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인상 시대의 단상

물가가 쉴 새 없이 오르고 있다. 영화관람료는 또 올랐고, 식품ㆍ외식업계는 제품가격을 올린 것도 모자라 이젠 배달료를 따로 받겠다고 나서고 있다. 더 무서운 건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다. 6월 지방선거 이후엔 공공요금 인상도 기다리고 있다. 길게 이어지는 퍼레이드처럼 물가 인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1만원 한장으로 할 수 있는 게 너무도 없는 시절이 왔다. 서민은 그래서 괴롭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물가인상 시대의 단상을 살펴봤다. 

▲ 5년째 동결 중인 택시기본요금도 조만간 오르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사진=뉴시스]

멀티플렉스 CJ CGV가 지난 11일부터 영화관람료를 1000원 인상했다. 주중 일반 좌석은 9000원에서 1만원, 주말은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랐다. 이제 CGV에서 영화를 보려면 최소 1만원은 있어야 한다. CGV는 가격 인상 이유를 “소비자를 위한 투자”라고 밝혔다. CGV 관계자는 “신규 스크린 오픈이나 리뉴얼 등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투자가 늘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관람료 1만원 시대’보다 더 무서운 건 연쇄 인상이다. 1위 사업자인 CGV가 가격을 올린 이상 나머지 업체들도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불과 2년 전 차등요금제를 도입할 때도 그랬다. 2016년 3월 CGV는 좌석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사실상 영화관람료를 올렸다. 이코노미존ㆍ스탠다드존ㆍ프라임존으로 좌석을 세분화해 가격을 차등 적용한 결과였다. 당시 CGV는 ‘가격 다양화 제도’라고 주장했다.

CGV가 가격을 올리자 한달 뒤인 4월엔 롯데시네마가 이번엔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7월엔 메가박스가 탄력요금제를 도입했다. 멀티플렉스 3사는 “다양한 요금제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홍보했지만 소비자들은 꼼수 요금 인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CGV의 가격 인상이 우려스러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CGV와는 별개로 가격 인상 논의가 내부에서 꾸준히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는 11일 “아직 결정 난 사안이 없다”고 말한 지 불과 이틀만에 “19일부터 1000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가격 인상이 합당하냐는 데엔 여전히 의구심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5%였지만 평균 영화관람료 상승률은 9.9%였다”면서 “CGV가 주장하는 임차료ㆍ관리비 인상은 매출액 증가분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어 “국내 상영시장에서 48.7%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CGV의 이번 영화관람료 인상은 이전 사례를 볼 때 다른 상영관들의 도미노식 가격 인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으며 “꼼수 인상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 1위 사업자인 CJ CGV가 영화관람료를 올리자 시민단체가 가격 인상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더 큰 문제는 가격이 오르는 게 영화관람료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식품ㆍ외식업계가 잇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다. 처음엔 제품 가격을 올리고, 그 다음엔 배달 최소주문금액을 올리고, 이번엔 배달료에 손대고 있다.

교촌치킨은 지난 6일 “지속적인 가맹점 운영비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배달서비스 유료화를 결정했다”면서 “5월 1일 배달서비스 유료화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주문당 2000원의 배달서비스 이용료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교촌허니콤보를 주문하면 제품가격 1만8000원에 배달료가 2000원 추가돼 2만원을 내야 치킨을 먹을 수 있고, 교촌라이스세트는 1만9000원에 배달료 2000원을 더해 2만1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교촌치킨이 배달료를 올리자 “BBQ 가격 인상 철회 사건 이후로 정부 눈치만 보던 치킨업계가 제품 가격 대신 배달료 올리는 방법을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한 소비자는 “대부분 치킨은 배달시켜 먹지 않느냐”며 “배달료를 올린다는 건 치킨 가격을 인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이렇듯 식품ㆍ외식업계를 중심으로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자 정부는 원가분석 등으로 물가를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기획재정부 ‘제4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고형권 제1차관은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일부 농수산물과 서비스가격이 상승해 체감물가가 높게 인식되고 있다”면서 “물가 체감도가 높은 외식비는 원가분석 등 소비자단체와 연계해 물가를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계획은 그럴듯하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 관계자의 공언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언은 때마다 공허한 메아리가 됐고, 업체들은 그 틈을 타 배를 불렸다. 게다가 올 하반기엔 공공요금 인상도 예고돼 있다.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택시요금, 지하철요금, 상ㆍ하수도요금이 대상이다.



먼저 택시비는 기본요금 15~25% 오를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2013년 10월 택시요금이 오른 후 5년째 그대로라서다. 서울시는 “택시요금 조정에 관해 조정폭, 시기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 없다”면서도 “지난해 11월부터 택시 노사민전정 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3년째 동결 중인 지하철 기본요금도 조만간 오르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돈다.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2017~2021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안’에 지하철요금을 200원씩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성인 기준 1250원인 기본요금을 1450원으로 올리겠다는 거다.

서울시는 이번에도 “서울교통공사가 노후 전동차 교체 등 안전 투자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원론적으로 검토한 것일뿐 조정 여부ㆍ폭ㆍ시기 등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지하철요금을 인상하기 위해선 지하철 운송기관과의 협의, 시민 공청회, 시의회 의견청취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아직까지 진행된 건 없다는 설명이다.

교통비는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상ㆍ하수도 요금은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올해 상수도요금을 생산원가에 맞춰 현실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수도요금 역시 노후 하수도관 정비 및 수질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2019년까지 3년에 걸쳐 33% 인상하기로 했다.

외식비에, 영화관람료에, 서비스요금에, 공공요금까지 꼬리를 무는 물가인상에 서민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한숨이 언제 또 어디서 터져나올지 모른다는 사실이 마냥 무섭기만 하다.
김미란ㆍ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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