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텍투유 대표의 出師品

전자회사 전문경영인을 지낸 사람이 화장품을 만든다고? 김경호(63) 텍투유(Techtoyou) 대표의 이력을 훑어보다가 들었던 첫번째 의문이다. 하지만 그는 “전기전자도, 화장품도 결국엔 ‘화학’이라는 큰 줄기에서 파생된 것”이라며 “의외의 분야가 아닌 진짜 전공 분야”라고 말했다. 남들에겐 전혀 다른 길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자산 삼아 더 열정적으로 인생의 2막을 걸어 나가고 있다.

▲ 김경호 텍투유 대표는 딸·손주까지 안심하고 사용할 화장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그래서 얼마인데요?” 기업 마케팅 담당이 판로를 뚫기 위해 신규업체를 방문해 제품 얘기를 한참 늘어놓다 보면 으레 이런 질문이 따라붙는다. 병원ㆍ피부관리숍 등을 찾아다니는 김경호 텍투유 대표도 귀가 따갑게 듣는 말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김 대표는 항상 이렇게 답한다.

“일단 제품을 써보세요. 그다음에 다시 얘기합시다.” 제품 하나는 자신있다는 그만의 자부심이자 표현 방식이다. 그런 자신감에 모두 긍정적인 답변만 하는 건 아니다. “다시 방문해보라”는 반응이 절반, 나머지 절반은 사실상 거절인 묵묵부답이다. 그는 “그래도 그게 어딘가. 그렇게 하나씩 밟아 나가면 된다”면서 껄껄 웃었다.

10여년 전. 아내와 딸의 화장대를 보던 김 대표의 머리에 “유해성분이 없는 화장품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처음엔 그냥 궁금함만 해소해볼 요량이었다. 당시 한 중견 전자회사 전문경영인을 맡고 있던 터라 생각을 실행으로 옮길 시간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 비즈니스를 한다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걸 하고 싶다”는 평소 생각이 더해지면서 회사를 그만둔 후 아예 화장품 회사를 차리게 됐다.

“화장을 하면 남들에게 아름다워 보이고 예뻐진 모습에 스스로 만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엔 수많은 트릭(trick)이 숨어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트릭은 ‘유해성분’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화장품엔 파라벤ㆍ탈크ㆍ프탈레이트ㆍ인공색소 등 수많은 유해성분이 함유돼 있다.

 

이런 유해성분은 피부에 흡수돼 몸에 축적되고, 암 등 각종 질병의 씨앗으로 작용한다. 그가 유해성분을 최소화한 피부 케어용 화장품을 개발한 이유다. “외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내적인 피부 건강과 아름다움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가 개발한 ‘린잘(Rinnsal)’ 제품은 총 5종(에센스 3종ㆍ세럼 1종ㆍ마스크팩 1종)이다. 에센스는 인체에 유해한 13가지 성분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제품으로 임산부가 사용해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병원에 주로 납품한다.

더 팔기 위해 제품력 낮출 생각 없어

세럼과 마스크팩의 주성분은 해양식물 줄기세포 스템셀이다. 세포배양ㆍ안티에이징에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어 피부를 건강하게 만든다. 고가의 화장품에 주로 쓰이는 성분이기도 하다.

공정도 매우 까다롭다. 에센스의 경우,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한 진공 펌프를 적용했고, 제조 공정은 모두 멸균실에서 이뤄진다. 국내에서 조건을 충족할 만한 시설을 찾지 못해 일본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멸균실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미용액을 주입하기 때문에 10명이 만들어도 하루에 1만개밖에 못 만들어요.” 배송도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심혈을 기울인다.

팩 베이스 양면에 그물망의 보호필름을 적용한 마스크팩은 김 대표만의 독자 기술이다. 그러다보니 단가가 1만원으로, 일반 마스크팩보다 많게는 10배 비싸다. 그가 타깃을 피부숍과 병원으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높은 가격은 비즈니스에 종종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해외에서 러브콜이 오는데 가격대가 높다 보니 잘 성사되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제품력을 낮출 생각은 없습니다.”

▲ 제품을 만드는 공정은 모두 까다롭게 이뤄진다. 인체에 해롭지 않은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사진=텍투유 제공]

혹자는 “쉽게 만들어 팔아도 잘 팔리는데 뭘 그렇게 어렵게 만드냐”고도 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딸은 물론 손주까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다는 신념을 꺾을 생각이 없다.

“어려운 일이 왜 없겠어요. 판로를 뚫는 것도 어렵고, 브랜드를 알리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아요. 하지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뛰어들었고, 힘이 들면 뜻을 함께할 파트너와 손을 잡으면 됩니다.” 지금은 20여개인 사업파트너를 2년 후엔 200개로 늘리는 것. 그렇게 린잘 브랜드를 서서히 고객에게 각인시킬 생각에 그는 하루하루가 설렌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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