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저자에게 묻다(25) 「극진영업, 세계 시장을 깨다」 저자 류태헌

대기업 전자회사에 입사해 30년 동안 해외영업을 천직으로 알고 살았다. 아프리카, 중동 등 오지의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데 젊음을 바쳤다. 세계 103개국을 종횡무진하며 최장기 지사장ㆍ법인장 기록도 세웠다. 남다른 해외영업의 길을 걸어온 류태헌(59) TEP 대표에게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 유념해야 할 것들을 들어봤다. 그는 “우리 기업들끼리 물고 뜯지 말고 협업을 해야 치열한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류태헌 대표는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며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천막사진관]

“양손을 쓰다가 안 되면 두 다리로, 그것도 안 되면 머리로, 그마저도 안 되면 상대를 저주해서라도 쓰러뜨려라.” 극진공수도(극진가라테)를 창시한 전설적인 무도인 최배달은 극한의 승부 정신으로 상대와 맞서 싸워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극진영업, 세계 시장을 깨다」를 쓴 류태헌 대표는 영업이야말로 그런 정신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극한의 승부정신을 바탕으로 한 영업, 이를테면 극진極眞영업을 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그의 생생한 조언이 책 구석구석에 담겨 있다.

✚ 스스로를 ‘후진국 영업 전문가’라고 칭했습니다.
“영업은 어디에서나 그 기본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성공을 거두고 치열하게 생활한 곳이 주로 후진국들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타이틀을 붙였죠.”

✚ 해외영업을 몇 년이나 하셨나요?
“30년가량입니다.”

✚ 주재했던 나라가 수없겠군요.
“우크라이나, 사우디아라비라,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튀지니, 알제리, 나이지리아 등입니다.”

✚ 주재기간도 길고 주재국도 많았으니, 위기도 숱했겠네요.
“세번의 위기를 경험했습니다.”

✚ 자세히 말씀하신다면.
“사우디에서 아프리카로 전배됐을 때가 첫번째 위기였지만 잘 극복해서 결국 임원으로 승진했습니다. 두번째는 우크라이나에 있을 땐데요. 2008년에 나라 전체가 IMF 체제로 바뀌고 시장이 3분의 1로 축소됐죠. 물론 이전의 성과를 인정받아 회사에서 생명은 연장됐지만, 승진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아까운 시기였습니다.”
 

▲ 해외에 진출하려면 현지 시장을 먼저 조사하고 진출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사진=뉴시스]

✚ 마지막 위기상황은 무엇이었나요.
“재기를 위해 이라크로 나가 현지 사업을 크게 일으켜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IS와의 내전 발발로 사업이 꺾였습니다. 결국 재기에 실패한 셈이죠. 조직이든 개인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가진 역량에 운이 덧붙여져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해외 개척하려면 CEO 의지 있어야

✚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무엇보다 CEO의 신념과 인내가 중요합니다. 기다려주지 않는 회사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데는 회임懷姙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 전에 성과를 독려하면 결국 단기적인 결과에 연연해 장기적인 사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없습니다.”

✚ 그다음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CEO가 마음을 먹었다면 시장에 최적의 사람을 투입해야 합니다. 최적의 현지 파트너를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후진국의 경우 파트너의 경쟁력이 사업의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시장에 적합한 제품과 현지 조직은 그다음의 일이죠.”

✚ 최적의 현지 파트너를 선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장기적으로 우리와 함께 일을 해나가면서 가장 훌륭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가’를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합니다. 저는 파트너사의 CEO가 어떤 성향인지 먼저 확인하고, 그가 과연 우리 사업에 충분히 투자를 하고, 동시에 관심을 갖고 집중할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판단했습니다.”

✚ 중국이나 인도의 기업은 어떻게 해외시장을 개척하나요.
“중국과 인도는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봅니다. 꾸준히 투자를 하죠. 그들은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 전략을 구사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명심해야 할 점입니다.”

✚ 우리 기업들은 어떤가요.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은 현지 한인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죠. 한국 기업끼리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비롯되는 시장을 파괴하는 상식 이하의 영업과 사업 윤리는 여전히 문제입니다.”
 

✚ 해외에 진출한 중소기업간 협업이 그렇게 어려운가요.
“매우 어렵습니다. 그게 해외에서 우리의 중소기업들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협업을 하기보다 서로 물어뜯는 싸움이 진행돼 윈윈하는 게 아니라 판을 깨버리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

✚ 이유가 뭘까요.
“협업을 해서 성공한 경험이 적어서 그렇습니다. 수백년 이상 상商 행위를 경험한 중국ㆍ아랍ㆍ인도인과 달리 우리에겐 상업적 전통이 거의 없었습니다. 해외에서 우리 한인들이 성공적인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윈윈’ ‘협업’의 가치를 알고, 서로 협력하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워 나가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야 합니다.”

✚ 국내 중소기업이 아프리카 진출을 한다면.
“현지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한국에 앉아서 한국시장 중심의 사고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현지의 시장을 먼저 조사하고 진출 가능성을 확인한 후 진출해야 합니다.”

✚ 그다음 단계는 무엇인가요.
“현지에 직접 투자를 할 것인지 거래선을 선정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거래선을 활용하겠다고 결정했다면 최적의 거래선을 선정하는 게 중요한 과제죠. 그 거래선과 진출 전략을 짜고, 계획에 따라 실행하면 됩니다. 직접 투자를 할 경우에는 최적의 인원을 선정하고 전략을 짜야죠. 무엇보다 일단 나가서 시장의 기회를 눈으로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해외영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여전히 세상은 넓고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용기를 가지고 다가가면 많은 기회가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사업 또는 영업이란 게 그 자체로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걸 극복할 지혜와 끈기는 어디에서나 필요한 덕목이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이뤄보길 바랍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더스쿠프 전문기자)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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