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기 전에 알면 좋은 사실들」 “억울한 일이 있습니다”

▲ 폭로를 결심하고 어렵게 나선 피해자들은 조롱은 물론 명예훼손과 고발·협박에 노출된다.[사진=아이클릭아트]

권력과 지위를 가진 자들의 어두운 민낯이 드러나면서 온 나라가 술렁이고 있다. 폭력에 멍든 채 살아온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세상에 나섰다. ‘미투(Me Too) 운동’을 필두로 한 고백들은 가해자 중심의 어그러진 세상을 바꾸려 하고 있다.

참담한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한편 걱정이다. 순탄치만은 않을 그 후의 과정 때문이다. 폭로를 결심하고 어렵게 나선 피해자들은 조롱은 물론 명예훼손과 고발·협박에 노출된다.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면 어쩌나”“사회에서 매장당할지 모르니 그냥 참아야 하나”고 망설인다. 피해자임이 명백한 데도 역으로 가해자가 될까봐, 혹은 2차 피해를 당할까봐 두려워한다.

「알리기 전에 알면 좋은 사실들」은 그들이 걱정 없이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피해를 호소하는 구체적인 방식과 파급 효과, 언론 및 SNS의 활용 방식 그리고 다양한 법률자문 기관과 관련 법규 등을 간결하게 소개한다.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그 상황을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 제대로 가르쳐 준다.

 

우리는 약자를 보호해야 할 법이 오히려 가해자의 무기가 되는 상황을 자주 목도한다. 가해자가 되레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 으름장을 놓고, “난 그런 적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우기기도 한다. 가해자가 법을 무기로 혹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방패로 삼아 피해자들의 권리나 인격을 짓밟는 경우도 빈번하다.

근본적으론 법을 바꿔야겠지만 당장은 불가능하니 답답한 현실이다. 피해자가 결국 의지해야 할 대상은 ‘법’이다. 그러므로 현재로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알리기 전에 알아야 할 언론이나 법 관련 지식은 보통 사람들에게 낯설고 어렵다. 저자는 전문적인 영역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대로 알리는 방법, 알리면서 조심할 점, 실제 사례,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을 상세하게 다룬다.

이 책은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정보가 잘 정리돼 있다. 최소한의 정보와 도움받을 곳을 알고 있다면 부당한 일을 알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든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그런 불안을 덜어주는 데 있다고 말한다. 피해자가 세상에 알리고자 나서기 전에 먼저 보호 장비를 갖추는 것이다. 아무리 진심 어린 발언이라 한들 그 방식이 단단하지 못하면 또다른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은 거대한 변화의 시작이다. 성性뿐만 아니라 나이, 직급, 경제력, 정치·종교적 힘 등에 따른 폭력은 모두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 ‘알린다는 것’은 단순히 가해자에게 보복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출발이 될 수 있다. 저자는 “부당한 일을 당했음에도 어찌할 바 모르는 이들에게 ‘알리는 일’이 안전하고도 든든한 수단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한다. 지위, 성별, 나이 등의 조건에서 상대적 약자라는 이유로 참고만 살던, 혹은 앞으로 그럴 수도 있을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세 가지 스토리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마이클 부스 지음 | 글항아리 펴냄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이름만 들어도 복지와 부유함, 행복이 연상되는 살기 좋은 나라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완벽해 보이는 그들에게도 빈틈은 있다”고 말한다. 그는 10년 간 지내온 북유럽 생활을 바탕으로 지루하고 비사교적이며 게으른 스칸디나비아인들의 삶을 명쾌하게 해부한다. 비관적이진 않다. 그들이 지구상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유일한 사람들임을 인정하고 있어서다.

 

「어느 애주가의 고백」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펴냄

날이 좋아서, 좋지 않아서, 뜻대로 되서, 되지 않아서…. 우리에게 술 마실 이유는 항상 충분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술은 ‘친구’에서 ‘원수’가 돼 간다. 소중한 시간을 뺏고 각종 질병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술을 조금만 더 일찍 끊었더라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 질문을 시작으로 저자는 ‘술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술에 시달리며 사는 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세계의 보병장비」
사카모토 아키라 지음 | AK커뮤니케이션즈 펴냄

보병은 전쟁의 시작과 끝이다. 전투기와 탱크의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결국엔 적 거점에 보병이 깃발을 꽂아야 전쟁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런 보병의 역할은 대 테러 시대를 맞이한 현대전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보병장비의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총기류와 군복, 전투화, 전투식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병장비의 역사를 흥미롭게 다룬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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