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사태 풀려도 불안한 이유

Q. 한국GM은 신차 배정받으면 살아날 수 있을까.
Q. 한국GM 노조는 회사 지분을 받으면 견제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까.
Q. 한국GM 노조는 이번 사태의 진짜 희생자일까.
Q. 모든 물음의 해결책을 찾으면 GM 사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까.

답은 모두 ‘아니오’이다. 한국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GM 사태’의 원인과 솔루션이 왜곡됐다. 설사 타협점을 찾더라도 지속가능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는 지금 뭘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GM 사태의 본질을 짚어봤다.

▲ GM 본사의 미래 플랜에는 한국GM이 없다.[사진=뉴시스]

“노조가 양보한다면…” “GM이 탐욕을 줄인다면…” “신차 배정한다면…”. 한국GM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제기된 여러 방안들이다. 하지만 이런 카드가 한국GM의 경영을 보장할지는 미지수다.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나온 해법이라서다. 이리저리 왜곡된 정보들이 한국GM의 미래를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국GM 사태를 두고 온갖 설說이 쏟아지고 있다. 한쪽에선 외국 자본의 탐욕을 탓한다.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정부에 1조원 자금 지원을 요구했다” “GM이 한국GM을 생산기지로만 돌렸다” “고금리 대출, 불합리한 이전가격, 지나친 비용 전가 등으로 한국GM의 이윤을 가로챘다” 등이다.

한쪽에선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한국GM 노조가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만 한다” “강성노조가 생산성을 절벽으로 몰아넣었다” 등이다. 그 때문인지 한국GM 사태의 해법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자금 지원 전에 확실한 회수장치를 둬야 한다는 것과 기업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선 노조가 양보해야 한다는 거다.

발언 하나를 두고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이 “한국에 신차 2종을 투자(배정)할 수 있다”고 말하자 차종과 생산 대수를 두고 여러 분석이 쏟아졌다. “정부와 노조를 위시한 압박 카드다” “로드맵 제시가 없는 걸 보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등 배경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GM의 회생 전략이 미리 점쳐지기도 했다. GM이 사업장을 완전히 철수했던 호주식 해법이 아닌 정부 지원을 통해 회생을 꾀하는 브라질식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단서는 임원 인사다. 한국GM은 GM 브라질법인 출신 임원 2명을 영입했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도 우리 정부가 갈피를 못 잡는다는 거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정부는 ‘대주주 책임’ ‘노조 분담’ ‘장기 정상화 계획’이라는 3대 원칙을 세우면서 한국GM 사태 해결의 운전대를 잡았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다. 한국GM과 재무실사에 합의해 놓고 19일이나 지나서야 실사에 착수했다. 폐쇄가 확실시된 군산공장의 처리 방안을 두고도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국GM이 우리 정부 지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뒤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먹튀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이유다.

한국GM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GM이 국내에서 완전히 철수할 경우, 일자리 9만4000개가 증발한다. 연간 부가가치 손실은 8조4000억원, 생산 손실은 30조9000억원이다. 자동차가 대표 노동집약 산업인데다 여기에 수많은 협력업체가 얽혀있는 탓이다.

흥미로운 건 이 수많은 분석과 전망 중 확실한 게 하나도 없다는 거다. 한국GM의 높은 매출원가율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전가격’은 시장 거래가격이 아니다. 객관적 입증이 어렵다. 실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일이다.

격랑의 한국GM

국내 공장의 생산성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업체별로 생산 차종이 다르고 설비 자동화 수준이나 평균 숙련도가 각각 다르다. 단순히 생산시간을 추정 비교해서 생산성이 낮다고 분석하는 건 모순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자. “한국GM의 낮은 생산성,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 등 사실과 다른 왜곡된 정보가 계속 양산되고 있다. 왜곡된 정보는 왜곡된 결과를 낳는다. 정보에 따라 정책이 달라지고, 정책에 따라 한국GM의 회생 가능성도 달라진다.” 이번 사태를 야기한 근본 원인을 분석하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확실한 정보는 한국GM의 실적이다. GM이 한국 사업을 축소하는 가장 큰 이유가 한국GM이 ‘부진의 늪’에 빠져서다. 매출액은 2013년 15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7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전체 매출의 80%가 계열사를 통한 수출이었는데, GM이 유럽 철수를 결정하면서 이 몫이 빠진 영향이 컸다. 그 결과, 2014〜2017년 누적 손실액이 3조원에 육박하면서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과거의 GM이라면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세계 각지의 수많은 자동차 회사를 인수해 생산량을 늘리던 게 이 회사의 주요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이중에서 한국GM은 GM의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처로 GM의 태도가 바뀌었다. 생산량 위주의 전략을 펼치던 GM은 파산 이후 수익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특히 2014년 CEO로 취임한 메리 바라 회장은 2020년을 ‘운영성과향상기간’으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오펠을 팔고 호주, 러시아, 남아공, 인도 공장의 문을 직접 닫았다.

해법은 한국GM의 수익성을 다시 끌어올리는 거다. 이를 위해선 자금 지원이 필요하고 GM으로부터 경쟁력 있는 신차도 배정받아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는 거다. 이런 약속들이 한국GM의 장기 경영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서다.

수익성을 끌어올려도 해결할 수 없는 게 있다. 지속가능성이다. 메리 바라 CEO가 제시한 GM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은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다. 국내 공장에서 만들기로 했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는 미국에서 현재 생산 중이다.

수익성 끌어올린다 한들…

자율주행차 개발도 세계 최고 수준의 IT업체들이 포진한 실리콘밸리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 GM은 2016년 ‘크루즈 오토메이션’이란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을 약 1조원을 주고 사들였다. 글로벌 GM의 미래 플랜에 한국 사업장은 없다는 얘기다. 한국GM의 미래가 어둡다. 이 회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낸 건 2013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김다린ㆍ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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