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인 | 사일런스

▲ 영화 '사일런스'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 포토]
‘디파티트’ ‘갱스 오브 뉴욕’ ‘셔터 아일랜드’ ‘휴고’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온 할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사회를 통찰하는 예리한 시선,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겸비한 작품을 선보여온 그가 어느 때보다 진중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신작 ‘사일런스’로 돌아왔다.

사일런스를 관통하는 주제는 ‘신은 고통의 순간 어디에 계시는가’라는 종교계의 오랜 논제다.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이 원작인데, 17세기 천주교 박해가 극에 달했던 일본으로 선교를 떠난 서양신부들의 실화를 담고 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 「침묵」은 실화를 토대로 당시 일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문화 차이, 신학으로도 해결하기 난해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걸작이다. 스콜세지 감독은 1988년 「침묵」을 처음 접한 후 영문 번역판의 서문을 직접 썼을 만큼 원작에 애정을 쏟았다.

17세기 포르투갈 출신의 가톨릭 신부 ‘크리스토바오 페리이라(리암 니슨)’는 선교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다. 그는 예수회 지도자였음에도 선불교로 개종하고 불교학자가 되어 일본인 아내를 얻는다. 페리이라 신부의 실종 소식을 접한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 ‘가르페(아담 드라이버)’ 신부는 사라진 스승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본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두 신부는 어렵게 믿음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한다. 신부들 역시 박해에 고통받는 신자들과 함께 배교背敎를 강요당하기에 이른다. 생각보다 훨씬 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두 신부는 고통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침묵하는 신을 원망하며, 온전한 믿음마저 흔들린다.

예수회에 헌신적이었지만 결국 배교를 선택한 페리이라 신부를 연기한 리암 니슨은 “그가 왜 배교를 하고 변화하게 됐는지 궁금증에 사로잡혔다”면서 시나리오에 매료됐음을 밝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배우 앤드류 가필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부름에 어떻게 응하지 않을 수 있냐”며 감독에게 신뢰를 보냈다. 가르페 신부로 분한 아담 드라이버 역시 “영화 내용은 물론 입체감 있는 캐릭터에 매료됐다”면서 “영화 속 예수회 신부들은 거칠고 강한 인물로 역경을 견뎌내는 개척자다”고 평했다. 

믿음과 의심, 동전의 양면

각색에만 15년의 공을 들였다는 스콜세지 감독. 실제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표면적으로 믿음과 의심은 반대되는 개념이지만, 나는 믿음과 의심은 동반되는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믿음은 의심을 낳고, 의심은 믿음을 풍성하게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추구해온 절대적인 믿음에 의심을 품기 시작한 신부들의 모습을 통해 믿음과 의심, 나약함에 대한 본질적 해답을 찾고자 했다. 영화는 우리가 가진 믿음의 실체, 그에 대한 신의 대답을 녹여내 묵직하고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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