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시간조차 아까운 이들에게

▲ 자동차 안에서 주문·결제에 이어 식사까지하는 드라이브인 서비스가 확대하고 있다.[사진=위키미디어]

자동차를 탄 상태로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한 다음, 창구에서 가격을 지불하고 음식을 받아 떠나는 드라이브스루(Drive-thru). 이미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많이 적용되고 있는 서비스다. 최근엔 차 안에서 식사까지 하는 드라이브인(Drive-in) 서비스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기다리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특히 환영받고 있다.

미국의 소닉 드라이브인(Sonic Drive-in)은 드라이브스루(Drive-thru) 서비스를 확대시킨 대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다. 자동차 안에서 식사를 주문하고 음식값을 결제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식사까지 할 수 있다. 각 주차구역에 차를 세우고 비치된 키오스크(Kioskㆍ무인시스템)로 직접 음식을 주문ㆍ결제하면 카홉(Carhop)이라는 직원들이 자동차로 음식을 배달해준다. 그다음엔 자동차 안에서 식사하면 된다. 이 과정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진다.

드라이브스루에서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아까워하는 고객들을 위해 소닉은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동차 안에서 혼자만의 혹은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사람들은 가끔 건강식품과 다이어트에 신경 쓰지 않고 내키는 대로 햄버거나 감자튀김을 먹고 싶어 한다. 소닉은 그런 ‘작은 사치’에 주목했다. 줄서지 않고 편안하게 자동차 안에서 시동을 끄고 음식을 만끽하면 된다. 샐러드를 추가하고, 싫어하는 당근이나 피클을 빼달라고 주문할 수도 있다.

1953년 미국의 오클라호마 작은 도시에서 깃발을 올린 이 업체는 현재 미국 전역에 3500개가 넘는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웬디에 이어 네번째로 큰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다.

드라이브인 레스토랑의 시초는 1921년 텍사스에서 문을 연 커비스 피그 스탠드(Kirby’s Pig Stand)다. 초기엔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를 하기 위해 자동차에서 내려야 했고, 음식을 받은 다음에 자동차로 가져가 식사를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소닉에서처럼 주차장의 각 구역에서 주문과 결제를 하는 게 가능해졌다. 소비자들은 레스토랑의 창구에 가거나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 없이 음식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음식 주문 후엔 자동차에서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대전화를 보면서 기다리기 때문에 지루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드라이브인 서비스는 레스토랑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자동차를 탄 채로 영화를 보는 영화관이 있고 자동차를 탄 채로 야생동물을 구경하거나 정글을 달리는 드라이브인 사파리도 있다. 라스베이거스에는 자동차를 탄 채로 페리스 휠(Ferris Wheel)이라는 관람차를 탈 수도 있다. 캐나다의 어느 한 방송국은 자동차에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동차 전용채널 드라이브인 클래식(Drive-in Classic)을 오픈하기도 했다.

자동차가 일상의 주요 수단인 미국에서 다양한 드라이브인 서비스는 편리함과 시간 절약, 그리고 프라이버시를 누릴 수 있는 서비스다. 2017년 자동차 등록수가 2200만대를 넘어선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는 이미 생활의 일부다. 자동차 자율운행도 코앞까지 다가왔다.

지금이야말로 드라이브인 서비스를 고민할 적기다. 자동차를 타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동물원을 거닐고, 그다음엔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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