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다문화가정의 재무설계 中

보험을 가입할 때 살펴야 하는 핵심적인 사항은 보장성과 환급금이다. 하지만 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만기가 언제인지는 꼭 따져봐야 한다. 제아무리 환급금이 많더라도 100세 만기 상품처럼 현실성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다문화가정 유씨 부부의 지출구조를 점검했다. ‘실전재테크 Lab’ 8편 두번째 이야기다.

▲ 재무적 시각이 다른 다문화가정의 재무설계는 공통된 고민을 찾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네살배기 아들을 둔 다문화가정 유정학(가명ㆍ42)씨와 유명주(가명ㆍ31)씨 부부의 재무적 관점은 여느 다문화가정처럼 큰 차이를 보였다. 남편 유씨는 안정적인 노후에 관심이 컸지만 아내 유씨는 지금 하고 있는 식당을 확장해 더 큰 소득원을 만들길 원했다. 2월 12일 진행한 2차 상담에서는 부부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 집중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나이 차이, 살아온 환경, 경제적 관점 등이 달라 공통된 목표를 세우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노후ㆍ교육비ㆍ재테크 등 돈을 향한 고민은 같았다.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가 문제였다는 얘기다. 문제는 부부의 수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유씨 부부의 월 소득은 270만원(남편 190만원+아내 80만원)이다. 언급했듯 올해 상반기에는 가계 재무설계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의 장부관리법ㆍ세금 등을 간단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개인사업자는 세금에 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종합소득세나 부가가치세 신고, 비용처리 등에 유념해야 한다. 아내 유씨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간편장부 제도다. 간편장부는 매출과 지출을 직접 기입해 세금을 관리하는 제도다. 세무 지식이 없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대상은 매출액 4800만원(직전 연도 기준) 이상 사업자(음식ㆍ숙박업ㆍ제조업 1억5000만원, 부동산 임대업 7500만원)다.

간편장부는 장점이 뚜렷하다. 적자가 발생할 경우 이를 10년간 소득금액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감가상각비ㆍ대손충당금ㆍ퇴직급여충당금 등을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부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에 붙는 무기장가산세 20%도 제하는 게 가능하다. 이용방법은 국세청 홈페이지에 있는 간편장부 서식을 받아쓰면 된다. 앞으로 아내 유씨는 간편장부를 활용해 식당의 매출과 지출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제 가계지출을 본격적으로 줄여보자. 각종 세금 12만원과 교육비(10만원)는 유지하기로 했다. 다음은 보장성 보험료 45만원이다. 보험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금융상품이다. 보험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1순위는 꼭 필요한 실손보험이다.

병원비가 많이 드는 암ㆍ뇌 질환ㆍ심장질환 등의 보험은 2순위다. 보험료는 결혼 유무, 가족구성원수, 가족력 등을 감안해 적정 수준에서 정해야 한다. 일반적인 가계는 총소득의 3~8%, 가족력이 있는 가계는 최대 10% 범위에서 보험료를 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4년 전 가입한 유씨 부부의 보험은 보장이 비교적 촘촘하게 이뤄져 있었다. 문제는 소득 대비 보험료 지출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유씨 부부가 남편 월급 190만원으로 생활했다는 걸 감안하면 소득의 23%가량을 보험에 사용한 셈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보험의 종류가 100세 만기 상품이었다. 환급금을 받기 위해 과도한 적립금을 납입해야 하는 구조로 보험이 설계됐다는 점도 위험요소였다.

유씨 부부에게 왜 이런 보험에 가입했느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만기시 납입한 보험료 이상의 돈을 환급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적립금을 높여 가입했어요.” 하지만 유씨 부부가 만기까지 생존해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남편 유씨(42세)를 기준으로 해도 만기까지 58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있다. 60~70년 후에 받게 될 환급금을 위해 과다한 보험료는 납입하는 건 백번 양보해도 불합리하다. 그래서 필자는 적립금 부분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편의 보험료(20만원)에서는 실손특약(3만원)과 적립금(10만원)을 해지했다. 회사에서 가입한 실손보험을 퇴사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의 보험 16만원에서도 적립금 11만원을 제외해 보험료를 5만원으로 줄였다.

아들의 어린이보험(9만원)은 해지하고 동일한 조건의 보험(보험료 3만5000원)을 추천했다. 대신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대비한 인터넷 다이렉트 정기보험(1억원 보장ㆍ보험료 2만5000원)을 추가로 가입했다. 이를 통해 유씨 부부는 월 45만원의 보험료를 18만원으로 27만원 낮추는 데 성공했다.

 

생활비 60만원도 줄여야 할 부분이다. 매번 이야기하지만 생활비는 소득의 16%선이 적당하고, 유씨 부부의 경우 적정 생활비는 43만원이다. 필자는 “생활비를 일단 45만원 정도로 줄여보자”고 권유했다. 하지만 유씨 부부는 30만원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재무상담을 진행하면서 서로를 이해한 부부가 허리띠를 더 졸라매겠다고 합의했다는 뜻이었다. 아내는 “식당에서 남은 재료로 식비를 아낄 수 있어 생활비를 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씨 부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생활비는 30만원으로 50% 삭감했다.

부부는 용돈도 각각 10만원(총 20만원)으로 기존보다 30만원 줄이겠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용돈을 술값으로 사용한 남편 유씨는 술자리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가끔 있을 술자리는 식당의 매출도 올릴 겸 아내의 가게를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남편의 노력에 공감한 아내도 용돈을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의류ㆍ미용비(월 20만원)도 5만원 줄였다. 유씨 부부는 유독 커플 옷을 많이 구입했다. 물론 인터넷쇼핑을 이용해 저렴하게 구입하고 있었다. 하지만 쇼핑도 습관이다. 쇼핑리스트에 이것저것 담다 보면 어느새 불필요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보험을 정리하면서 발생한 환급금 760만원의 활용법도 정했다. 유씨 부부는 환급금 중 450만원은 기존 예금 250만원과 합쳐 비상자금(CMA)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남은 310만원은 아내를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한국에 온 이후 한번도 고향에 가보지 못한 아내를 위해 6월초 베트남 여행을 계획했다. 310만원을 활용해 항공 티켓과 아내의 가족을 위한 선물을 구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유씨 부부는 지출 감축을 통해 소비성 지출 60만원(175만원→115만원), 비정기지출 5만원(50만원→45만원), 보험료 27만원(45만원→18만원) 등 총 92만원의 지출을 줄였다. 그 결과, 월 1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가계는 82만원의 흑자 재정으로 돌아서게 됐다.

남은 과정은 82만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유씨 부부의 경우 목표별 솔루션을 잘 세워야 한다. 한정적인 자금으로 부부의 노후 준비, 교육비 마련, 내집 장만 등 쉽지 않은 과제를 해결해야 해서다. 유씨 부부에게 맞는 재무솔루션은 무엇인지 다음편에서 살펴보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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