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Lab | 30대 신혼부부 下

김씨 부부는 맞벌이로 570만원을 번다. 하지만 변변한 적금 하나 들지 못했다. 여행ㆍ월세ㆍ외식비 등 소비성 지출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줄일 수 있는 건 일단 줄이는 것이다. 쓸 거 다 쓰면서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플랜은 욕심이다. 재테크에 요술은 없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의 ‘실전재테크 Lab’ 30대 신혼인 김씨 부부의 재무설계 두번째 이야기다.

▲ 재무설계는 불필요한 지출을 관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맞벌이(월소득 570만원)를 하는 결혼 8개월 차 김찬희(가명ㆍ32), 박가람(가명ㆍ35) 부부가 제시한 지출계획표는 만족스러웠다. 기존 소비에서 생활비(10만원), 외식비(10만원), 여행비(10만원), 용돈(10만원) 등 총 40만원을 줄인 지출계획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무설계에 만족이란 없다. 임신과 출산, 육아, 갑작스러운 이직 등 준비해야 할 변수가 숱하게 많은 김찬희 부부는 더 많은 걸 줄여야 한다. 10월 29일 진행된 3차 상담에서는 본격적인 지출구조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

언급했듯이 월 150만원에 이르던 강남 소재 오피스텔의 월세(주거 비용)는 전셋집 마련으로 털어냈다. 비교적 땅값이 싼 성남시 모란역 인근으로 이사하면서 관리비도 12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였다. 더불어 새 집엔 공용 인터넷이 깔려 있어, 인터넷비(3만원)를 포함해 5만원을 아끼는 데 성공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통신비도 줄였다. 애초 김씨 부부는 각각 8만원(남편), 7만원(아내)대 요금제를 사용했다. 데이터를 많이 쓰는 탓이었는데, 이를 각각 5만원대와 4만원대 요금제로 변경했다. 회사와 자택의 무료 와이파이(wi-fi)를 이용하는 것으로 데이터 비용을 줄였다.

가계 지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외식비(월 30만원), 여행비(월 평균 60만원)도 월 평균 60만원대로 줄였다. 사실 상담 과정에서 가장 많은 대화와 고민을 나눈 부분도 이 대목이었다. 김씨 부부의 재무설계 목표가 ‘인생을 즐기자’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재무설계는 받는 목적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자”고 권유했고, 김씨 부부는 고민 끝에 안정적인 자산형성과 육아 준비로 재무목표를 변경했다.

이와 함께 생활비(기존 70만원)와 부부 용돈(기존 70만원)은 김씨 부부의 계획처럼 각각 10만원씩 절약하기로 했다. 생활비와 용돈도 큰폭의 삭감이 필요하지만 과하게 조정하면 ‘소비 요요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각 항목을 조금씩만 줄였다. 이밖에 아내의 네일아트 비용을 줄여 40만원에 달했던 의류ㆍ미용비를 30만원으로 낮췄다.

이제 보험을 살펴볼 차례다. 김씨 부부는 4년 전 같은 회사에 근무한 지인의 소개로 보장성 보험에 가입했다. 보장금액은 1억5000만원으로 많았지만 사고ㆍ질병 보장과 실손보험 기능이 없는 CI(중대질병)종신보험이었다. 게다가 보험이 갱신형으로 돼있어 가성비가 신통치 않았다.

김씨 부부와 논의해 보험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중대질병이 보장되는 건강보험(남편 9만원ㆍ아내 7만원)과 각각 2만원대 실손보험 가입해 보험료 부담은 낮추면서 보장은 유지하게 했다. 그 결과, 월 44만원에 달했던 보험료는 20만원으로 줄었다. 이사 등으로 발생한 특별지출(도배ㆍ가구 구입ㆍ가전제품 교체)은 과감하게 모두 삭감했다.

김씨 부부는 더 큰 TV와 소파를 구매하길 원했다. 욕심이었다. 신혼살림을 마련한 지 채 1년도 안 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출산 등으로 가족 구성원이 변할 수 있다는 점, 2년 후 전셋집 만기로 다시 이사를 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세차례 상담을 통해 월세, 생활비, 용돈, 외식비, 보장성보험료 등을 줄여 총 254만원(잉여자금)의 저축여력을 마련했다. 이전 잉여자금 6만원을 포함하면 260만원의 여력이 생긴 셈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자금 활용 방안을 세우는 것. 김씨 부부의 자산 활용 방안의 초점은 투자가 아닌 자산형성에 맞췄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이벤트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소득 감소에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먼저 비상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전 주택의 전세보증금(2000만원)과 잉여자금 중 60만원(월)을 CMA에 넣었다. CMA의 장점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고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적금은 두가지로 나눠 가입했다. 종잣돈 마련을 위한 정기적금(월 100만원)과 출산준비적금(월 20만원)을 따로 가입했다. 종잣돈 적금은 1년 단위로 갱신해 납입 금액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출산 준비 적금은 부부의 자녀 계획에 맞춰 2년 만기로 설정했다. 노후는 연금저축펀드, 비과세펀드(도합 월 30만원)로 대비했다. 김씨 부부는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 전무했다. 그래서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를 추천했다. 여기에 비과세 연금을 더해 노후 연금의 과세 부분을 보완하기로 했다.

유의할 점은 연금저축펀드가 실적배당형 상품이라는 점이다. 수익률에 따라 납입금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지만 반대로 손실 위험도 존재한다. 또한 5년 이상 유지해야 절세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씨 부부는 정기적인 재무상담을 통해 수익률을 관리하기로 했다.

투자상품은 해외투자전용펀드(월 40만원)를 추천했다. 올해 펀드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한 대부분의 펀드가 글로벌 펀드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띠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김씨 부부는 올 연말까지 가입할 경우 최대 10년 간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계좌를 개설해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는 중도해지 불이익과 의무 보유기간 이 없어 자금 활용에 매우 효율적인 상품이다. 하지만 최대 10년의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너무 짧거나 긴 목적자금 투자론 적당하지 않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내집 마련을 위한 주택청약종합저축(월 10만원)도 가입했다.

소비에 치중돼 있던 김씨 부부의 재무환경은 재무설계를 거치면서 균형을 잡아나갔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정기적인 모니터링은 필수다. 지출은 조금씩 줄이고, 투자 자산은 세밀하게 분배해야 한다. 신혼은 가장 행복한 시기이자 재무적 변수가 숱하게 많은 시기다. 이때 지출관리에 실패하면 평생 고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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