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다이소의 민낯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성장했다.’ 생활용품전문점 다이소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실제로 다이소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밖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유통공룡’으로 훌쩍 커버린 다이소를 막을 방법이 없는 이유다. 문제는 최근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도 생활용품 전문점을 규제하는 내용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유통공룡 다이소의 민낯을 취재했다.
▲ 다이소 명동점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다이소야 백화점이야.” 지난 6월 문을 연 다이소 명동역점이 누리꾼 사이에서 이슈가 됐다. 인터넷 포털에는 명동역점 방문 후기부터 ‘꼭 가봐야 할 코너’를 소개하는 동영상까지 등장했다. 다이소 매장 중 가장 높은 층수(8층)인 데다 서울 주요 상권인 명동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었다.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 12월 13일에도 다이소 명동역점은 사람들로 붐볐다, 1층엔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사람들이 가장 몰린 곳은 3층 문구류 코너. 이곳에서 만난 김지영(가명ㆍ15)양은 “가격도 저렴하고 없는 물건이 없다”면서 “문구류를 살 땐 주로 동네 문구점보다 다이소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숱하게 많았다. 한 태국인 관광객(22ㆍ여성)은 “한국에 오기 전 트위터에서 다이소를 알게 됐다”면서 “태국엔 이런 매장이 없어 매우 신기하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은 한 홍콩인 관광객(여ㆍ36)은 “한국 여행을 준비하다가 여행 책자에서 다이소를 보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다이소가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찾아오는 명동의 랜드마크가 된 셈이다. 
 
명동이라는 금싸라기 땅에 다이소가 들어선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다이소가 ‘유통공룡’이 됐다는 방증이라서다. 다이소의 매출액은 지난해 1조원을 훌쩍 넘었다. 1000~5000원짜리 균일가 상품을 팔아서 세운 기록이다. 현재 다이소 매장은 1200여개로 3만여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평균 고객수는 90만명, 평균 구매가격은 6500원가량이다. 긴 불황에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의 발길이 다이소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시장조사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저가 생활용품 전문점을 찾는 이유(복수응답ㆍ2017년)는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서(57.5%)’, ‘가성비가 좋아서(55.7%)’, ‘경기불황에 소득이 감소해서(48.4%)’ 등이었다.

금싸라기 땅 호령하는 다이소 
 
 
하지만 다이소가 단순히 ‘가성비’만으로 성장했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게 많다. 규제 밖에서 몸집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다이소의 업태는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전문점으로 분류돼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당연히 대형마트ㆍ기업형슈퍼마켓(SSM)처럼 의무휴업, 영업시간제한, 출점제한이 없다. 그럼에도 다이소가 취급하는 제품의 품목이 워낙 다양해 골목상권을 침해할 우려가 많다. 다이소가 규제의 무풍지대에서 골목상권을 잠식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다이소 명동역점이 들어선 후 인근 문구점, 철물점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다이소와 20여m 떨어진 곳에서 10년 넘게 문구점을 운영해온 문성철(가명ㆍ68)씨의 한숨도 깊어졌다. 문씨는 “다이소가 문을 연 후 대학생, 초ㆍ중ㆍ고등학생의 발길이 뚝 끊겨 매출이 20~30% 줄었다”면서 “대형마트ㆍ온라인몰에서 문구류를 파는 통에 손님을 다 뺏겼는데 이제 바로 옆 다이소와도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고 한탄했다.
 
명동역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이 전국 469개 문구점을 대상으로 ‘다이소 영업점 확장과 문구점 운영실태 현황’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92.8%가 “다이소의 영향으로 매출 감소를 겪었다”고 답했다. 다이소 측은 “문구점의 쇠퇴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매채널의 변화, 학습준비물지원제도 시행, 학령인구 감소 등이 문구점 쇠퇴의 원인이라는 거다.
 
문제는 다이소의 골목상권 침해 우려를 막을 만한 ‘장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골목상권의 한숨은 깊어가는데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2015년 다이소와 이케아 등 전문점과 대기업의 복합쇼핑몰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11월에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의 의원이 그간 발의됐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내용을 포괄한 이른바 ‘패키지 유통규제법’을 발의했다. 중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규모점포ㆍ준대규모점포의 입지를 제한하고, 복합쇼핑몰의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다이소와 같은 전문점은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끊이지 않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  
 
그사이 다이소가 공격적인 출점을 이어가면서 골목상권과의 마찰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에 출점하려다 인근 연무시장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다이소는 출점 계획을 접었다.
 
▲ 생활용품 전문점 시장 규모는 향후 2~3년 내에 4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부산에서는 지난해 오픈한 연제점이 논란을 일으켰다. 연제점은 개점 전부터 최대 규모 매장으로 이슈가 됐다. 입점에 앞서 다이소는 2015년 연제구청과 ‘연제구민을 우선적으로 채용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채결했다. 하지만 인근 상인들이 급격한 매출 감소를 메울 수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잡음은 계속해서 새어나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 2조원대인 생활용품 시장 규모가 2~3년 내에 4조원대(업계 추정치)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정희 중앙대(경영학) 교수는 “다이소는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반사이익을 누려왔다”면서 말을 이었다. “다이소의 규모가 커지면서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도 강해졌다. 상생의 방법을 찾지 못하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이소가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실태조사하고,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유통공룡으로 훌쩍 커버린 다이소를 규제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는 조언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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