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메모리 반도체 위협하는 중국판 삼성전자

중국의 반도체 굴기屈起가 거세다. 시스템 반도체에서 성과를 내더니 이번엔 한국의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를 위협하고 있다. 선봉엔 칭화유니그룹이 있다. 아직은 기술격차가 크지만 안심해선 안 된다. 칭화유니그룹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손을 잡으면서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칭화유니의 반도체 굴기를 취재했다.

▲ 칭화유니그룹의 반도체 굴기가 본격화하면 삼성전자는 수익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지난해 디스플레이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약 8년간 지켜왔던 9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왕좌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에 내준 것이었다. “기술력 차이가 크다”면서 중국의 굴기에 코웃음 쳤던 이들은 충격에 빠졌고, 대비책 마련에 소홀했던 업계는 고개를 숙였다.

굴기의 맛을 본 중국의 움직임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이번엔 국내 최대 산업 중 하나인 메모리 반도체를 겨냥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및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각각 73.1%, 55%(2017년 기준)에 이른다.

혹자는 ‘한국의 아성을 무너뜨리긴 힘들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ㆍ쯔광집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 그룹은 중국 칭화대가 설립한 칭화홀딩스의 자회사다. 2016년 창장(長江ㆍ양쯔) 메모리를 설립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출한 이들은 포부도 야심차다. “10년 안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5위 안에 드는 게 목표다(지난해 4월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

실제로 칭화유니그룹의 굴기는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올해 말부터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D램은 2019년부터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칭화유니그룹이 내놓을 제품은 32단 수준의 3차원(3D) 낸드플래시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이 32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는 대만 언론 디지타임스(2017년 10월)의 보도가 근거다.

 
문제는 칭화유니그룹이 32단 수준의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면 우리나라와의 기술 차이가 3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32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건 2014년 말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해서 당장 우리가 타격을 입진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칭화유니그룹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기업이 시장에 참여하면 공급량이 많아져 제품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정적인 시장을 나눠가져야 할 공급자가 늘어난다는 것도 우리에겐 손해다.

최근 칭화유니그룹은 인텔과 생산ㆍ판매 협약을 맺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알렸다. 인텔을 등에 업은 칭화유니그룹의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칭화유니그룹의 공세는 시작됐다. 현재의 성과에 취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면 반도체 아성도 무너질 수 있다. 소니도 삼성에 무너졌다. 우리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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