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라인 왜 떴나

부동산 시장의 부富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수요 변화로 강남에 몰렸던 뭉칫돈이 분산되고 있어서다. 그중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는 건 한강변 지역이다. 한정된 공급량으로 희소가치가 오르면서 몸값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특이한 점은 ‘한강 라인’에 강남ㆍ강북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 한강변 아파트 단지는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인기가 많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의 대표적 부촌富村은 단연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다. 1970년대 정부 주도로 강남 개발이 본격화한 이후 줄곧 부동산 시장의 중심지로 자리잡아왔다. 강남을 대표 부촌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학군이다. 명문 학군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몰리자 집값도 거침없이 치솟았다.

최근엔 한가지 요소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한강 조망권이다. 한강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 단지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한강변 중심이 신흥부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ㆍ서초ㆍ송파ㆍ동작ㆍ마포ㆍ용산ㆍ성동ㆍ광진, 이른바 한강8구다. 이 지역들은 지난해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규제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실제로 한강 조망권을 갖췄는지 아닌지에 따라 가격이 크게 갈렸다. 부동산114가 분석한 지난해 한강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같은 단지 내 동일한 면적이었음에도 한강 조망권을 갖춘 로열층은 평균가의 110%, 그렇지 않은 곳은 89%의 가격에 거래됐다.

한강변 아파트 단지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먼저 최근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는 점과 관련이 깊다. 쾌적한 조망과 각종 수변시설을 갖춘 한강변 아파트가 최고의 선택지로 꼽히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인기비결은 희소성이다. 한강 조망권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는데 비해 공급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재개발ㆍ재건축 외엔 딱히 방법이 없기 때문에 희소가치는 점점 높아질 공산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강변 지역은 고급 브랜드 아파트들의 각축장이 됐고, 분양한 지 얼마 안 된 일부 아파트는 지역 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한강변 아파트 단지에 강남ㆍ강북 구분이 없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특징이다. 기존엔 한강변 아파트의 인기는 강남3구에 국한됐다. 근래엔 마포ㆍ용산ㆍ성동ㆍ광진 등 강북 지역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구도심의 노후 주택들이 허물어지고 새 아파트가 그 자리를 대신한 게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밖에도 중요한 이유가 있다.

한강 조망권을 찾는 수요자들에게 ‘단순히 한강이 보이는 것’을 떠나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강북에서는 남향으로 한강을 바라보기 때문에 학군ㆍ교통 등 기타 조건을 제외하고 오롯이 조망권만을 따지면 강남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강북4구(마포ㆍ용산ㆍ성동ㆍ광진)의 기세가 대단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강남3구와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도 충분하다. 지난 2월 기준 강북4구, 강남3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각각 6억5000만~9억3750만원, 10억7500만~13억3000만원으로 아직 차이가 있다.

서울 내 한강변 신축 아파트의 가치는 앞으로도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전체 아파트 매입 수요는 줄었지만 가치가 높은 ‘똘똘한 한채’를 선호하는 추세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강8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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