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위로소비

▲ 네일숍에서 손톱 손질을 받는 것만으로도 힐링할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小確幸’이 대세다. 작아도 나에게 확실한 행복을 줄 수 있는 것, 그것에 사람들은 주저 없이 지갑을 연다. 이런 소비자를 잡으려면 기업도 마케팅 전략을 바꿔야 한다. 제품을 팔기보단 정서를 팔아야 한다는 거다. 대형 서점 벽면에 왜 시 한구절이 적혀 있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친구 한명은 봄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꽃을 산다. 예쁜 꽃과 식물 화분을 사서 연구실을 봄꽃으로 장식한다. 가끔은 옆방에 나눠주기도 한다. 친구가 말하길 새학기를 시작하는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지난해 수업하고, 논문 쓰고, 학생 지도하고, 건강도 잘 챙겨서 새로운 학기를 맞이한 나에게 주는 축하 선물이야.” 올해도 잘 보내자는 격려 선물이기도 셈이다.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는 셀프 기프팅(Self Gifting)은 ‘위로소비’의 한 형태다. 감성소비의 일종으로 소비자의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시키고 긍정적인 감정을 고양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소비를 말한다.

사람들은 힘들고 지치거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행복하거나 편안하거나 신나거나 즐거운 감정으로 바꾸기 위해 돈을 쓴다. 소비하는 순간 선택의 자유와 권한을 가진 ‘갑’의 지위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소비 행위 자체는 소비 대상과 무관하게 긍정적인 감정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된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소비자에게 행복을 추구하는 직접적이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 소비인 거다.

이런 위로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건 힘들거나 무섭거나 불만족스럽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는 상황이 점점 많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여러 경제적ㆍ정치적ㆍ환경적 상황이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미디어의 발달도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큰 이유다.

이웃마을에 사는 갑순이ㆍ갑돌이와 비교를 하던 세상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를 하는 세상으로 바뀐 탓이다. 주변에서는 힘든 일이 매일 터지는데 앞서가는 삶과 미화된 정보가 넘쳐나는 온라인 세상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일도 그만큼 많아졌다.

과거에는 위로소비의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가 음주였다. 속상하거나 괴로울 때 술을 마시면서 그 괴로움을 잊으려 했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술보다는 다른 소비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감정을 바꾼다.

소확행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힐링을 표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한다. 특별한 경우에는 무리를 해서 럭셔리 제품을 사기도 한다. 돈은 없고 시간은 제한돼 있으니 내가 원하는 어떤 한 분야에서 단 한번만이라도 나에게 최고의 선물을 하는 것이다. 값비싼 자동차나 고급 크루즈 여행은 안 되더라도 네일숍에서 손톱손질을 받거나 시내호텔에서 하루쯤 친구들과 파티를 하는 것이 그 예다.

요즘 많은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 효율, 신속과 같은 물리적인 특성을 보고 돈을 쓰지 않는다. 냉장고나 자동차나 구스다운을 하나쯤 다 갖고 있는 세상에서는 힘든 이유는 긍정적인 정서가 빈곤해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느끼는 상대적 빈곤이 더 힘들게 한다.

소비자에게 선택받고 싶다면 그들과 공감하고 그들을 배려하라. 커피나 화장품을 파는 게 아니라 커피와 화장품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정서를 팔아야 한다. 시내 대형책방 전면에 간판이나 책 광고가 아닌,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시적인 글귀 하나가 왜 적혀 있는지 생각해보라. 거기에 답이 있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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