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

▲ 영화 ‘오리엔탈 특급살인’. [사진=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역설적이다. 탐정이 살인범을 찾아가는 추리 스릴러이지만 ‘누가 살인범인가’에 열중하면 영화로서의 매력이 사라진다. 대체 어쩌란 말인가.

지금부터 이 영화의 매력을 뜯어보자. 첫째, 50년 동안 80여편의 추리소설을 집필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베스트셀러가 이 영화의 원작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10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돼 40억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록이니, 그 원작에 그 영화가 아닐까.

둘째 매력은 여러 번 들어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이름을 가진 탐정 ‘에르큘 포와로’다. 이 영화의 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주인공까지 꿰찼는데, 연기력이 말 그대로 ‘쩐다’. 어디서 봤을까 궁금하다면 2002년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질데로이 록허트’ 역을 떠올리면 된다.

음, 그래도 모르겠다면 올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덩케르크’에서 독일군에 포위된 연합군을 탈출시키는 영국군의 ‘볼튼 사령관’을 기억해 내면 된다.

셋째 매력은 조니뎁, 주디 덴치, 미셸 파이퍼, 페넬로페 크루즈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거다. 영화 속 선교사 필라 에스트라바도스는 제59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제81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페넬로페 크루즈가 연기했다. 그녀는 특유의 고혹적인 분위기로 극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드라고미로프 공작부인 역을 맡은 ‘영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 주디 덴치, 비열한 사업가 라쳇을 연기한 조니 뎁은 배우의 이름값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준다.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에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가 더해지니, 관객들은 쉴 틈이 없다.

숨막히는 장면은 첫 신에서 시작된다. 여기는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초호화 열차 안. 13명의 용의자와 콧수염이 인상적인 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긴장감을 뿜어내고 있다. 폭설로 열차가 멈춰선 어느날 밤.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승객 한명이 잔인하게 살해 당했고, 나머지 승객 모두가 용의 선상에 올랐다.

포와로는 현장에 남은 단서 등을 토대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파헤친다. 포와로는 절대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 주어진 자료를 근거로 머릿속 ‘회색 뇌세포(The Little Gray Matter)’를 돌린다. 용의자들의 증언과 기억, 여권의 기름 얼룩 등 사소한 단서 등을 통해 포와로는 뇌세포를 회전시키고, 마침내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낸다. 하지만 결말은 고정관념을 산산이 무너뜨린다. ‘반전의 대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답다.

사족 하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전세계에서 4대 밖에 없는 65㎜ 필름 카메라로 찍었다. 디지털 시대에 굳이 아날로그 필름으로 찍어서인지 컬러 해상도와 톤이 독특하다. 옛 추리소설과 옛 필름의 앙상블, 이 영화의 마지막 매력이다.
권세령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christin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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