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공약이행도 평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인 10월 24일. 국회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정책에 ‘찬사’를 던졌다. 하지만 민심은 달랐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성적표에 후한 점수를 주는 국민은 드물었다. 되레 ‘한국경제를 더 슬프게 만들었다’는 쓴소리가 더 많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어디까지 왔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점검했다.

▲ 박근혜 대통령은 2017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경제정책들을 자화자찬했지만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어떤 정책도 완벽할 순 없다. 누군가 웃으면 누군가는 울 수밖에 없어서다. 그만큼 정책은 ‘빛과 그림자’가 뚜렷하다. 그런데 지난 10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정책을 그토록 자화자찬했다. 당일 진행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보자.

“우리 경제구조가 ‘역동적인 혁신경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기초가 더 튼튼해지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내실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과 적극적인 복지 확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불균형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자평이다. 여기까진 빙산의 일각. 박 대통령의 자찬은 계속됐다.

“전속고발제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를 통해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했다” “기존 순환출자의 99% 이상이 해소돼 대주주들의 사익편취를 규제했다” “원칙이 바로 선 경제가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로 복지사각지대는 줄어들고 사회안전망은 더 촘촘해졌다” “기초연금과 맞춤형 기초생활급여를 도입한 덕분에 분배구조가 개선되고 있다”.

박 대통려의 자찬은 끊이지 않았지만 민심民心은 달랐다. 대통령의 시정연설보다 보름가량 앞서 발표된 경제개혁연구소의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서 국민은 박근혜 경제 정책에 혹평을 쏟아냈다. 결과를 보자. ‘경제정책이 대기업 중심이다(73.0%)’ ‘세금정책이 부유층에 유리하다(75.9%)’ ‘경제민주화 평가 점수 C 이하(66.9%)다’…. 박 대통령의 성과를 민심이 몰라준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공약 이행도를 점검했다. 박근혜 정부가 그려온 한국경제의 자화상自畵像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국가 통계도 외면한 대통령의 인식

박 대통령이 대선 경제공약에서 가장 강조했던 건 경제민주화다. 대표적인 실천사항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있다. 기대효과(공약집 토대)는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기업을 누구나 고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거였다. 공정위의 대기업 편의봐주기 논란이 끊이질 않아서다. 하지만 현재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폐지되지 않았다. 감사원과 중기청, 조달청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하는 데 그쳤다. 피해 당사자는 고발권도 없다. 최근 고발요청권의 실효성 논란과 함께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건 이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은 어떨까. 기대효과는 “기업 위법행위를 막고 처벌을 강화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집단소송제는 도입되지 않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하도급법에 담아 확대 시행했는데, 갑을관계에 있는 하도급업체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총수일가의 불법·사익편취 근절을 위해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부당내부거래 금지’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기존 순환출자의 99% 이상이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2013년 4월 9만7658개에서 계속 줄어 올해 4월 94개로 급감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 수가 2013년 4월 9만5033개(전체의 97.3%)에서 올해 4월 50개로 급감했다는 걸 감안하면 롯데 하나만 잡은 셈이다. 특히 지난해 대기업의 내부거래 액수는 2014년 대비 0.7%(약 8조9000억원) 늘었다.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게 일자리 창출이다. 특히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2014년 대비 1.6% 더 오른 12.5%였다. 청년일자리 정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통계다.
▲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내실 있다던 경제민주화 정책은 취임 5개월만에 경제활성화로 바뀌었다.[사진=뉴시스]
그러자 지난해에는 2017년까지 청년일자리 20만개를 만들겠다는 청년고용종합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신규채용은 7만5000명에 불과하고, 12만5000명은 직접 고용이 아닌 인턴이나 직무교육이다.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에 불과했다. 

기대치 안 나오면 통계 교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서 고용안정을 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2014년 8월 32.4%에서 올해 8월 32.8%로 0.4% 더 늘었다. ‘일방적 구조조정 방지와 해고요건 강화’도 내걸었지만,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면서 되레 쉬운 해고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국가 경제의 기초인 가계살림이 탄탄해지기는커녕 더 약해졌다는 얘기다. 게다가 산업 구조조정으로 거리로 내몰린 이들을 위한 재취업정책이나 사회안전망 구축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재취업교육 이외에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정부가 ‘기초연금을 도입’한 것은 노인빈곤율을 낮추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011년 기준 45.1%였던 노인빈곤율은 지난해 49.6%로 4.5%포인트나 더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1위이고, OECD 평균(12.4%)의 4배에 달한다. 자찬은 자찬일 뿐이었다. 빈수레는 요란했고, 박근혜 정부는 한국경제의 질적 수준을 더 떨어뜨렸다. 한국경제가 이전보다 더 슬퍼졌다.
김정덕ㆍ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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