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한계

리더는 신뢰 위에 서 있어야 한다. 그래야 리더십이 힘을 얻고, 리더십이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중기부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 겉으론 재벌, 대기업 등 가진 자를 비판했지만 실제론 스스로가 가진 자 노릇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를 두고 ‘흉내만 내는 중기부 장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홍 장관의 한계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

▲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해명된 건 없었다.[사진=뉴시스]

국민은 능력 있는 사람보다 도덕적인 사람을 원한다. 지난해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4%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능력 검증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은 31%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 여론을 숙고하지 않는다. 도덕성에 흠결이 있어도 끝내 밀어붙인다. 아쉽게도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옛 중소기업청에서 승격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으로 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임명했다.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채 이뤄진 임명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한 이유, 앞으로 가져야 할 위상 등을 고려할 때 개운하지 않은 결정이다.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게 단순히 야당의 몽니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홍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진 다양한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면서 비롯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홍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중기부 수장의 역할을 제한하는 ‘족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의혹, 그리고 족쇄는 무엇일까.

1. 말의 성찬 = 홍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자율형 사립고나 특목고를 일관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자사고와 특목고를 보내고 싶은 부모들의 ‘로망’이라는 청심국제중학교에 딸을 입학시켰다. 국민이 말의 성찬盛饌만 늘어놓은 그를 신뢰할 리 없다. 업계 관계자는 “상처 입은 리더십으로 무얼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2. 조물주 위 건물주 = 홍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을지로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을지로위원회의 목적은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불공정한 갑을관계에서 ‘을乙’을 대변한다는 취지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기구로 2013년 출범했다. 최근 몇 년간은 임차상인들이 건물주 위주로 작성되는 임대차 계약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일이 많아지자 임차상인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홍 장관은 정작 을을 잡는 ‘건물주 남편이자 아빠’였다. 부인과 딸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임대차계약서가 건물주에게 매우 유리하게 돼 있어서다. 예컨대 “계약 조항 해석에 관해 갑과 을 사이에 이의가 있을 경우, 갑의 해석을 따른다”거나 “을이 각 조항 불이행으로 인해 갑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모든 소송비와 집행 경비는 을이 부담하고 갑이 임의로 을의 임대보증금에서 공제한다”는 내용은 대표적이다. [※ 참고: 중학생인 딸이 건물주인 것은 논외로 한다.]

해명은 구차했다. 홍 장관 측은 “부동산 중개업소가 추천하는 계약서를 활용했을 뿐이고, 실제 임차인이 계약내용을 어겼어도 계약 내용대로 적용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일부에선 “이 정도는 보편적인 계약서”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을지로위원회에서 활동한 홍 장관에 한정해서 보면 “겉과 속이 다른 것 아니냐”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조물주 위 건물주로 살고 있는 사람이 을의 눈물을 마음으로 씻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장관은 ‘마음’으로 헌신하는 자리지, ‘돕는 척’ ‘이해하는 척’ 하는 자리가 아니다.

3.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시각 = 교수 시절에 집필한 저서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도 도마에 올랐다. 홍 장관은 이 책에서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은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 성공했는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면서 “그들은 세계의 천재와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적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비하하는 듯한 글을 적은 홍 장관이 중기부 장관에 앉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이 일었다. 홍 장관은 “책의 취지와 이유 여하를 떠나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책은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책의 취지를 따질 것도 없었다는 거다. 홍 장관은 결국 “20년 전과 생각이 바뀌었다”고 해명했는데, 그런 그가 중소기업을 위한 백년대계를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4. 탈세와 부의 대물림 = 세금 탈루 의혹은 압권이다. 내용은 이렇다. 2016년 중학생인 홍 장관의 딸은 외할머니(홍 장관의 장모)로부터 약 8억6500만원(감정평가액 기준)의 상가 지분을 증여받았다. 하지만 중학생인 딸은 증여세를 낼 돈이 없었다. 그러자 딸은 엄마에게 2억2000만원을 빌려 증여세를 내고,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이자는 증여받은 건물의 임대수익으로 납부했다.

언뜻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홍 장관 부부가 딸에게 증여세를 포함해 2억2000만원의 재산을 증여하면 간단히 끝나는 것을 왜 굳이 빌려서 내는 방식을 택했냐는 거다. 2억2000만원에 매겨질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홍 장관은 “미성년자가 많은 현금을 갖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딸이 회계법인의 회계처리에 따라 엄마에게 매년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홍 장관의 딸은 증여받은 건물 지분에 따라 매년 약 6000만원의 수입을 얻는다. 이자를 제하고도 일반 직장인 연봉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는 셈이다. 거짓말을 한 셈이다. 결국 홍 장관은 “돈을 증여해 채무관계를 정리하겠다”는 말로 의혹을 매듭지었다.

▲ 홍 장관은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재산내역 등에 관해 집중 추궁했다.[사진=뉴시스]

이를 대ㆍ중소기업 관계에 그대로 적용해보면 어떻게 될까. 많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규모의 자회사에 큰 자본을 떼어주고, 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경쟁의 출발점부터 달라지는 거다. 게다가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 큰 비용 없이 승계 작업을 마치는 대기업 행태를 당연시하는 것과 같다.

더구나 홍 장관은 그동안 부의 대물림 그 자체를 비판해온 인물로 유명하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탈세 의혹에 대해선 “적법한 절차에 따른 절세”라고 해명했다. 장관이 편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대물림을 정당화하는데, 과연 공정한 경쟁이 숨 쉬는 경제 생태계가 마련되겠느냐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도덕성을 갖춘 리더는 신뢰도가 높고, 리더십을 더 잘 발휘하며, 따라서 성과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경제 분야에선 꽤 검증된 명제다. 일례로 미국의 리더십 컨설팅업체 KRW인터내셔널이 지난 2015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원들로부터 도덕성 점수를 높게 받은 CEO는 도덕적 점수가 낮은 CEO들에 비해 5배나 높은 재무성과를 올렸다. 성실하고, 옳은 일을 지지하고, 실수는 포용하며, 공감 능력이 뛰어난 CEO는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리더십이 강화돼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늘어난다는 거다.

공직자는 왜 도덕적이어야 하나

당연히 신뢰받지 못하는 리더는 성과를 내기도 힘들 뿐 아니라 평가도 후하게 받지 못한다. 역대 정부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 고위공직자 가운데 그 성과를 기억할 수 있는 인물이 그다지 많지 않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홍 장관의 뒤엔 중기부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꼬리표가 달려있다. 이를 떼는 건 홍 장관의 몫이자 의무다. 중기부는 그를 위한 곳이 아니다. 한국경제의 허리를 책임지는 중소ㆍ벤처ㆍ소상공인을 위한 곳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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