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팔색조 변신

박상우(35ㆍ가명)씨는 매일 아침 식당에서 서비스하는 조식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출근 준비를 하고 로비로 내려가면 대기시켜 놓은 차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 주말에 청소를 깜빡 잊었지만 걱정 없다. 룸서비스로 해결할 수 있다. 박씨가 사는 곳은 호텔이 아니다. 아파트다. 수요자의 입맛에 맞춰 호텔 서비스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아파트의 팔색조 변신을 취재했다.

▲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되면서 수요자의 입맛에 맞춘 설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부동산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아파트는 점차 호텔을 닮아가고,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구분하기가 어려워졌다. 변화 이유는 간단하다. ‘짓기만 하면 팔린다’는 말이 돌 정도로 공급자ㆍ투자자 위주였던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수요자의 입맛에 맞춰 차별화를 둔 게 이유라는 얘기다.

■아파트 환골탈태 = 아파트 분양시장에선 호텔식 서비스를 도입한 곳이 늘고 있다. 다른 단지와 비교해서 얼마나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분양 성공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주거 환경 전반에 관한 실수요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셈이다. 가령, 외출시간에 맞춰 아파트 로비에 차를 대기시킨다거나, 주방ㆍ욕실 등을 청소해주고, 조식을 제공해주는 식이다.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부산 서면의 ‘더샵 센트럴스타’, 도곡동 ‘타워팰리스’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등이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아파트다. 하지만 기존엔 고급 주거 수요층을 타깃으로 했다면, 최근엔 일반 수요자를 대상으로 보편화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서비스도 진화했다. 단순 호텔식 서비스를 넘어 교육ㆍ의료 등 폭넓은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GS건설은 YBM어학원과 제휴해 입주민 자녀에게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GS건설이 경기 안산시에 짓고 있는 ‘그랑시티자이’ 단지 안에는 YBM 영어교실, 영어 도서관, 영어 리딩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YBM 영어커뮤니티가 들어선다. 그뿐만 아니라 한양대 ERICA캠퍼스 사회교육원 강좌를 할인받을 수도 있다. 단원병원, 안산병원 등 지역 병원과 연계해 건강관리 서비스도 제공된다.

 

부동산 개발 전문회사 피데스개발도 좋은 사례다. 지난해 10월 피데스개발은 공동주택 단지 내 입주민들에게 맞춤형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식품전문회사 SPC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우선적으로 용인시 기흥역 ‘파크 푸르지오’와 성남시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에 식음료 서비스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피데스개발이 단지 내 상가에 공간을 제공하고, SPC가 식단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오피스텔 환골탈태 = 오피스텔의 변신도 놀랍다. 평면, 커뮤니티 시설 면에서 아파트와의 비교가 무의미하다는 뜻의 ‘아파텔(아파트+오피스텔)’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다. 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고 청약제도 개편으로 신혼부부, 2~3인 가구의 당첨확률이 낮아지면서 오피스텔이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결과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다는 김은성(33ㆍ가명)씨는 “청약 가점이 낮고 분양 경쟁이 치열해 아파트 대신 주거용 오피스텔을 알아보고 있는데, 아파트라고 해도 될 정도로 구성이 잘돼 있다”면서 “견본주택에서 둘러 본 전용면적 84㎡(약 25평) 오피스텔은 거실과 주방, 욕실 2개, 가변형 벽 하나를 포함한 방 3개로 구성된 평면이 아파트와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분양하는 오피스텔을 보면 아파트에 버금가는 평면을 내세운 곳이 많다. 그동안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30㎡(약 9평) 안팎의 원룸이 일반적이었다.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주요 수요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룸, 쓰리룸 등으로 설계하는 곳이 크게 늘었다.

심지어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는 3~4베이(주택 전면부와 맞닿아 있는 공간), 2~3면 개방형 구조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세탁실, 팬트리(식품저장공간), 알파룸(자투리 공간) 등이 추가되거나 욕조가 딸린 화장실이 공급되는 것도 특징적인 변화다.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는 점도 오피스텔이 아파트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피트니스센터를 기본으로 게스트하우스, 스크린골프장, 비즈니스룸, 옥상정원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4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신촌 이대역 ‘영타운 지웰 에스테이트’가 이를 잘 보여준다.

 

분양 당시부터 커뮤니티 시설로 입소문을 탄 이 오피스텔엔 1층 휴게공간, 옥상정원을 비롯해 실내 암벽등반시설, 피트니스센터, 도서관ㆍ미팅룸, 자전거보관소 등 희소성 높은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커뮤니티 시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을수록 분양 성적도 좋았다. 지난해 2월 분양한 부평구청역 ‘대명벨리온’은 단시간 완판에 성공했는데, 그 비결로 세대별로 제공되는 물품 보관창고, 헬스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20층 스카이커뮤니티 등이 꼽혔다. 오피스텔 내부에 전용 부대시설 공간을 마련할 예정인 ‘다산자이 아이비플레이스’는 68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오피스텔도 호텔식 서비스

복합단지 내 오피스텔인 ‘하우스텔’과 호텔식 서비스를 도입한 ‘호피스텔’도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하우스텔은 난방, 빌트인 가전, 주방 등 주거 시설이 아파트 못지않게 잘 갖춰져 있다. 주거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 풍부하고 상업ㆍ교육시설 등 인프라가 확보돼있다는 점도 인기비결이다.

언급했듯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호피스텔도 인기몰이 중이다. 주로 신흥 업무지구나 지방 혁신도시 등 1~2인 가구와 직장인이 많은 지역에서 분양이 활발하다.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되면서 부동산 형태까지 바꾸고 있다. 이젠 부동산 시장에서도 수요자의 욕구를 읽어내고 충족시켜주는 게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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