸 사이에 낀 가장 불편한 관계인 동거남이다. 하지만 말없이 아버지와 아야의 관계를 이어주면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아야의 평화로운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74세 아버지역은 일본의 대배우 ‘후지 타츠야’가 맡아 열연했다. 그는 캐릭터를 진정성 있게 연기하기 위해 극중 아버지의 고향인 ‘나가노 현長野縣’을 방문했다. 또한 누구보다 빨리 출근하는 등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현대 가족의 자화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의 낯설지 않은 모습은 마치 ‘나’와 ‘우리 가족’을 보는 듯한 공감대를 자극한다. 조금 특별해 보이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겪고 있고 겪게 될 가족 간의 고민과 갈등을 위트 있게 풀어낸 ‘아버지와 이토씨’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코끝이 찡해지는 뭉클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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