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 일조권 등이 아파트 판도 바꿔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거듭나려면 한가지 조건이 성립돼야 한다. 쓸모 없던 가치가 재발견돼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도 이런 이유로 백조로 거듭난 미운 오리 새끼가 있다. 저층 아파트와 중대형 아파트다. 중소형 및 고층 아파트에 밀려났던 이 아파트는 최근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이유를 분석했다.

▲ 아파트 단지 내 조경시설이 발달하면서 저층 아파트가 각광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아파트 시장에서 중대형 아파트와 저층 아파트의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다. 중대형 및 저층 아파트가 그동안 중소형 아파트, 고층 아파트에 밀려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파란에 가까운 바람이다. 중대형 및 저층 아파트가 수요자의 외면을 받아온 이유는 분명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중대형 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급격히 줄었고, 사생활 침해ㆍ범죄 노출ㆍ조망권 부실 등으로 수요자들은 고층 아파트를 선호했다. 그런데 갑자기 중대형ㆍ저층 아파트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이유는 뭘까.

■중대형 아파트의 반란 = 중대형 아파트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정부가 8ㆍ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시점이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6년까지만 해도 중대형과 대형 아파트의 집값 상승률은 각각 1.36%, 1.34%로, 소형ㆍ중소형 아파트의 가격상승률 2.03%, 1.51%를 밑돌았다.

하지만 8ㆍ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중소형과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이 역전됐다. 지난해 7월 대비 올 1월 매매지수 상승률은 중대형과 대형이 나란히 1.27%, 1.35%를 기록, 소형과 중소형 아파트의 0.91%, 0.6%를 앞질렀다.[※참고 : 아파트는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40㎡(약 12평) 미만은 소형, 62.81㎡(약 19평) 미만 중소형, 95.86㎡(약 29평) 미만 중형, 135㎡(약 41평) 미만 중대형, 135㎡ 이상 대형으로 분류된다.]

분양시장에서도 중대형 아파트의 위상이 달라졌다. 이전까지 중대형 아파트는 미분양 물량이 쌓일 정도로 기피대상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지난해 8ㆍ2 대책 발표 전후 평균 13.66대 1이었던 85㎡(약 26평) 이상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18.71대 1까지 올랐다.

 
그렇다면 중대형 아파트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이 저평가돼 있다. 언급했듯 최근 몇년간 중소형 아파트 가격은 치솟은 반면, 중대형 아파트 가격은 주춤했다. 결과적으로 중소형과 중대형 아파트 간 가격차가 크게 줄었고, 이는 자금을 조금 더 투입하면 넓은 평수로 옮길 수 있다는 심리로 이어졌다. 최근 ‘똘똘한 중대형 아파트’ 한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과 맥이 비슷하다.

또다른 인기요인은 최근 10년여 중대형 이상 아파트의 공급이 줄면서 희소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주택 인허가 실적을 보면, 전체 주택 공급량에서 85~135㎡ 규모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기준 10.9%까지 추락했다. 135㎡ 초과 아파트만 따지면 2007년 10%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2016년 6.3%로 급감했다.

이처럼 중대형 아파트는 공급 물량이 크게 감소한 반면 수요는 줄지 않았다. 자녀가 셋 이상이거나 결혼 후 자녀 양육을 위해 부모와 살림을 합친 경우엔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자녀를 출가시키고 중소형 아파트로 갈아탔던 이들이 손자ㆍ손녀 양육 때문에 다시 중대형 아파트를 찾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가지 염두에 둬야 할 건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가파른 가격상승은 중소형 아파트보다 매매가격이 비교적 적게 오른 영향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아울러 중소형 아파트 선호현상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언제까지 오를지도 미지수다.

 
■저층 아파트의 반란 = 계륵鷄肋으로 여겨졌던 저층 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이유는 조망권에 있다. 통상 아파트에서 로열층이란 일조권이 좋고 탁 트인 조망권을 확보한 곳을 말한다. 당연히 저층보다는 고층 아파트가 로열층에 속했다.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저층 아파트에선 단지 내 조성된 녹음을 통해 마치 숲 속에 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저층 아파트 가격이 고층 아파트 가격을 넘는 경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브랜드 아파트는 조경시설 설계가 잘돼있어 저층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고층보다 저층이 조망 로열층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에 들어선 ‘자이위시티’가 좋은 예다. 이곳은 한 그루에 평균 1000만원에 달하는 소나무를 2200여 그루 심는 등 조경비로만 5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그 결과, 기준층보다 분양가가 3000만원가량 저렴했던 저층 아파트가 2500만원가량 더 비싸게 거래됐다. 실제 거주자들 사이에서 조경 조망권을 갖춘 저층이 고층보다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경기도 용인시 ‘동천자이’, 의정부시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파크’, 경북 포항시 ‘포항자이’ 등도 단지 내 조성된 조경시설 덕에 저층 아파트에 높은 프리미엄이 붙었다.

1층에 거주할 경우, 층간소음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도 인기요인이다. 지상에 가까운 만큼 정서적 안정감이 높고, 출ㆍ퇴근 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며, 화재나 지진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피가 용이하다는 점도 저층 아파트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