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초양극화 시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 후유증인가. 강력한 규제 탓인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으로 나뉘었던 집값 격차가 이젠 강북이면 강북, 세종시면 세종시 등 같은 지역 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교육ㆍ교통ㆍ생활 여건에 따라 일부 지역에 몰리는 수요를 억제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는 방증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을 취재했다.

▲ 정부가 부동산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양극화 현상은 줄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부동산 시장이 ‘초超 양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 부동산 양극화가 주로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의 문제였다면, 최근엔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다. 8ㆍ2 부동산 대책을 비롯, 집값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다소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다주택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투기 수요를 막으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집값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인 수요와 공급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군이 좋고 교통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곳은 규제 여부와 상관없이 가격상승폭이 가파르고 거래량도 많다. 그렇지 않은 곳은 규제와 무관하게 가격이 떨어진다. 
 
■서울 및 도 내 양극화 = 서울의 예를 보자. 지난해 강남권의 실거래신고가격은 8ㆍ2 부동산 대책 이후 5개월간 6억원가량 올랐다. 주요 업무지구, 우수한 학군이 수요를 불러모았다. 반면, 주변 여건이 좋지 않은 은평구와 도봉구, 노원구 등 서울 외곽지역의 아파트는 실거래가가 1억원가량 떨어졌다.

최근 입주가 시작된 경기도 신도시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번엔 공급이 문제다. 지난 정권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쏟아졌던 착공 물량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30여년 전 1기 신도시를 건설할 당시보다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분양가에서 3000만~4000만원 떨어진 가격으로 거래되는 곳이 숱하다. 화성시 동탄2신도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입주폭탄’ 우려가 커지면서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아파트 5채 중 4채가 빈집일 정도이며,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 매매가가 전세를 밑도는 깡통전세 우려도 크다. 
 
 
■지역 내 양극화 = 같은 지역 내 집값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강북과 세종시가 단적인 예다. 강북은 집값 격차가 두배이상 벌어지고 있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가령,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센트라스 1ㆍ2차 아파트의 전용면적 85㎡(약 26평ㆍ이하 동일면적 기준) 실거래가는 1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집값이 4억9000만원에 이르는 은평뉴타운 상림7단지 푸르지오를 두채나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종로구 경희궁자이는 최근 매매가가 13억원에 달한 반면, 같은 시기에 입주한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롯데캐슬은 6억원에 팔렸다. 세종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 여건, 금강 조망권 등에 따라 집값이 천차만별로 갈렸다. 특히 세종시 아파트의 주요 수요자가 정부세종청사 공무원, 대전 출퇴근자인 만큼 교통 인프라 확보 여부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2013년 어진동에 들어선 ‘세종더샵레이크파크’는 정부세종청사와 가깝고 호수공원과 금강 조망권을 갖추고 있어 3월 매매가가 6억2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반면 청사와 거리가 있거나 BRT 이용이 불편한 단지는 평균 시세가 3억원대에 그쳤다.
 
■분양시장 양극화 = 이런 지역별 양극화 현상은 분양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은 청약경쟁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방은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서울 신길동 ‘e편한세상 보라매2차’의 청약경쟁률은 전용면적 59㎡(약 18평) 최고 19대 1, 전용면적 84㎡(약 25평) 7대 1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경남 창원의 ‘창원 롯데캐슬 프리미어’는 전용면적 84㎡A형에 411가구를 모집했는데 총 접수자는 398명이었다. 84㎡B형은 미분양이 24가구였다.

제주 한림읍에 공사 중인 ‘제주대림 위듀파크’는 더 심각하다. 총 42가구를 모집했는데, 1순위 청약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고, 2순위 청약도 단 3건에 불과했다. 경북 울진 ‘리버사이드빌’도 34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이 1건에 그쳤다.

 
이는 일부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9104가구로 전월 대비 3.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약 83%에 달하는 4만9256가구가 지방에 몰렸다. 경남이 1만3227가구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았고, 충남(1만1352가구), 경북(7806가구), 충북(4634가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부동산 초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는 곳은 세금이나 대출 등에서 강남과는 다른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초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역별로 정책을 차등 적용하고 세입자 보호 대책도 강화해야 한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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