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상관관계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두고 설전이 한창이다. “튤립 버블에 버금가는 거품” vs “인공지능을 뛰어넘는 혁명”. 미래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도 극과 극이다. 대체 블록체인이 뭐길래 이 난리를 치는 걸까. 네트워크만으로 거래된다는 블록체인에는 과연 탐욕이 깃들 여지가 없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블록체인의 민낯을 쉽게 풀어봤다.

▲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사진=뉴시스]

가상화폐를 둘러싼 이슈가 뜨겁다. 최근엔 장이 폭락하면서 또다른 형태의 불이 붙었다. 정부 부처가 가상통화 규제 대책을 놓고 제각각 목소리를 낸 영향이 크다. 의견도 분분하다. 거래를 금지하자는 강경론이 있는가 하면, 불법은 차단하되 시장만은 제도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거센 논박 사이에 ‘공통분모’가 있다는 거다. “투기는 나쁜 행위, 하지만 가상화폐의 핵심인 블록체인은 좋은 기술이다.”

투기광풍을 일으키는 가상화폐에 면죄부를 주는 블록체인은 대체 뭘까. 수많은 미디어가 그리는 블록체인의 특징은 이렇다. “해킹이 어렵다” “거래 과정이 투명하다” 등. 일단 기존의 거래 방식과 가상화폐 거래 방식을 비교해보자.

# 은행의 거래=A가 B에게 100원을 송금했다. 이 사실을 증명하는 건 은행이다. 은행이 모든 거래 내역을 갖고 있다.

# 블록체인의 거래 = A가 B에게 100원을 송금했다. 이 사실은 누가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다. 거래 내역을 모든 참여자가 알고 있다.

간단하다. 그런데 숱한 질문이 이어진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건데?” 이 기술을 깊숙하게 파는 건 쉽지 않다. 방식도 ‘퍼블릭’ ‘프라이빗’으로 나뉘고, ‘노드’ ‘해시’ ‘타임스탬프’ ‘공개키’ ‘개인키’ 등 전문 용어가 가득하다. 홍기훈 홍익대(경영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우리는 스마트폰을 매일 들여다본다. 그렇다고 내부 구조를 낱낱이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기술을 끌어올리는 건 개발자의 몫이다. 사용자는 기술의 핵심을 파악하면 된다. 기술이 어떻게 쓰이는 게 좋을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핵심에 접근하기 위해선 이 기술의 기원을 봐야 한다. 힌트는 비트코인의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의 논문에 있다. “나는 제3의 신용 또는 보증기관 없이 ‘개인 간 개인(P2P)’만으로 운영되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 도발적인 주장을 주목해야 하는 건 논문의 발간 시점인 2008년 9월이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진 직후이기 때문이다.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당시 금융시스템의 한계와 모순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하나씩 살펴보자.

시스템을 전체를 통제하는 ‘중앙기관’이 있는 거래는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중앙기관이 거래를 보증한다. 변수나 리스크가 생기면 여러 정책으로 통제한다. 이때 언급되는 중앙기관은 국가나 은행 등 금융기관(또는 금융회사)이다. 범위를 넓히면 수많은 인터넷 기업도 중앙기관의 역할을 한다. 중앙 서버를 두고 그 안에 회원들의 데이터를 쌓고 관리하기 때문이다. 회원은 복잡한 시스템을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 이들이 알아서 관리해서다.

탈중앙화가 핵심이지만…

그런데 이 중앙기관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비극이 발생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대표 사례다.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으로 위험인자를 곳곳에 뿌려 놓은 미국 금융회사의 탐욕은 세계경제를 마비시켰다. 바로 이것이 나카모토 논문의 ‘출발점’이다. 목표는 탈脫중앙화다. 중앙기관 없이도 P2P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거다. 쉬운 건 아니다. 권위를 갖춘 중앙기관이 아니면 개인과 개인의 은밀한 거래를 누가 보장하겠는가. 이 딜레마를 해결한 게 바로 블록체인이다. 자! 이제 블록체인의 핵심을 보자.

모든 사람이 ‘블록체인의 세계’에 놓여있는 세상을 가정했다. A와 B가 ‘뭔가’를 주고받을 때 여러 데이터(준 사람, 받은 사람, 뭘 줬는지, 언제 줬는지 등)가 발생한다. 이 데이터를 요약한 숫자를 넣은 게 ‘블록’이다. 새로운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새 블록이 생성된다. 이 블록들은 앞뒤로 사슬처럼 묶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블록 묶음은 복사돼 다른 곳으로 전송된다. 타깃은 모든 사람의 컴퓨터다. 개개인이 세상에서 지금껏 발생한 모든 거래 정보를 갖게 되는 셈이다.

이때 만약 누군가 거짓 정보를 심으려 한다면? 기존엔 중앙기관 데이터만 해킹하면 끝이었다. 이들이 모든 데이터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다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모든 사람들의 컴퓨터에 있는 블록을 수시로 대조한다.

하나의 컴퓨터에 거짓 데이터를 심어봤자 나머지 컴퓨터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 해킹은 무산된다. 남은 방법은 모든 사람들의 컴퓨터를 동시에 해킹하는 건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데이터의 위ㆍ변조를 막고 거래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과정에는 수많은 IT 기법이 동원된다.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기법도 더해진다. 거래하는 ‘뭔가’는 뭐든 될 수 있다. 시장에 수천 종류의 가상화폐가 쏟아진 이유다. 하지만 추구하는 방향은 같다. “중앙기관 없이 가치를 전달하자”는 거다.

 

물론 물음표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 탈중앙화는 왜 좋은 건데?” 중앙기관은 신뢰성을 담보하면서 동시에 수많은 틀과 규제를 부여한다. 국가는 국경을 긋고 은행은 공인인증서를 발급한다. 인터넷 기업들은 각각의 회원 정보를 관리하고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유도한다. 물건을 사고 팔 때도 마찬가지다. 거의 대부분의 유통 과정에서 등장하는 ‘지나친 중간 수수료’는 탐욕을 대신하는 이름이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런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했던 건 이들에게 권력이 있었고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의 블록체인 가능한가

블록체인은 다르다. 모든 참여자에게 동등한 권력을 줬다. ‘감시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네트워크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혁신 기술엔 흠결이 없을까. 아니다. 네트워크의 과반을 독점한 특정 집단이 등장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네트워크가 워낙 방대해서 쉽지 않다”는 주장은 금세 반론에 부딪힌다. ‘모두에게 열린 정보의 바다’라던 인터넷도 구글 등 특정 인터넷 기업이 주도권을 틀어쥐고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체인파트너스의 신민섭 팀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블록체인이 바꿀 미래상을 그리는 건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다. 블록체인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뗐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한계도 분명하다. 하지만 수많은 개발자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보완된 기술을 대중이 받아들일 때, 기존의 수많은 경제 시스템의 구조도 바뀔 공산이 크다.”

결국 ‘산업 혁명’이라는 청사진도 가능하고, ‘일시적 유행’이란 회의론도 설득력을 얻는다. 어떤 시나리오가 됐든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수많은 변수를 거칠 험로險路라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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