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도 피하지 못한 ‘인사 참사’

새 정부 출범 11개월 만에 8명의 고위직 인사가 낙마했다. 음주운전,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역사관, 정치적 성향 등 낙마의 이유도 다양하다. ‘수첩 인사’ ‘불통 인사’로 인사 참극이 벌어진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집권 후 345일을 기준으로 두 정부의 낙마한 고위공직자 수는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사퇴하면서 현 정부의 인사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습니다(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대선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이 5대 중대 비리를 저지른 이는 고위 공직자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약을 했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선거법 위반, 음주운전, 그밖에 중대한 비리 등 더 큰 근절 사유가 있을 수 있는 데도 특별히 5대 중대 비리를 공약했던 이유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특히 많은 문제가 됐던 사유들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국정기획자문위와 인사수석실, 민정수석실의 협의를 통해서 현실성 있게 그리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 주시기를 바랍니다(2017년 5월 28일 수석ㆍ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

‘342일, 8명’.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종 논란으로 낙마한 고위공직자의 수다(4월 16일 기준). 공교롭게도 ‘인사 참극’을 자행했던 박근혜 정부의 같은 기간 낙마한 숫자 7명보다 많다. ‘인사 참극’이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새 정부의 첫 낙마자는 지난해 6월 5일 사퇴한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다. 김 전 차장은 임명 12일, 새정부 출범 27일 만에 사퇴를 표명했다. 이유는 건강악화와 구설수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었다. 연세대 교수 재직 시절의 부적절한 품행이 문제였다.


두번째 낙마자는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공직후보자로는 ‘1호 사퇴자’란 불명예를 뒤집어쓴 안 전 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6월 16일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지 5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1975년 허위로 혼인신고를 했다가 혼인무효판결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탓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들을 둘러싼 특혜 의혹,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여성비하 논란 등이 줄줄이 터지면서 낙마했다.

세번째 낙마자는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다. 조 전 후보는 2016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부소장을 맡으면서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청와대는 일찌감치 조 전 후보의 음주운전 사실을 밝혔지만 야당의 거센 저항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려대 교수 재직 시절 대학의 허가 없이 한국여론방송의 사외이사로 활동해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사실, 조 전 후보의 아내가 아파트 다운계약서를 작성 사실까지 밝혀졌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전문성 부족 논란도 자진사퇴를 부추겼다.

출범 1년 만에 ‘우수수’

네 번째 낙마자인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후보자는 황우석 논문 조작 사태 연루 논란을 빚은 끝에 임명 4일 만인 지난해 8월 11일 사퇴했다. 그는 사퇴 전날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 사과했지만 과학기술계의 반발과 여론을 버티지 못했다.

지난해 8월 8일 헌법재판관 후보로 임명된 이유정 전 후보는 주식투자 의혹으로 ‘유정 버핏’이라는 오명을 남긴 채 자진 사퇴(다섯번째 낙마자)했다. 이 전 후보는 코스닥 투자로 1년 반 만에 1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특히 2013년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내츄럴엔도텍에 투자해 5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려 내부정보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는 국회의 벽(임명동의안 부결)을 넘지 못한 채 여섯번째로 낙마했다. 강한 진보 성향과 군대 내 동성애 옹호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김 전 후보는 헌정 사상 헌법재판소장의 첫 낙마 사례로 남게 됐다.

낙마자로는 일곱 번째, 장관 후보자로는 세 번째(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로 낙마한 이는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박 전 후보는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해 종교 편향성 논란을 빚었다.

뉴라이트 역사관, 부동산 다운계약서, 주식 무상 증여 등 각종 논란에도 시달렸다. 박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논란을 반박했지만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국회가 부적격하다는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장관 후보 임명 22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새 정부의 여덟 번째 낙마자는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다. 김 전 원장은 외유성 출장, 정치후원금 후원 논란이 발생해 지난 16일 사퇴했다. 4월 1일 취임 이후 15일 만으로 금감원 19년 역사상 최단명 원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인사 참사를 막기 위해선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정치학) 교수는 “인사를 실시할 때 갖춰야 할 절차나 시스템이 미흡했다”며 “청와대, 여당과 야당, 국회가 함께 인사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능력이 출중하면서 도덕적ㆍ윤리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인물은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오는 것”이라며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문제점을 찾았을 때 어떻게 교정하고 바꿔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 연이은 인사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국회가 함께 검증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직전 정권과는 달리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명 후 자질 논란,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한 박근혜 정권과는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준한 인천대(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권은 ‘수첩 인사’ ‘불통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는 인사의 타당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방증이었다”면서 “문제가 터졌을 때의 대응 방식도 현 정부와는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의 인사실패가 이어지고 있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대안을 제시하고 해명하는 등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인사 전 검증을 철저히 하고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보안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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