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텐텐 감량계획서 ❼

▲ 다이어트는 무인도에 홀로 살지 않는 한 본인 혼자 의지로 가능할 수는 없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10주간 10%의 몸무게를 감량하는 텐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필자의 아내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지난 한달간 가져온 생활습관의 변화가 아내의 체중 감량을 이끄는 일등공신임은 부인할 수 없다. 과자 등 야식을 즐기며 TV를 보던 아내는 크런치나 스쿼트 등 무산소 저항 운동으로 근육을 붙이고 체형을 잡아가며 TV 시청을 한다. 필자는 “저 바보상자도 꺼버리면 안 되냐”고 한마디 건네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라”며 핀잔을 듣는다.

맞는 말이다. 지킬 수 없는 무리한 결심이 좌절을 부르고, 결국 그것은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약간의 부족함을 허용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갖고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한다. 실수를 용인하며 작은 변화를 조금씩 추구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야식을 끊고 운동을 시작하자 아내의 체중과 몸의 형태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작이 제대로 되고 있음을 깨달은 초기 상태의 다이어터는 누군가 호의든 장난이든 과자 한 조각을 권했을 때 무심히 고개를 저을 수 있게 된다. 이 모습은 과자 봉지를 뜯으며 행복해 하던 이전의 유약한 모습과 확연히 대비된다. 급격한 변화의 원천은 내면에서 샘솟는 일종의 자존감이다. 자신감을 얻음으로 자존감을 찾은 다이어트는 주위의 자극과 격려를 거부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변화와 함께 또 다른 삶이 있음을 깨닫게 된 다이어터는 몸을 휘감던 외투를 과감히 벗어 던진다. 이때 주변인은 그에게 우려 섞인 측은감과 모종의 의심스러운 감정을 동시에 갖게 된다. 바뀐 생활을 네가 얼마나 지속하겠느냐는 거다. 가족 중 누군가 다이어트 명목으로 식탁 위 음식을 골라내기 시작하면 유사한 라이프 패턴으로 동질감을 갖던 그룹은 물과 기름처럼 분리된다. 기존 생활을 답습하던 그룹의 일원이 이탈자와 다시 과자를 나누던 일상으로 돌아갈 바람을 갖거나, 드물지만 그것을 요구해 다이어터를 힘들게 한다.

결국, 다이어터와 동거하는 가족은 그 노력을 돕는 조력자가 되거나 또는 방해하는 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다이어트는 무인도에 홀로 살지 않는 한 본인의 의지로 모든 게 가능한 분야가 아니다.

아내가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한달여 필자 가족의 생활을 살펴보자. 필자가 음식을 입에 달고 사는 성장기 중3 쌍둥이에게 야식을 먹이다 돌아보니 아내는 크런치를 바들바들 떨며 하고 있다. 연이어 거친 숨소리를 내며 아령을 들고 내리기를 반복하는데 마치 큰 거미를 연상케 한다. 어른에게 음식 권하는 예절이 몸에 밴 큰놈은 인간 거미에게 치즈 스틱을 권한 후 되레 욕을 먹는다. 밤마다 왁자지껄 먹는 소리, 체중계 눈금을 끌어내리기 위한 아내의 애처로운 숨소리가 공존한다.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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