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특약 | 通通 테크라이프 ⓫ 쇼핑 도우미 챗봇

“내일 등산을 하려고 하는데, 괜찮은 등산복 좀 추천해줘.” “네가 파란색을 좋아하니까 이 제품이 좋겠는데.” “얇아 보인다. 조금 춥지 않을까?” “대신 방수성이 좋아.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니까.” 옷가게에 함께 들른 친구와의 대화처럼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소비자가 인공지능(AI)과 메신저의 결합체인 ‘챗봇’과 수다를 떨고 있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 IBM이 쇼핑 도우미 챗봇을 해부했다.

 

“우리의 미래는 메신저에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해 4월 흥미로운 발언을 꺼냈다. 페북의 신성장동력으로 ‘챗봇’을 꼽았기 때문이다. 페북은 글로벌 시가총액 기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이다. 유수의 IT 기업 중에서도 우수한 기술력을 갖췄다. 이런 기업의 미래로 지목된 기술이니, 신통한 능력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챗봇은 간단한 개념이다. 우리가 자주 쓰는 모바일 메신저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더했을 뿐이다. “사용자가 메신저에 입력하는 문장의 의미를 파악해 적합한 답변을 내놓는다.” 챗봇의 기본 작동 방식이다. 수많은 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의 대화 패턴과 규칙을 분석한 알고리즘이 만들어지면, 이 범위 안에 들어온 질문에 자동으로 답한다. 장점은 뚜렷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잠들지 않는 상담원을 만나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지금은 상담시간이 종료됐으니 내일 다시 전화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안내 멘트를 들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챗봇은 24시간 언제든 사용이 가능하다. 전화 상담보다 빠르게 정보를 받을 수도 있다. 기업도 여러모로 좋다. 비용 절감 등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최근에는 이런 기반 기술에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등의 기술을 적용해 답변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명령을 내려 답을 얻는 구조가 아니다. 사람과 대화하는 수준에서 말뜻을 알아듣게 하기 위해 개발된 자연어 처리(NLP), 자연어 이해(NLU) 기술이 등장한 덕이다.

활용 범위도 그만큼 넓다. 특히 유통업계가 발 빠르게 챗봇을 활용 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가장 강력한 구매 파워를 갖춘 밀레니얼 세대가 챗봇을 원하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가 상품을 구매할 때 주로 고려하는 사항은 무엇일까.

2017년 ‘바로워 인사이트 서베이’에 따르면 ▲구매 전 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선호한다 ▲맞춤화된 상품과 마케팅을 집행하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등 세가지다. 흥미롭게도 챗봇은 세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 IBM의 AI 왓슨 컨버세이션 응용앱인터페이스(API)를 기반으로 구축된 여러 챗봇이 증명했다. 사례로 살펴보자.

메신저 + AI = 챗봇

밀레니얼 세대인 수지는 미국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메이시스’에 들어섰다. 친구 생일 파티에 신고 갈 핑크색 구두를 사기 위해서다. 그는 백화점 입구에서 스마트폰 앱을 열고, ‘친구 생일 파티에 신고 갈 핑크색 구두를 찾아줘’라는 단어를 입력했다.

그러자 이 앱이 여러 종류의 구두를 추천했다. 신기하게도 추천 구두들은 수지의 취향에 딱 맞는 디자인이었다. 추천 상품을 확인한 수지는 또 다른 앱을 열고, 해당 매장으로 가는 길을 안내받았다. 이 똑똑한 앱의 정체는 ‘메이시스 온 콜’. IBM 왓슨 기반의 쇼핑 도우미 앱이다. 매장별 특성에 맞는 쇼핑 팁을 알려준다.

또다른 사례를 보자.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도 챗봇을 활용하고 있다. 고객이 “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배낭 여행 중이야. 나한테 맞는 재킷이 있을까?”라고 물으면 350여개에 달하는 재킷 중 고객의 상황과 체형에 알맞은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국내에도 왓슨을 활용한 챗봇이 있다. 식품전문몰 동원몰은 올해 5월 챗봇 ‘푸디’를 출시했다. ‘푸드(Foodㆍ식품)’와 ‘버디(Buddyㆍ단짝)’의 합성어다. 고객에게 인기 상품 추천은 물론 결제부터 배송, 교환 내용까지 채팅으로 안내한다. 적립금, 쿠폰 등 다양한 회원 서비스의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얻을 수 있다.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챗봇은 유통업계 핫이슈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는 더 밝다. 전문가들은 챗봇이 구글과 같은 ‘포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한다. 기술이 발전하면 챗봇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근거다. 챗봇은 페북 등 일부 기업의 미래가 아니다. 우리의 미래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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