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신혼부부 재무설계 下

식단표는 다이어트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매월 지출하는 식비가 과도하다면 식단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정해진 금액 내에서 소비를 하는 것이 지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강제 지출 다이어트에 나선 주씨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실전재테크 Lab’ 5편 두번째 이야기다.

▲ 위태로운 가계 재무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지출 감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출습관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재무설계를 받은 대다수의 사람이 “더 줄일 수 있는 지출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이유다. 하지만 점심 식사 후 커피 한잔, 퇴근 후 즐기는 맥주와 야식 등 무심코 소비하는 지출을 따져보면 줄일 수 있는 여지는 누구에게든 있다.

“돈은 안쓰는 것이다”는 유행어처럼 절약은 지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재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지출을 줄이는 것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주형민(가명ㆍ32)씨와 나은영(가명ㆍ30)씨 부부도 생활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장을 다니던 주씨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 소득이 감소했다. 최근 주씨가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지만 재무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2차 상담 결과, 주씨 부부는 잘못된 투자를 하거나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재무설계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어딘가에는 새는 돈이 있게 마련이다. 언급했듯 주씨 부부는 강제 지출 다이어트에 돌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4일 진행한 3차 상담에서는 줄일 수 있는 지출을 면밀히 살펴봤다.

상담 끝에 생활비(60만원), 월세(40만원), 비정기지출(75만원) 등에서 지출을 잡기로 결정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지출을 줄여보자. 우선 생활비 60만원이다. 두사람의 생활비 60만원은 많다고 생각하면 많고 적다고 생각하면 적은 수준이다. 그런데 생활비의 대부분을 저녁과 외식비로 지출하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씨 부부는 점심을 학원과 회사에서 각자의 용돈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60만원을 온전히 외식과 저녁식사에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부는 일주일에 4~5회 이상 야식을 시켜 먹었다. 저녁 식사도 배달 음식으로 해결했다. 주말에도 귀찮다는 이유도 배달음식을 즐겼다. 필자는 “한달 식단표를 작성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식단표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의 전유물이라 생각하지만 지출 다이어트에도 필요하다. 정해진 금액 내에서 소비를 하면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주씨 부부처럼 더이상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용하는 극약 처방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주씨 부부는 동네에 있는 전통시장을 활용해 식비를 줄였다. 주요 반찬은 가격이 저렴한 반찬가게를 이용했고 간단한 반찬은 그날그날 먹었다. 한달 동안 살아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식단표를 작성하고 외식을 줄여 하루 1만원 내외로 식비와 외식비 지출을 제안했다. 주씨 부부는 이를 통해 생활비를 60만원에서 35만원으로 25만원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지출 다이어트를 시작한 시점이 12월 연말연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출발이다.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생활비는 12월 수준인 35만원으로 결정했다.

한달에 60만원에 달하는 남편의 공무원 시험 준비 비용도 조정했다. 사실 이 부분의 조정을 결정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과감하게 투자해 시험준비기간을 줄이는 게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씨가 시험 준비와 편의점 알바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험준비비용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공부에만 전념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는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단과 수업 위주로 듣고 있던 학원 강의를 종합반(월 30만원)으로 전환했다. 주씨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영어ㆍ행정학 등의 강의는 인터넷 강의(과목당 월 10만원 가량)를 활용해 보충하기로 했다. 공부는 독서실 대신 학원에서 개방하는 무료 자습실을 이용해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주씨는 60만원에 달했던 비용을 40만원으로 20만원 절약했다.

월 평균 75만원에 달하는 비정기 지출도 대폭 줄였다. 경조사는 정말 가까운 지인의 행사만 참석하기로 해 10만원(15만원→5만원)을 줄였다. 여행ㆍ휴가비는 15만원(20만원→5만원)을 삭감했다. 주씨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 전까지는 거창한 휴가는 자제할 계획이다. 의류ㆍ미용비도 일단 15만원(25만원→10만원)을 줄인 후 3개월에 한번씩 점검해 수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주씨 부부는 소비성 지출을 45만원(233만원→188만원), 비정기 지출은 40만원(75만원→35만원)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월 지출 규모를 316만원에서 231만원(소비성지출 188만원, 비정기 지출 35만원, 금융상품 8만원)으로 줄였고 가계 재정은 11만원 적자에서 84만원 흑자로 돌아서게 됐다. 주씨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둬도 당분간 버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84만원의 잉여자금은 어떻게 분배해야 할까. 소득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은 주씨 부부는 비상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 40만원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넣어 비상금 마련에 사용하기로 했다. 입출금 통장에 잠자고 있던 자산 200만원도 CMA에 입금했다. 남은 44만원 중 5만원은 주택청약저축(월 5만원)을 장만하는 데 사용했다.

남은 잉여자금 39만원 중 29만원은 단기 적금에 넣어 자산을 불리기로 했다. 나머지 10만원은 투자에 활용했다. 자산이 적은 상황에서 이자율이 낮은 적금과 CMA로는 자산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지금과 같은 주가상승기에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제격이다. 주씨 부부는 펀드 최소가입 금액인 10만원을 투자해 적금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노리기로 했다.

이번 재무설계에서 아쉬운 점은 월세 40만원을 줄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주씨 부부는 주거환경을 전세로 전환하는 게 좋다. 하지만 지금 재무 상황으론 월세를 벗어나기 힘들다. 보유 자산이 적은데다 소득이 많지 않아 전세금 대출과 같은 부채가 생기는 건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주씨 부부에겐 이 역시 쉽지 않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신혼부부를 선정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건 자녀수, 주택청약 납입 횟수, 혼인기간 등이다. 주택청약저축과 자녀가 없는 주씨 부부에겐 불리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 신혼부부의 기준이 5년 이내에서 7년 이내로 확대된 건 그나마 희소식이다. 올해 결혼 3년차인 주씨 부부에게 4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씨 부부는 주택청약저축 활용해 임대주택 청약에 도전하기로 했다. 주씨 부부의 재무설계는 그때까지 계속된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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