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만나다」 한용운에서 기형도까지…

▲ 한편의 시는 작품을 둘러싼 시대와 작가의 삶, 특수한 상황이 맞물려 세상에 태어난다.[사진=뉴시스]

한용운, 김소월, 윤동주, 정지용, 김수영, 이상. 학창 시절 한번쯤은 배우고, 대표 시 하나쯤은 알고 있는, 우리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이다. 「시인을 만나다」는 한국 시사詩史에 큰 획을 그은 25명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담고 있다.

저자인 이운진 시인은 이들의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붙잡아 시와 함께 엮어낸다. 작가의 유년, 가족사, 독서 편력, 시작 노트 등을 따라다가 보면 어느새 시인의 사유와 감성을 이해하게 된다. 옛이야기에 빠진 유년의 김소월, 레코드 음반을 산더미처럼 모았던 음악 애호가 김영랑, 하얀 구두를 신고 미국산 MJB 커피를 좋아하던 세련된 취향의 이상 등 시인의 삶에서 발견한 사소한 풍경들은 더없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아울러 저자는 생의 끝에 쓴 시,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최종 작품이 되어 버린 시 등 시인의 ‘마지막 작품’을 통해 추구했던 문학과 삶의 의미를 짚어 본다. 김수영의 ‘풀’,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 등 마지막 시가 널리 알려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저자는 평전의 작품 연보와 시 전집, 각종 연구 자료들을 꼼꼼히 살피고 창작과 발표 시점이 명확히 고증되지 않은 경우 말년에 쓰인 작품 중 한편을 택했다.

월북·재북·납북 시인의 경우 남한에서 마지막으로 창작하거나 발표한 작품으로 선정했다. 이 책은 ‘마지막 작품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한 예술가가 생의 끝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주목한다. 인생 말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과 인간으로서의 깊은 회한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한 편의 시는 작품을 둘러싼 시대와 작가의 삶,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저자는 25명의 시인을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그들의 삶과 주요 작품을 살피고, 근현대 한국 시사詩史를 짚어간다. 시인들은 자신만의 작품 세계가 분명할 뿐 아니라 지금껏 새롭게 읽히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에 길이 남을 만한 작가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치밀한 고증으로 되살린 25명 시인의 삶은 한국 시단의 풍경을 생생히 품고 있다. 저자는 증언 자료, 전집, 연구 논문, 기사 등의 자료를 최대한 수집해 하나하나 읽었다. 작고한 시인들의 살아온 역사를 알아야 그들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다. ‘시인 공화국의 정부政府(김소월)’, ‘우리 시 문학의 가장 큰 빛(김영랑)’, ‘한국 현대시 최고의 실험적 모더니스트(이상)’ 등의 거창한 칭호로 단순화할 수 없는 시인의 면면은 시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을 실감 있게 전해 준다.

이 책은 시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대중 교양서다. 저자 또한 25명의 시인들을 ‘시를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찾아 읽었던, 길잡이 시인들’이라고 소개한다. 시인의 삶에서 끌어올린 83편의 시를 통해 한 세기 한국 시 문학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근현대 한국 시단의 흐름을 조망해 보고 싶은 청소년, 교사, 성인 대중이 읽으면 더없이 유용할 책이다.

 

세 가지 스토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오카다 다카시 지음 | 책세상 펴냄

인간은 죽기 직전까지 끊임없는 고통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 고통은 때론 죽음을 떠올릴 정도로 가혹하다. 정신의학 전문의인 저자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뇌했던 철학가와 문학가, 자신이 상담했던 일반인들의 사례를 세세하게 소개하면서, 절망을 벗어나는 데 철학의 역할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 그가 말하는 철학은 ‘학문’이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실전’이다.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 문예출판사 펴냄

인류학이란 무엇일까. ‘인류학의 거장’이라 평가받는 저자는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유일한 본보기”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인류학을 통해 점점 문화적으로 획일화 되고 있는 세계에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환경파괴와 기아, 무질서한 생산과 소비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깊이 고찰할 수 있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다.

「그래비티 익스프레스」
조진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중력. 우리 주변에 언제나 있는 현상이지만 그 원리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그림 그리는 과학자’로 불리는 저자가 펜을 들었다. 그는 ‘물체가 왜 떨어지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인류가 고민해온 과정을 그래픽 노블로 그려냈다. 특히 수많은 과학자들의 실패를 비중 있게 다뤘다. 주인공들이 실패를 딛고 중력의 원리를 발견한 순간에 독자들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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