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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의 아이콘 유통을 흔들다

기사승인 [269호] 2017.12.29  12: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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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2017년 정유년 한해도 저물고 있다. 올해는 국내외 정치 외풍으로 재계가 큰 풍파를 겪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개월째 수감 생활 중이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송사訟事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현대차와 롯데, 아모레퍼시픽 등이 큰 곤욕을 치렀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용진(49) 신세계 부회장의 경우는 줄기찬 혁신을 통해 재계 트렌드 세터로 부상하는 면모를 과시했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줄기찬 혁신은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사진=뉴시스]

정용진 부회장은 한국 재계 오너들 중 차세대 리더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젊은 패기와 활달함, 소통 능력 등을 무기로 소비자들과 호흡하며 한국 굴지의 유통대기업 신세계를 이끌고 있다. 내년이면 그는 2009년 ㈜신세계 총괄대표이사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선 지 대략 10년째를 맞는다. 40대 초반에 사실상 신세계 총수를 맡아 신세계그룹을 신세계로 이끌려 무척 애를 써왔다.

1968년생이니까 새해가 되면 그는 만 50세, 우리 나이로는 51세가 된다. 장년기인 50대에 접어드는 데다 그동안의 경험을 밑천 삼아 더욱 눈길 끄는 경영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은 50대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과 맥을 함께 한다.

2년 전부터는 그가 대형할인점 이마트 경영을, 동생 정유경(45) 총괄사장은 백화점 신세계 경영을 각각 책임지는 분할경영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그는 신세계그룹의 총수로 각인돼 있다. 신세계와 정용진의 이미지는 이미 서로 찰떡처럼 단단히 붙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정치 외풍이 재계에 유난히 심하게 불어 닥쳤던 정유년에도 그의 이미지는 오히려 강화됐다. 정용진의 이미지는 ‘파격 실험’ ‘혁신의 아이콘’ ‘트렌드 세터’ 등으로 요약된다. 정 부회장은 올해에도 이마트 중국 철수 선언(5월), 편의점 이마트24 출범(7월), 스타필드 고양 개장(8월), 온라인 및 해외사업 강화 ‘깜짝 발표’ 예고(8월), 새해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12월) 등과 같은 파격 실험을 계속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강화시켜 왔다.

신세계가 유통대기업인 만큼 유통사업과 관련된 일이 주를 이루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신세계가 12월 8일 발표한 ‘새해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이 그 좋은 예다. 유통업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경영 일반 사안으로 오너 정 부회장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한 재계 전반과 관련된 일이다. 주 40시간 근무를 35시간으로 단축해 하루 1시간이 줄어든 7시간 근무를 보장하면서도 임금 삭감은 없다는 게 요지다.

문재인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과 이를 통한 일자리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신세계의 이번 선언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루 7시간 근무는 작은 IT기업 등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이나 그룹 기업들이 눈치만 볼뿐 실행을 주저해 왔던 사안이기도 했다. 특히 제조대기업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도입을 꺼려 왔던 일이었다.

이런 일을 신세계가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하겠다고 나섰으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 부회장이 유통업뿐만 아니라 재계 전체의 트렌드 세터로서의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이번 그의 결단에 대해 “어려움은 있겠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반응을 많이 보이고 있다. 재계는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힌 탓인지 통일된 반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 노조 측은 현장 인력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실질 임금상승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꼼수’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7시간 근무제는 신세계가 2년 동안 준비해온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임직원들에게 휴식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하는 한편 좋은 일자리를 요구하는 사회적 트렌드도 수렴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정 부회장은 몇년 전부터 스타필드 같은 복합쇼핑몰이나 편의점, 온라인 등으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겨 왔다. 이는 대형할인점인 이마트나 오프라인 사업인 신세계의 성장 정체와 그로 인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최근 이들 두 사업의 성장률은 거의 답보상태로 알려졌다. 지난 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이마트 1호점이 생긴 이래 올해 처음 이마트 점포수가 2곳 감소한 145개로 나타났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점과 울산 학성점이 문을 닫은 결과다.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화제

그가 올해 결과물을 낸 가장 굵직한 사업은 뭐니 뭐니 해도 ‘스타필드 고양’이다. 지난해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과 코엑스몰에 이은 초대형 복합쇼핑몰 제3호 사업장이다. 지난 8월 하순 개장한 스타필드 고양은 그 이전 문을 연 두곳과 마찬가지로 숱한 화제를 남겼다. 당초 6월 개장 예정이었으나 확실하게 차별화를 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판단 때문에 개장이 두달 정도 연기됐다.

개장 후 성적도 ‘일단 연착륙’이란 평가가 많다. 12월 1일 맞은 개장 100일 성적은 누적 방문객 600만명(일 평균 5만명ㆍ주말 10만명)에 매달 500억~600억원의 매출과 2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화된 키즈 매장과 반려동물 진입 허용 등 새로운 시도가 다양하게 적용됐다. 연면적 36만5000㎡(약 11만606평)의 수도권 서북부 최대의 실내 복합쇼핑몰로 인근 롯데쇼핑몰, 이케아점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타필드 사업은 국내 쇼핑몰 사업의 개념을 확 바꿔 놓은 새로운 유통 트렌드다.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스타필드를 “이제껏 세상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쇼핑 테마파크”라고 소개했다.

또 “대형마트 경쟁자는 유통업체가 아닌 야구장”이라는 말도 했다. 소비자를 물건만 사러 오게 하지 않고 와서 맘껏 놀도록 하면서 매출을 일으키게 하겠다는 발상이다. 일부의 과잉 투자 우려에도 그는 줄기차게 스타필드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인천 청라, 경기도 안성에 이어 최근 창원에서도 비수도권 첫 스타필드 사업장 건설을 확정했다.

▲ 5월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정용진 부회장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최성 고양시장.[사진=뉴시스]

7월에는 편의점 ‘위드미’ 사명을 ‘이마트24’로 바꾸고 3000억원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또 영업시간 자율 선택, 고정 월 회비 및 영업 위약금 제로 등 3무無 정책도 내걸었다. 최근 편의점 사업성적이 상승세여서 이마트 이미지를 편의점 사업에까지 확장한 셈인데 향후 결과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지난 8월 하순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그는 “온라인 강화와 관련해 여러 시나리오가 많다”며 연내 깜짝 발표를 예고했다. 그는 “11번가 인수도 검토해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말이 가까워졌지만 아직 깜짝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사와의 인수ㆍ합병(M&A) 또는 해외 이커머스사와의 역직구(직접구매)사업 등 다양한 시도가 점쳐지고 있다.

잇따른 혁신으로 트렌드 세터 부상

신세계 온라인사업은 ‘이마트몰’과 ‘신세계몰’ 두축으로 돼 있다. 2014년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통합한 SSG닷컴을 선보인 이후에도 두 온라인몰은 각각 운영되고 있다. 실적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그룹 내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20년 만의 중국사업 철수라는 뼈아픈 경험을 한 그는 해외사업 강화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일대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더 이상 중국에 미련을 갖지 말고 선제적으로 동남아 등지로 방향을 선회한 것에서도 트렌드를 바꾸는 그의 면모가 읽힌다. 재계가 전반적으로 큰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서 선전한 정 부회장이 새해에도 트렌드 세터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살려 나갈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성태원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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