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법의 허울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난 지 만 4년이지났다. 이후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률, 제도 등을 정비했다. 하지만 그 법률 등에는 허점이 많다. 세 모녀가 살아돌아오더라도 제대로 수급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송파 세 모녀법의 허울을 짚어봤다.

▲ 현행법은 여전히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의 자살을 막지 못한다.[사진=뉴시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서울 송파구(석촌동)의 세 모녀가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메모를 남기고 자살한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안타까운 세 모녀의 자살 사건에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복지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관련 법률이 정비됐다.

먼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했다. 수급자 선정기준을 최저생계비에서 ‘기준 중위소득(국민가구소득의 중간값)’으로 바꿔 수급자 범위를 넓혔다.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유무를 판단할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 부양능력 기준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꿨다. 1촌의 직계혈족 사망 시 그 배우자(사위ㆍ며느리)의 부양의무를 면제했고, 교육급여에선 부양의무자 기준을 아예 뺐다.

긴급복지지원법도 개정했다.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처한 저소득층이 신속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선先지원, 후後조사’를 원칙으로 48시간 이내에 급여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복지사각지대 신고의무자로 이ㆍ통장, 부녀회장 등을 추가했다. 수급 기준은 4인 가족일 때 기존의 소득 ‘200만원 이하’에서 ‘317만원 이하’로, 금융재산은 기존 ‘30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이하’로 늘렸다. 긴급지원대상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해 지방자치단체의 재량도 넓혔다.

사회보장급여의 이용ㆍ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도 신설했다. 복지담당 공무원이 단전ㆍ단수 혹은 건강보험료 체납 등의 정보를 활용,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해 직권으로 보장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 기관 종사자에게는 신고의무도 부여했다.

문제는 관련 법률을 정비한 지금, 당시의 ‘송파 세 모녀’가 살아온다면 제대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일단 급여 지급 기준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송파 세 모녀’에겐 기준이 과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생계급여는 ‘기준 중위소득 30% 이하(3인 기준)일 때’ 받을 수 있다. 올해 ‘기준 중위소득’으로 보면 약 110만원이다. 어머니와 작은 딸의 아르바이트 소득만 합쳐도 110만원을 훌쩍 넘긴다. 생계급여를 못 받는다는 얘기다.

부양능력의 기준을 완화하기는 했지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받기 위한 부양의무자 기준은 그대로 남아 있다. 부양의무자가 정상적인 부양을 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것도 여전히 수급자의 몫이다. 행여 절차상 불편함을 감수한다고 해도 구걸하듯 복지서비스를 받는다는 게 헌법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사회보장정보원에 따르면 긴급복지지원법 개정 이후 진행된 복지사각지대 발굴사업을 통해 복지 고위험 대상자들은 발굴했지만, 실제 지원으로 이어진 것은 고작 22.1%에 그쳤다. 법의 취지가 현실에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또한 지원은 일시적이어서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도 않는다.

‘송파 세 모녀법’의 취지는 세 모녀와 비슷한 사례가 나오지 않게끔 하는 데 있다. 그 법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다시 되돌아 볼 때다.
안정현 IBS법률사무소 변호사 huadel@ibslaw.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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