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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확장법 232조와 철강의 운명

기사승인 [271호] 2018.01.11  10: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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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활 타오르던 용광로에 ‘찬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적용을 검토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의 골자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법의 파괴력은 상당하다. 경제논리보단 정치논리가 적용될 우려가 있는 데다, 법이 발동하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효하다. 우리나라 철강이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무역확장법 232조와 철강의 운명을 취재했다.

   
▲ 무역확장법 232조를 한국산 철강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 결과가 조만간 나온다.[사진=뉴시스]

2018년 새해 벽두, 국내 철강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미국의 초강력 무역규제로 꼽히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발동 여부를 가릴 미국 상무부의 조사 결과가 올 1월 중으로 나올 예정이라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이 자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수입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하는 무역제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4월 미국 상무부에 수입산 철강제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조사할 것을 명령했다. 이 조사엔 한국산 철강제품도 포함됐다.

한국산 철강제품이 미국 무역규제의 표적이 된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반덤핑상계관세 등 관세철퇴를 맞은 국내 철강사들이 대미對美 수출에 어려움을 겪은 건 오래된 이슈다. 하지만 무역확장법 232조는 이전 무역규제 이슈들과는 다소 다르다.


   
 

무엇보다 미국 철강업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꺼내든 첫 통상압박 카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무역확장법 232조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역)의 환심을 사기 위해 꺼내든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일환”이라면서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찬반양론이 심한데, 최근 들어 러스트 벨트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확장법 232조가 어떤 식으로든 발동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의 가장 큰 리스크는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17년 국내 세탁기ㆍ태양광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이슈와 비교해보자.

먼저 세이프가드는 제소기업과 피소기업이 존재한다. 제소 이유와 규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 정부나 피소기업이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역확장법 232조는 제소ㆍ피소기업이 아닌 특정 제품에 조치가 취해진다. 검토 품목을 ‘철강’이라고만 해놓은 탓에 어느 제품이 영향을 받을지 가늠할 수 없다. 아울러 미국 상무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세이프가드는 최종 판정이 내려지기까지 공청회 등 중간 절차가 있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무역확장법 232조는 최종 보고서가 발표되기까지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소송 등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 위원은 “혹여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무역확장법 232조의 발동에 따른 규제는 적용되기 때문에 소송기간이 길어질수록 국내 산업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무역확장법 232조의 조사기관이 미국 상무부라는 점도 리스크다. 미국 상무부가 행정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를 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 위원은 “세이프가드 조치를 내리는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독립기관인 것과 달리 미국 상무부는 행정기관이라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치적으로 악용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무역확장법 232조가 발동되면 그동안 반덤핑ㆍ상계관세 규제에서 비꼈던 철강제품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가장 우려되는 제품이 유정용 강관(OCTG)이다.

유정용 강관은 원유ㆍ천연가스 채취에 사용되는 고강도 강관이다. 국내에선 넥스틸, 세아제강, 현대제철, 동부제철 등이 생산한다. 2017년 4월 미국은 이들 제품에 2.76~24.92%(넥스틸 24.92%ㆍ세아제강 2.76%ㆍ기타 철강사 13.8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공급처가 미국시장이라는 점이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11월 유정용 강관 총 수출량 86만238t 중 대미 수출량은 85만4735t이었다. 대미 수출량을 비중으로 따져보면 99.4%에 이르는 수치다.

대미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수출 실적이 제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무역확장법 232조가 발동되고 유정용 강관에 30% 이상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져 수출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경제논리보단 정치논리 우려


국내 철강업계는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열연강판은 대미 수출의 총아로 꼽혔다. 2015년엔 약 115만6321t을 수출하면서 대미 철강제품 수출 규모 중 28%가량을 차지했다. 이듬해에도 90만8756t을 미국에 수출했다. 하지만 열연강판의 성장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수출량이 늘자마자 관세폭탄을 얻어맞은 탓이었다.

2017년 1~11월 열연강판의 수출 규모는 25만6821t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유정용 강관이라고 이런 전철을 밟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 철강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비하지 않으면 날카로운 부메랑을 맞을지 모른다. 아직 준비할 시간은 있다. 정부와 업계의 몫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고준영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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