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논란 언제까지…

‘전단지의 온라인화’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2010년 등장한 배달앱.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효율적인 광고 서비스를, 소비자에게는 선택 편의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한때 100여개까지 늘었던 배달앱은 현재 3강 구도(배달의 민족요기요배달통)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문제점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배달앱 논란을 취재했다.
 
▲ 배달앱 업체들이 중개수수료를 인하했지만 외려 광고비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한 김민규(가명ㆍ29)씨는 배달 직원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배달앱이 아닌 전화로 직접 주문하면 2000원가량의 서비스 메뉴를 제공한다는 거다. 김씨는 “은연 중 배달앱 수수료가 0원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직접 주문해서 할인혜택을 받는 게 이익이겠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배달앱의 수수료 부담이 사라졌다’고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배달앱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이 2015년 ‘중개수수료 0%’를 선언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배달앱 업체들이 10% 안팎의 중개수수료를 받아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비판을 받던 무렵의 일이었다. 
 
실제로 배달의 민족은 중개수수료를 없앴다. 하지만 ‘슈퍼리스트’ ‘울트라콜’ 등 광고 상품을 확대했다. 특히 슈퍼리스트는 눈에 잘 띄는 앱 상단에 업체를 노출해주는 대가로 광고비를 경매에 부치고 있다. 평균 경매가격은 75만원에 이른다. 배경색과 화살표 등으로 고객의 시선을 유도하는 ‘우리가게 꾸미기’는 2주 이용료가 1만2000~1만8000원이다. 
 
또다른 배달앱 ‘요기요’도 공개 입찰방식의 광고 상품 ‘우리동네 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배달통은 앱에서 업체를 눈에 잘 띄게 하는 ‘꾸미기’라는 광고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수수료는 줄었지만 업체간 광고경쟁이 붙어 광고비 부담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수수료 부담도 여전하다. 요기요와 배달통은 각각 12.5%, 2.75%의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다. 앱에서 바로 결제할 경우 부과되는 중개수수료 외 외부결제수수료는 3사 모두 3.3~3.85%다. 결국 배달앱으로 결제시 최대 16%의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배달앱 업체 관계자는 “배달앱은 기존 전단지 광고보다 비용은 더 낮고 효과는 뛰어나다”면서 “경매형 광고 모델은 원하는 업체만 선택적으로 참가하고 투자 대비 수익도 충분히 나고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배달앱을 이용하는 대다수 판매업체(YWCA설문조사 결과 71%)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주문을 권유하며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노진영(가명ㆍ53)씨는 “마진율이 20~30%인데 10%에 이르는 배달앱 수수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자본력 있는 업체야 광고비를 부담하고라도 매출을 올리겠지만, 영세업체들은 그나마 있는 손님마저 뺏길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업체의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배달앱으로 주문하면 쿠폰을 주지 않는다’ ‘기존보다 음식양이 적다’는 등의 게시물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한국소비자원에는 “배달앱으로 햄버거 세트메뉴를 주문했더니 작은 용량의 콜라가 배달됐다”는 피해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소비자들도 이런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YWCA 조사 결과, 소비자의 93%가 “배달앱 수수료와 광고비가 상품 가격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배달앱의 수수료 탓에 서비스 질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87%에 달했다. 
 
이규숙 안양YWCA 시민운동팀장은 “배달앱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지면 업체들은 다른 비용을 줄이려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나빠지거나 가격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이는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12조원대. 전체 음식점업 시장 규모의 14%에 불과해 더 확대될 전망이다. 배달앱이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모두에게 편의를 주기 위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아야 할 적기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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