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석의 Branding | 아마존의 M&A 전략

글로벌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기업은 단연 아마존이다. 수많은 기업을 인수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특징이다. 유통 기업인데도 IT와 연관된 4차산업혁명의 선두에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아마존이 지난해 쇼핑한 기업 리스트 중엔 이런 행보와는 어울리지 않는 기업이 있다. 바로 유기농 식품 회사 홀푸드마켓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아마존이 ‘착한 기업’으로 손꼽히는 홀푸드마켓을 인수한 이유를 살펴봤다.

▲ 아마존이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업체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8월,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이 식음료 기업 ‘홀푸드마켓’을 인수했다. 금액만 137억 달러(약 15조5600억원)에 이르는 대형 딜이자 아마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ㆍ합병(M&A)이었다.

아마존의 M&A는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1994년 미국 시애틀의 가정집 차고에서 시작한 작은 서점 아마존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은 바로 M&A다. 지금껏 크고 작은 기업 130여개를 사들였다. 덕분에 회사의 로고처럼 ‘A부터 Z’까지 모든 걸 파는 기업이 됐다. 아마존의 기업 쇼핑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얘기다.

필자는 그런 홀푸드마켓 인수건을 색다르게 봤다. 아마존의 M&A 전략에서 새로운 패턴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간 아마존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과 밀접한 기업을 선택했다. ‘에비테크놀로지(AI 기반 음성인식 솔루션)’ ‘스쿼럴(AI 기반 보안 시스템 업체)’ ‘키바시스템(물류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아마존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일례로 아마존은 물류창고로봇 ‘키바’를 통해 물류센터 운영비용을 20% 절감하고, 재고 보관 공간의 50%를 증대하는 성과를 냈다. ‘에코’를 통해 구글을 제치고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점유율 1위도 차지했다. 드론을 이용한 물품 배송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홀푸드마켓은 앞서 나열한 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국에는 매장이 없기 때문에 국내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기업의 사업 범위는 유기농 유통, 콘셉트는 친환경이다. 1980년 존 맥키 CEO가 미국 오스틴에서 창업한 작은 판매점이 시초다.

 

 

 

 

 

지금 홀푸드마켓은 세계 각국에 470여개 매장을 갖춘 대형기업이다. 그 배경에는 ‘완전한 식품, 완전한 인간, 완전한 지구’라는 독특한 철학이 있다. 창업자 존 맥키는 홀푸드마켓 자신만의 경영 이론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은 먹지 않고 살수 없다. 기업 역시 이익을 남기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사람들 환경에 유익한 친환경 식품을 판매하면 기업도 살고 사람도 살 수 있다.”

홀푸드마켓은 무조건적인 이윤 추구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사례는 숱하게 많다. 무엇보다 이익금 중 일부를 지역경제로 환원한다. 도시 인근 농장에서 지역 농부들이 기른 제품을 따로 팔기도 한다. 이민자나 소수 민족의 채용 비율은 유난히 높다. 깐깐한 품질관리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도 얻었다.

홀푸드마켓이 특별한 이유

이뿐만이 아니다. 홀푸드마켓에 진열된 제품들은 철저하게 동물 학대를 하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닭ㆍ돼지ㆍ소 등 모든 육류는 ‘우리나 새장 등에 갇혀 있지 않아야 하고 다리를 뻗을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지켜야만 홀푸드마켓에 납품할 수 있다. 동물학대 논란이 있는 푸아그라 같은 제품도 걸릴 수 없다. 유해물질이 첨가된 식품도 엄격하게 금지된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 표시제도’는 일찌감치 시행했다.

홀푸드마켓의 ‘착한 기업’ 콘셉트는 미국 청년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조금 비싸지만, 더 건강하게, 더 윤리적인 구매를 하고 있다”는 의식을 통해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노리는 건 홀푸드마켓의 이런 이미지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아마존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론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시장을 독점하고 계열사를 확장하는 속도가 너무 가팔랐다. ‘아마존 효과’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아마존이 발을 뻗은 업종엔 아마존만 남게 된다는 얘기다.

가령,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을 연 후 미국 서점의 대명사였던 보더스는 문을 닫았다. 미국 최대 장난감 체인인 토이저러스는 파산을 신청했고, 글로벌 최대 유통회사인 월마트의 주가와 실적은 신통치 않다.

아마존은 홀푸드마켓 인수를 통해 부정적인 여론을 상쇄할 수 있다. 소비자와 지역 사회, 기업 모두가 윈윈하는 ‘동반 성장’을 강조할 수 있어서다. 이는 그간 수많은 대형 유통기업들이 매출이나 주가와 같은 숫자에만 매달리다가 시장에서 도태된 것과는 다른 행보다. 아마존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안석 인그라프 대표 joel@ingraff.com | 더스쿠프 브랜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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