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피트니스 강사

열심히 모아봤자 집 한채 구입하기 힘든 세상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현재를 즐기면서 살자는 생각에 욜로(Yolo)족이 탄생했고, 최근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小確幸이 트렌드다. 지금의 행복은 중요하지만, 준비 없이 다가오는 미래는 어떤 불행을 초래할지 뻔하다. 현재와 미래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 사회초년생은 갑작스럽게 수입이 생기면 과소비를 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미세먼지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팍팍한 살림살이 역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청년들은 특히 더 그렇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는 전년 대비 1만6000명 더 늘었다.

청년실업률 역시 역대 최고치(9.9%)를 기록했다. 정부가 취준생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곤 있지만 장기불황 및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청년실업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청년들이 결혼과 양육 교육, 주택, 노후자금 등 인생의 5대 재무목표를 포기하고,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는 이유다.

피트니스센터의 PT(Personal Training) 강사인 김은희(27)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지금의 직업을 선택했다. 한번 실패한 데다 부모님 도움으로 근근이 유지하던 생활비와 학원비가 모자라 알바를 시작한 게 문제였다. 공부와 병행하다 보니 이도저도 아니게 된 거다. 김씨는 일단 꿈을 잠시 접고 종잣돈을 마련한 뒤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대학(체대) 다니면서 익혔던 걸 살려 선택한 일이 바로 피트니스센터 강사다.

김씨가 받는 고정 급여는 100만원이다. 여기에 PT 수업으로 받는 수당이 평균 150만원에서 200만원이다. 또래보다 평균 수입이 많긴 하지만 생활이 불규칙하고 비정규직이어서 불안하기만 하다. 김씨의 목표는 다시 시험 준비를 할 때까지 생활비와 학원비로 종잣돈 1000만원을 모으고, 독립을 위해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는 거다. 소확행을 꿈꾸는 청년답게 친구들과의 유럽여행도 꿈꾸고 있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가계부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하나씩 계획을 세워야 한다.

Q1 지출구조

 

김씨는 월 평균 250만원을 번다. 한달에 가장 많이 쓰는 건 월세로 빠져나가는 40만원과 식비 50만원이다. 교통비(12만원), 통신비(10만원), 관리비(7만원), 교재비(20만원)도 꼬박꼬박 지출하는 돈이다. 노트북ㆍ옷ㆍ신발 등을 산 신용카드 할부금은 월 평균 58만원씩 빠져 나간다. 소비성지출로 197만원을 쓰고 있는 거다. 비소비성 지출도 있다. 김씨는 주택청약저축과 재형저축엔 각각 5만원ㆍ10만원씩 납입하고 있으며 보험료도 25만원(의료실비 6만원ㆍCI종신보험 19만원)씩 낸다. 이렇게 쓰는 돈이 237만원.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출금이 남았다. 김씨는 최근 카드결제금액이 모자라 130만원을 현금서비스로 받았는데, 이를 다시 카드론(9.2%)으로 300만원을 대출받아 상환했다. 이 돈은 이번 달부터 월 25만원씩 상환해야 한다. 250만원 버는 김씨가 262만원을 지출해 12만원의 초과지출이 발생하게 된 거다.

Q2 문제점

 

갑자기 수입이 생긴 사회초년생들은 지출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씨도 마찬가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김씨는 그동안 부모님 용돈으로 생활해왔다. 그러다 피트니스센터에서 일하며 한달에 몇 백만원씩 생겨 계획에 없던 과소비를 하게 됐다. 그동안 사고 싶었던 노트북, 옷, 신발 등을 사들였고, 김씨는 그때마다 신용카드를 긁었다. “다음달에 벌어서 갚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 현실은 그의 생각과 달랐다. 결국 김씨는 현금서비스(130만원)에 9.2% 고금리 카드론 대출(300만원)까지 받았다. 첫 수입부터 체계적으로 수입을 관리했다면 대출을 받은 만큼 여유자금이 통장에 있었을 테지만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과거다. 1순위 목표인 시험공부 종잣돈 1000만원을 모으려면 생활비는 되도록 고정 수입에서 해결하고, 나머지는 무조건 강제저축을 해야 한다.

Q3 해결점

 

대출부터 상환했다. 재형저축(10만원)과 친척 권유로 가입한 CI종신보험(19만원)을 해지하니 470만원이 생겼다. 이를 대출금 상환에 활용, 25만원씩 빠져나가던 원리금을 가계부에서 지워버렸다. 남은 카드할부금도 해결해 58만원이던 비정기지출을 20만원까지 낮췄다. 내친김에 자전거를 이용해 교통비(12만원→5만원)를 줄이고 데이터요금을 조정해 통신비(10만원→7만원)도 절약해보기로 했다. 교재비도 절반(20만원→10만원)으로 줄였다.

그 결과, 112만원의 여유가 생겼다. 초과지출이 12만원이었던 감안하면 100만원의 여유다. 이 돈은 자유적립식적금에 넣어 강제저축을 하기로 했다. 저축금액이 쌓이면 순차적으로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권희철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koreaifa3@hanmail.net│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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